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잠실, 이후광 기자] 두산 베어스가 정규시즌 4위의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3년 만에 다시 와일드카드 결정전 업셋 희생양이 될 위기에 처했다. 2021년으로 시간을 되돌려보면 1차전 패배 이후 2차전 김재환과 양석환이 해결사 역할을 수행하며 업셋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결국 올해도 그들의 활약이 절실하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는 지난 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KT 위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0-4로 완패했다.
가장 큰 패배 요인은 믿었던 에이스의 조기 붕괴였다. 선발 곽빈이 1회초부터 난타를 당하며 1이닝 5피안타 2볼넷 1탈삼진 4실점으로 남기고 교체된 부분이 뼈아팠다. 곽빈은 정규시즌 내내 KT 킬러로 군림했고, 생애 첫 다승왕(15승)까지 차지했지만, 올해도 가을 공포증 치유에 실패했다. 작년 10월 19일 NC 다이노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3⅔이닝 5실점 악몽을 극복하지 못했다.
이어 외국인투수 조던 발라조빅(4이닝 무실점)-이교훈(⅓이닝 무실점)-이영하(⅔이닝 무실점)-김강률(1이닝 무실점)-이병헌(⅓이닝 무실점)-최원준(⅔이닝 무실점)-홍건희(1이닝 무실점) 순으로 KT 타선을 봉쇄했지만,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불펜진의 릴레이 호투가 빛바랜 이유는 정수빈-김재호-제러드 영-김재환-양석환-강승호-허경민-김기연-조수행 순으로 구성된 타선의 극심한 빈타에 시달렸기 때문. 물론 KT 선발 윌리엄 쿠에바스가 3년 전 1위 결정전을 연상케 하는 구위를 선보였지만, 그렇다고 아예 기회가 오지 않은 건 아니었다.
0-4로 뒤진 1회말 찬스가 가장 아쉬웠다. 정수빈-김재호 테이블세터가 번트안타와 중전안타로 무사 1, 2루에 위치했지만, 제러드 영이 1루수 직선타, 김재환이 1루수 땅볼, 양석환이 유격수 땅볼로 득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
3회말에는 선두타자 조수행이 기습적인 번트에 이은 2루수 오윤석의 포구 실책으로 출루에 성공했다. 그리고 1사 1루에서 2루 도루까지 성공시켰지만, 김재호가 우익수 뜬공, 제러드가 헛스윙 삼진으로 흐름에 찬물을 끼얹었다.
6회말 찬스 역시 중심타선이 침묵했다. 선두타자 정수빈이 중전안타, 제러드가 우전안타로 1사 1, 3루 밥상을 차린 가운데 김재환이 루킹 삼진, 양석환이 헛스윙 삼진을 연달아 당했다. 115억 원 FA 거포와 78억 원 FA 캡틴이 몸값에 걸맞은 스윙을 하지 못했다.
김재환은 0-4로 뒤진 마지막 9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첫 안타를 쳤지만, 이미 상대에 승기가 기운 뒤였다. 영양가가 ‘제로’인 안타였다.
정규시즌 4위 두산은 5위 결정전을 거쳐 올라온 5위 KT에 일격을 당하며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1경기 만에 끝내지 못했다. 두산은 3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만, ‘패배=탈락’은 KT와 똑같은 조건이 됐다. 4위의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가을야구가 종료될 위기에 처한 두산이다.
두산은 지난 2021년에도 정규시즌 4위에 올라 5위 키움 히어로즈에 1차전을 내주며 최초 업셋 위기에 처한 적이 있다. 당시에도 선발 곽빈이 4⅔이닝 1실점으로 5회를 채우지 못했고, 홍건희가 1⅓이닝 1실점, 이영하가 ⅓이닝 2실점, 김강률이 1⅓이닝 3실점으로 흔들렸다. 중심타선의 경우 김재환은 홈런과 볼넷을 기록했으나 양석환은 이날과 마찬가지로 4타수 무안타 침묵했다.
두산은 벼랑 끝 2차전에서 타선의 힘을 앞세워 업셋 위기를 극복하고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6타수 3안타 2득점의 정수빈을 필두로 호세 페르난데스가 5타수 3안타 5타점, 김재환이 4타수 2안타 3득점, 양석환이 5타수 3안타 4타점, 강승호와 박세혁이 나란히 5타수 3안타 2타점을 치며 16-8 대승을 이끌었다. 4번과 5번을 맡은 김재환, 양석환이 동시에 터지자 혈이 뚫린 듯 원활한 득점이 이뤄졌다.
올해도 결국 타선이 2차전에서 해법을 찾아줘야 한다. 아무리 쿠에바스의 공이 좋았다 해도 영봉패는 선을 넘은 결과였다. 정수빈, 조수행 등 발 빠른 주자들이 몇 차례 밥상을 차렸기에 적어도 한 번은 이를 떠먹는 해결사가 등장해야 했다.
벼랑 끝에 몰린 이승엽 감독은 “타선은 부진할 때도 터지는 날도 있다. 오늘은 쿠에바스 공이 좋았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1회 찬스가 무산됐고, 3회 조수행이 상대 실수로 나갔는데 그것도 살리지 못했다. 그래서 영봉패를 당했다”라며 “타선은 업다운이 있고 사이클이 있다. 오늘 부진했으니 내일은 빵빵 쳐주는 걸 바랄 수밖에 없다”라고 중심 타선의 부활을 간절히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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