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부산, 조형래 기자] 5강 승부처에서 찬물을 끼얹는 행위를 골고루 펼쳤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윤동희(21)의 안일하고 아쉬운 플레이가 팀의 득점 기회를 끊어버렸다. 승리 기회도 증발됐다.
롯데는 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정규시즌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2-7로 완패를 당했다. 5강 승부처에서 롯데는 자멸의 길을 밟으면서 5위 KT 위즈와 격차가 더 벌어졌다.
롯데가 선취점을 뽑았고 또 일지감치 승기를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롯데는 득점으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득점 기회에서 납득 가는 과정이라면 득점을 하지 못하더라도 이해할 수 있다. 경기 중에 무수히 많이 벌어지는 상황. 하지만 경기 흐름과 상황을 읽지 못하고 오판을 하면 이러한 과정을 납득할 수 없다.
윤동희가 이날 그랬다. 윤동희는 2회 선두타자로 등장해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했다. 왼쪽 손등 쪽으로 공이 향하는 아찔한 상황. 하지만 윤동희는 보호대를 차고 있었고 무사히 1루로 걸어나갔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삼성 선발 육선엽은 이날 데뷔 첫 선발 등판이었다. 경기 내내 제구가 되지 않았다. 패스트볼 최고 147km까지 찍는 등 공에 힘은 있었지만 제구가 들쑥날쑥했다. 이날 66개의 공을 던지면서 스트라이크가 29개, 볼이 37개였다.
박승욱의 타석 때도 이미 볼 2개가 들어왔다. 그리고 3구 째도 볼이 들어왔다. 그런데 윤동희가 2루로 뛰었다. 제구에 애를 먹으면서 볼만 던지는 투수인데 차분하게 기다리지 못하고 2루로 뛰었다. 첫 판정은 세이프였다. 하지만 비디오판독 결과 윤동희의 슬라이딩보다 유격수 이재현의 태그가 엉덩이 쪽에 먼저 이뤄졌다. 판정이 아웃으로 번복됐다.
육선엽은 주자가 사라지고 아웃카운트가 올라갔지만 여전히 제구가 안됐다. 박승욱도 볼넷으로 걸어나갔다. 상황을 읽고 흐름을 읽었다면 도루 대신 1루에서 기다렸을 것이다. 하지만 윤동희의 오판으로 무사 1,2루가 1사 1루로 변했다. 결국 2회말 롯데는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3회말에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또 아쉬운 장면이 나왔다. 3회 1사 후 레이예스의 중전안타와 전준우 나승엽의 연속 볼넷으로 1사 만루 기회가 만들어졌다. 투수는 육선엽에서 좌완 이재익으로 바뀌었던 상황. 윤동희는 1스트라이크 상황에서 2구째를 공략했다. 한가운데 공을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컨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3루수 땅볼로 연결됐다. 병살타로 이어지는 상황이었지만 윤동희가 1루에 먼저 도달한 것으로 심판진이 판단을 내렸다. 삼성은 다시 비디오판독을 요청했다.
그런데 화면을 다시 돌려본 결과 윤동희는 1루를 밟지 못했다. 다리를 베이스로 뻗지 않으면서 그대로 지나쳤다. 결국 병살타로 득점 기회를 놓쳤다. 타격 이후 결과는 어떻게 할 수 없었지만 이후의 플레이들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결국 롯데는 득점 기회를 연거푸 놓치면서 5회초 대거 5실점 하면서 1-5로 끌려갔다. 5회말 1점을 만회했지만 격차는 여전했다. 그리고 6회말. 선두타자 윤동희가 오승환을 상대로 좌중간 안타를 치고 출루했다. 이후 박승욱의 볼넷으로 무사 1,2루 기회가 이어졌다. 대타 이정훈의 우익수 뜬공 때 윤동희는 태그업으로 3루를 노렸다. 1사 1,3루. 이때까지 롯데의 분위기는 다시 최고조로 올랐다.
그런데 다시 한 번 주루플레이에서 사고가 나왔다. 대타 정훈의 타석에서 폭투성 공이 나오자 1루주자 박승욱이 오버런을 했다. 1-2루 사이에서 협살에 걸렸다. 박승욱은 아웃됐다. 그리고 윤동희도 홈까지 파고들다가 아웃을 당했다. 윤동희가 우왕좌왕하다가 뒤늦게 홈을 파고 드는 결정을 내렸지만 삼성의 송구가 더 빨랐다. 윤동희가 이날 직간접적으로 득점 기회를 무산시킨 것만 3차례였다.
윤동희는 9회 좌전안타로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하지만 멀티히트보다 더 중요한 플레이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최근 윤동희가 타석에서 보여주는 큰 스윙폭과 타격 접근법에 대해 김태형 감독은 의문을 품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라면서 윤동희가 어떻게 해법을 찾아가고 있는지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 그런데 상황에 맞지 않는 이기적인 플레이, 그리고 집중력이 결여된 플레이로 김태형 감독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무박2일 경기가 펼쳐진 사직 한화전에서도 윤동희는 안일한 플레이를 보였다. 8회말 2사 후 좌익수 방면 뜬공 타구를 쳤는데 야수들이 아무도 잡지 못했다. 그런데 윤동희가 2루까지 뒤늦게 설렁설렁 뛰어가다 아웃 당했다. 14-10의 난타전 접전 상황에서 주자 한 명이 아쉬웠던 상황. 윤동희의 이 플레이에 김태형 감독도 적지 않게 화가 났다는 후문.
기록이 전부가 아니다. 지난해 국가대표 외야수로 거듭났지만 이제 갓 3년차, 풀타임 2년차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승부근성이 엄청난 선수지만 지금의 플레이 모습은 그리 좋게 볼 수 없다. 윤동희 개인의 스타성은 롯데 내에서 독보적이다. 하지만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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