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잠실, 한용섭 기자] 지난달 30일, 프로야구 LG 트윈스는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준플레이오프에 대비한 합숙 훈련을 시작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LG는 올해 정규시즌에서 76승 2무 66패를 기록하며 1위 KIA, 2위 삼성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지난 9월 24일 SSG를 14-5로 대파하고 3위를 확정지었다.
LG 관계자들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앞두고 4위 두산이 준플레이오프에 올라올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까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4위가 탈락한 적이 없었다.
KT는 SSG와 최초의 ‘5위 결정전’을 치러야 했고, 휴식일 없이 곧바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두산과 맞붙었다. 5위는 와일드카드 결정전 1~2차전을 모두 승리해야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 KT는 벼랑 끝 승부에서 내리 3연승을 거둬야 LG와 만날 수 있었다.
한 LG 관계자는 두산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탈락을 ‘1도’ 의심하지 않을 정도였다. 두산이 2경기 모두 패배하고 탈락한다면 엄청난 이변이라고 했다. 그런데, 0% 확률을 깨고 KT는 역대 최초로 5위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업셋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KT는 지난 1일 SSG와 ‘5위 결정전’에서 1-3으로 뒤진 8회말 로하스가 불펜으로 등판한 김광현 상대로 역전 3점 홈런을 터뜨려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지난 2일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는 1회초 두산 선발 곽빈을 상대로 초전박살 4득점을 뽑으며 기선을 제압했고, 4-0으로 승리했다. 그리고 3일 열린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서 KT는 두산에 1-0 짜릿한 한 점 차 승리를 거두며 ‘최초 와일드카드 결정전 업셋’을 완성시켰다.
이제 준플레이오프는 LG가 예상한 ‘잠실 라이벌전’이 아닌 지난해 한국시리즈의 리턴 매치가 성사됐다. LG는 두산 보다 KT가 더 까다로운 상대가 될 수 있다.
시즌 막판 치열한 5위 경쟁과 ‘5위 결정전’ 그리고 와일드카드 결정전 2경기까지 KT는 올 시즌 개막에 앞서 우승 후보로 평가받은 진면목을 보여줬다. KT는 두산을 상대로 2경기 18이닝 무득점으로 꽁꽁 묶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연속 이닝 무득점 신기록이었다. 투수진이 지쳤을 거라고 봤는데, 정반대였다.
외국인 투수 쿠에바스(1차전 6이닝 무실점)와 벤자민(2차전 7이닝 무실점)이 나란히 4일 휴식 등판에도 완벽투를 과시했다. 마무리 박영현은 3연투(1⅓이닝-1이닝-1이닝)에도 단 1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타선에선 MVP 출신의 로하스, ‘천재 타자’ 강백호의 장타와 집중력이 돋보였다.
이강철 감독은 3일 경기 후 준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투수를 질문하자, “생각을 해봐야 한다. 엄상백은 3일 쉬고 나가야 하니까 애매하다. 고영표를 오늘 안던지게 하고 3일 쉬고 내보낼까도 생각했는데 스코어가 1-0이라 포기했다”며 “조이현도 생각하고 있다. 오늘까지는 지면 떨어지는 경기들이라 다음 경기를 생각 못했는데 이제 5판3선승제니까 생각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1차전 선발이 고민이지만, 2차전 이후로는 제대로 선발 로테이션을 돌릴 수 있다. 2차전 엄상백(4일 휴식), 3차전 쿠에바스(5일 휴식), 4차전 벤자민(5일 휴식)으로 내세울 수 있다.
고민을 한 KT는 1일과 3일 불펜으로 1⅔이닝(18구)과 1이닝(14구)을 던진 고영표를 1차전 선발로 깜짝 발표했다. 선발 매치업에서 LG에 밀리지 않는다. 불펜은 LG보다 더 낫다. 과연 LG는 KT의 가을 마법을 잠재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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