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잠실, 길준영 기자] 프로야구 KT 위즈가 KBO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업셋에 성공했다. 두산 베어스는 역사의 희생양이 됐다. 

KT는 지난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했다. 지난 2일 1차전에서 4-0 승리를 거둔 KT는 이날 승리로 1차전과 2차전을 모두 가져오며 와일드카드가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5위 팀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뤄냈다.

KBO리그가 10개 구단으로 확대된 2015년 도입된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지난해까지 단 한 번도 5위 팀이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다. 4위 팀이 1승을 안고 2경기를 모두 홈구장에서 개최하는 엄청난 어드밴티지를 갖고 시리즈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9번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5위 팀은 단 한 번도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고 1차전에서 승리를 거둔 것도 2016년 KIA와 2021년 키움이 유이했다. 

하지만 KT는 이러한 것을 모두 극복하고 기적을 만들어냈다. 압도적인 마운드가 두산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막으며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었다. 1차전에서는 선발투수 선발투수 윌리엄 쿠에바스가 6이닝 4피안타 9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를 이끌었고 김민(⅓이닝 무실점)-손동현(1⅔이닝 무실점)-박영현(1이닝 무실점)으로 이어지는 불펜진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2차전에서도 선발투수 웨스 벤자민이 7이닝 3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 승리를 기록했고 고영표(1이닝 무실점)-박영현(1이닝 무실점)으로 이어지는 불펜진도 무실점 투구를 선보였다. KT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22이닝 연속 무실점을 기록하며 역대 최다 연속 이닝 무실점 신기록을 달성했다. 

KT 이강철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좋은 벤자민이었을 때처럼 던졌다. 한 번은 잘 던지지 않을까 싶었다. 쿠에바스도  그렇고 벤자민도 너무 안좋았기 때문에 한 번은 잘 던질 줄 알았는데 이렇게 잘 던질줄은 몰랐다. (외국인투수들이 부진해서) 정규시즌 5경기 남았을 때는 울고 싶었다. 재계약 해달라고 항의를 하는건가 싶다. 너무 잘던진다. 저게 본 모습이기도 하다. 체력적으로 많이 떨어졌는데도 팀을 위해서 힘있게 던져줬다”라며 쿠에바스와 벤자민의 호투를 반겼다. 

1차전 승리 후 2차전 승리를 내심 자신했던 이강철 감독은 “팀 이름을 잘 지은 것 같다. 최초 기록도 잘하고. 롯데전부터 경기를 오는 과정들이 이길 경기가 아닌데 이기는게 뭔가 만들어지는 느낌이었다. 앞선 인터뷰에서는 설레발이 될까봐 말을 못했지만 계속 뒤집고 뒤집으니까 기세와 분위기가 좋아지더라. 마지막 롯데전부터 올라오는게 운이 따르는 경기력이 나오는 것 같다. 최초, 최초 그러니까 이런 것을 만들려고 그랬나 싶다”라며 웃었다. 

기적을 일으킨 KT와 반대로 두산은 역사의 희생양이 됐다. 사상 처음으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탈락한 4위 팀이 됐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탈락 후 기자회견에서 “2패를 했기 때문에 시즌을 여기서 마감한다는 게 마음이 아프고 억울하다. 4위로 마쳤기 때문이다. 2경기에서 무득점으로 끝났다. 점수를 내지 못한 게 아쉽다. 아무래도 야구는 누가 홈을 많이 밟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데 힘 한 번 써보지도 못하고 패했다”라며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단 한 점도 내지 못한 타선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너무나 죄송스럽다”라고 팬들에게 사과한 이승엽 감독은 “야구장 나오는 게 가장 행복하고, 또 선수들과 함께 스트레스 받는 직업이지만 선수들이 이기려고 하는 모습 보면서 감독으로서 선수들을 더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아직 부족하다. 팬들에게 죄송스럽고 우리 선수들은 2월 1일부터 오늘까지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내가 부족하다. 선수들이 제일 고생 많았다. 응원해주신 팬들에게도 죄송한 마음을 갖겠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5위 결정전과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돌파한 KT는 단 한 번의 패배로 시리즈 탈락이 결정되는 엘리미네이션 상황에서 마침내 벗어나 5전3선승제의 준플레이오프에 돌입한다. 이강철 감독은 “(준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투수는) 이제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 엄상백도 3일만 쉬고 가야하니까. 고영표를 오늘 안던지게 하고 3일 쉬고 내보낼까도 생각했는데 경기가 1-0이라 포기했다. 조이현도 생각하고 있다. 오늘까지는 지면 떨어지는 경기들이라 다음 경기를 생각 못했는데 이제 5판3선이니까 생각을 해봐야 한다”라며 새로운 마음으로 준플레이오프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두산을 꺾고 역사를 새로 쓴 KT의 가을돌풍이 어디까지 이어질까. KT는 이제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