[OSEN=잠실, 이후광 기자] “어린 선수들이 정말 잘해주고 있다. 뿌듯한 마음이 크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우완투수 홍건희(32)는 1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시즌 13차전에 구원 등판해 1⅔이닝 1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홍건희는 3-3으로 팽팽히 맞선 5회초 1사 2루 위기에서 선발 최원준에 이어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첫 타자 황성빈을 2루수 땅볼, 고승민을 유격수 뜬공으로 잡고 혼란을 수습했다. 이승엽 감독의 선발 조기 강판 승부수를 성공으로 장식한 순간이었다.
홍건희는 여전히 3-3이던 6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라 손호영-빅터 레이예스-나승엽 순의 감 좋은 롯데 중심타선 상대로 깔끔한 삼자범퇴 이닝을 치렀다. 손호영을 중견수 뜬공, 레이예스를 유격수 땅볼, 나승엽을 루킹 삼진 처리했다.
임무를 마친 홍건희는 4-3으로 앞선 7회초 김강률에게 바통을 넘겼고, 두산의 4-3 승리와 함께 6월 26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 이후 50일 만에 시즌 4번째 승리를 신고했다. 팀의 2연패 탈출을 이끈 값진 구원승이었다.
홍건희는 경기 후 “팽팽한 상황에 (최)원준이 승계주자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어떻게든 그 주자의 득점을 막자고만 생각했는데 다행히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라고 덤덤한 승리 소감을 남겼다.
두산 ‘트레이드 복덩이’로 불린 홍건희는 2023시즌을 마친 뒤 생애 첫 FA 권리를 행사했고, 지난 1월 말 원소속팀 두산과 2+2년 최대 24억5000만 원에 계약했다.
홍건희는 스프링캠프에서 예상치 못한 부상을 당하며 FA 첫 시즌을 제때 출발하지 못했다. 그 사이 마무리 자리를 정철원에게 잠시 내줬지만, 4월 11일 1군 합류와 함께 늘 그랬듯 뒷문에서 돌직구와 관록을 뽐내며 클로저의 귀환을 알렸다.
홍건희의 5월은 찬란했다. 2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부터 24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까지 12경기에 등판해 8세이브 평균자책점 1.59의 안정감을 뽐냈다. 11⅓이닝을 소화하면서 피홈런 ‘제로’에 2자책점을 내준 게 전부였다. 두산은 폼이 좋은 마무리투수를 등에 업고 5월 한 달 동안 16승 2무 8패로 승승장구하며 월간 승률 1위에 올랐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6월부터 부진의 시기가 찾아왔고, 거듭된 실점 및 블론세이브에 6월 중순 19세 루키 김택연에게 마무리 자리를 내줬다.
홍건희는 “시즌 초반 결과가 좋지 않아 스스로는 답답함이 컸다. 아무래도 구위가 맘에 들지 않았다”라고 전반기를 되돌아보며 “그럼에도 트레이닝파트에서 관리를 철저히 해준 덕분에 구위가 조금씩 올라왔다. 이제 시즌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모든 힘을 쏟아 팀 성적을 올리겠다는 생각뿐이다”라고 앞으로의 각오를 전했다.
마무리에서 물러났지만, 아쉬움은 없다. 어떤 위치에서든 팀 승리에 보탬이 되면 된다는 홍건희의 남다른 ‘팀 퍼스트’ 정신 때문이다.
홍건희는 “우리 젊은 투수들이 정말 잘해주고 있다. (김)강률 형과 함께 투수조의 고참으로서 뿌듯한 마음이 크다”라며 “지금의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고참으로서 해야 할 역할에 충실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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