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잠실=안호근 기자]

KT 위즈 선수단이 2일 두산 베어스와 2024 KBO 포스트시즌 WC 1차전에서 1회초 김민혁(왼쪽에서 2번째)이 선제 득점을 하자 반겨주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KT 선발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가 삼진을 잡아낸 뒤 포효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KT 위즈의 마법은 올해도 이어질까. KT가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없었던 '0%' 확률을 깨러 나선다. 단 한 걸음만 남았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KT는 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WC) 결정 1차전에서 4-0으로 이겼다.

역대 9차례 WC 시리즈에서 5위 팀의 기적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1차전을 가져간 것도 단 두 차례에 불과했다. 1승 어드밴티지를 안고 출발한 두산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KT가 3일 오후 2시부터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도 승리를 거두면 불가능이라 불린 '0%의 확률'을 깨고 KBO 역사상 처음으로 5위 팀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루게 된다.

KT가 여러모로 불리한 싸움이었다. 정규리그 144경기에서 SSG 랜더스와 동률을 이뤄 1일 타이브레이커를 치렀고 하루도 쉬지 못하고 곧바로 WC에 나섰다.

심지어 올 시즌 상대전적에서 4승 12패로 절대열세를 보인 것도 모자라 상대 선발은 올 시즌에만 KT전 6경기에 나서 5승, 평균자책점(ERA) 1.51로 'KT 킬러'로서 맹위를 떨친 곽빈. 천적을 넘어야 하는 커다란 과제를 떠안았던 KT지만 가을야구는 전혀 달랐다.

선제 타점을 올리고 미소짓는 장성우. /사진=김진경 대기자

1회초 추가 적시타를 날린 강백호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이강철 감독은 "저희 팀이 마법사 팀이다. 늘 최초 기록을 갖고 있다. 좋은 기운을 받아 가고 싶다"며 "저도 4위를 해보니까 한 경기 승리하는 게 부담스럽더라. 저희 보다 저쪽(두산)이 부담을 더 갖고 있지 않을까 한다. 쉬었다 하는 게 아니라 바로 경기를 해서 그 여세가 좋게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KT는 2년 연속 최하위권에서 시작해 놀라운 고공행진을 그리며 가을야구에 오른 팀이다. 특히 지난해엔 한국시리즈까지 올랐다. 우승을 차지했던 2021년에도 정규시즌 순위 결정전을 거쳐 극적으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뒤 짜릿한 창단 첫 우승을 일구는 등 '마법사 군단에 걸맞은 행보를 보였다.

1회초 선두 타자 김민혁이 볼넷을 골라냈고 이후 멜 로하스 주니어와 장성우, 강백호, 오재일이 4연속 안타를 날렸다.

올 시즌 상대전적에서 장성우(타율 0.333)를 제외하고는 모두 약했다. 강백호는 0.077, 오재일은 0.111로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던 터였기에 더욱 놀라운 결과였다. 결국 4점을 뽑아내며 곽빈을 무너뜨렸다.

2회초 마운드에 오른 곽빈은 선두 타자 심우준에게 볼넷을 내준 뒤 교체됐다. 1이닝 동안 36구를 뿌렸고 5피안타 2사사구 1탈삼진 4실점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남겼다. 올 시즌 15승으로 공동 다승왕을 차지했지만 가을야구 통산 성적은 6경기 무승 3패 ERA 7.58이 됐다.

공을 넘겨 받은 조던 발라조빅이 5회까지 안타 하나만을 내주며 호투를 펼쳤고 이후 소강 상태가 이어졌다.

2회초 조기 강판된 곽빈이 불펜으로 들어가며 실망스러워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역투를 펼치는 쿠에바스. /사진=김진경 대기자

그러나 두산은 윌리엄 쿠에바스를 넘지 못했다. 쿠에바스는 KT에서 가을야구 4경기에서 2승 1패 ERA 3.57로 에이스 본능을 뽐냈다. 올 시즌 승운이 따르지 않는 등 7승 12패 ERA 4.10으로 다소 아쉬운 성적을 남겼지만 가을엔 달랐다.

5회까지 두산 타선을 단 2안타로 꽁꽁 묶었다. 삼진도 7개나 잡아냈고 당연히 실점도 없었다.

투구수가 90구에 다다른 6회 위기를 맞았다. 선두 타자 정수빈에게 안타를 맞고 1사에서 제러드에게도 우전 안타를 허용했다. 1사 1,3루에서 김재환에게 절묘한 백도어 슬라이더로 루킹삼진을 잡아냈고 양석환을 상대로 100구를 넘기고도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6이닝 동안 103구를 뿌려 4피안타 9탈삼진 무실점. 최고 구속은 시속 150㎞이었고 슬라이더와 커터, 체인지업과 커브를 고루 뿌리며 두산 타선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7회말 김민이 등판해 1사에서 안타를 내줬지만 곧바로 손동현이 등판해 아웃카운트 2개를 잡고 실점 위기를 삭제했다. 손동현이 8회까지 막아낸 뒤 9회엔 마무리 박영현이 등판했다. 선두 타자 김재환에게 안타를 내준 뒤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아냈지만 허경민에게 좌익선상 2루타를 맞고 2,3루 실점 위기에 놓였다. 타석엔 대타 여동건. 그러나 박영현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고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경기를 매조졌다.

1000만 관중 시대를 연 시즌의 가을야구 포문을 알리는 이날 경기에도 만원 관중을 이뤘다. 경기 시작 시간 2시간 여를 앞두고 2만 3750장의 티켓이 모두 팔려나가며 뜨거운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3일 개천절에 열리는 WC 2차전은 오후 2시부터 열린다.




잠실=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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