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장성우 선수가 볼 배합을 너무 잘해줬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격언이 제대로 확인된 시리즈였다. 특히나 잘 뽑은 외국인 투수가 단기전에서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이끄는 안방마님의 중요성까지도 알 수 있었던 2경기였다.
KT는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WC) 결정 2차전에서 1-0 승리를 거뒀다.
1차전 4-0 완승을 거둔 KT는 2015년 WC 도입 이후 0%(0/9)에 수렴했던 5위 팀의 준플레이오프(준PO) 진출 쾌거를 써냈다.
18이닝 동안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은 게 결정적이었다. 여유 있게 WC를 준비했음에도 외국인 투수를 선발로 쓸 수 없었던 두산과 외국인 선발 2승으로 준PO에 오른 KT가 대비됐다.
또 하나의 차이는 포수였다. 양의지(37)라는 최고의 포수를 보유했으나 쇄골 부상으로 1차전 수비로만 잠깐 활용할 수밖에 없었던 두산은 KT 안방마님 장성우(34)에게 혼쭐이 났다. 1차전 결승타에 이어 이날도 뜬공 타구로 로하스를 3루로 진루시키며 결승 득점에 발판을 놨다. 그러나 그 못지 않게 포수로서 크나 큰 존재감을 어필한 시리즈였다.
1차전 KT 선발 윌리엄 쿠에바스는 6이닝 동안 103구를 던져 4피안타 무사사구 9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최고 시속 150㎞, 평균 147㎞의 직구를 28구만 던졌다. 평균 140㎞ 고속 커터를 평소보다도 많은 비율로 45구나 뿌렸는데 이 공이 결정적이었다. 9개의 탈삼진 중 가장 많은 4개를 커터로 잡아냈다.
장성우의 역할이 컸다. KT의 효자 외국인 투수지만 시즌 후반 힘이 빠져 있었다. 평소 자신이 원하는대로 볼 배합을 하는 편이지만 이날 만큼은 타자 일순 할 때까지라도 장성우의 리드대로 풀어가보기로 하고 평소 활용하지 않았던 피치컴까지 갖추고 경기에 나섰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장성우는 "점수를 안 주고 계속 가다 보니까 오늘은 거의 제가 사인 내는 대로 던졌다"며 "올 시즌 내내 두산한테 약했다. 두산 타자들이 공격적으로 치는 성향인데 오늘은 초반에 저희가 4점을 내서 그런지 그런 느낌을 못 받았고 직구를 가장 잘 치다보니 커터를 많이 던지게 해 스트라이크 존을 가장 많이 공략을 했다. 그게 결과가 좋았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두산은 올 시즌 KT전 6경기 5승 평균자책점(ERA) 1.51로 강했던 곽빈을 내세우고도 1회에만 4실점했고 그대로 패했다. 가뜩이나 강한 곽빈이 최고 156㎞ 불같은 강속구를 뿌리자 긴장했다. 결승타를 친 장성우조차 번트 대신 강공을 택한 이유로 "원래라면 무사 1,2루에서 번트를 대는데, 번트 대는 게 쉽지 않겠다 싶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첫 피안타 후 변화구 위주로 패턴을 바꾼 게 패착이었다. 포수의 경험 차이를 느낄 수 있는 1차전이었다.
2차전은 더 타이트한 투수전 양상이었다. 벤자민의 공이 컸다. 7이닝 동안 88구만 뿌려 3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완벽투를 펼쳤다. 이후 고영표와 박영현이 8,9회를 책임져 그대로 경기를 끝냈다.
쿠에바스와 마찬가지로 시즌 막판 부진에 빠졌던 벤자민이었기에 더 놀라운 성과였다. 이강철 감독은 경기 후 중계방송사와 인터뷰를 통해 투수들의 호투를 칭찬하며 그 이유로 "장성우의 말을 외국인 투수들이 잘 들은 것 같다"며 "장성우 선수가 볼 배합을 너무 잘해줬다"고 안방마님의 공로를 치하했다.
불펜으로 이동한 고영표의 8회, 마무리 박영현의 9회 무실점을 이끈 것도 장성우의 역할이 컸다. 깔끔하게 삼자범퇴로 세이브를 챙긴 박영현의 결정구는 슬라이더였다. 최고 150㎞ 직구에 힘이 있었지만 결정적인 순간 택한 슬라이더로 이유찬을 유격수 땅볼, 박준영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경기를 끝냈다.
경기 후 만난 박영현은 "(결정구로) 슬라이더만 던진 것 같다"며 "(피치컴을 통해) 슬라이더 사인을 내시기에 '알겠습니다'하고 던졌다"고 장성우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2차전 승리 후 스타뉴스와 만난 장성우는 "볼넷 없이 스트라이크 존을 적극적으로 공략한 게 좋았던 것 같다"며 "투수들이 변화구를 효율적으로 잘 던져줬다. 그래서 직구보다는 변화구 비율이 많았다"고 말했다.
시즌 막판 치열한 순위 경쟁에 사상 최초 5,6위 결정전까지 치렀다. 이어 역사상 유례 없는 5위 팀 준PO 진출까지 일궈냈다. 우승까지 경험했지만 장성우에게도 남다른 감정을 안겨준 승리였다. "오늘 같은 경우는 역대 최초 업셋이기도 하고 우승할 때보다 더 희열이 있었다"며 "우승할 때는 너무 쉽게 4연승을 하면서 끝났기에 생각보다 그런 감정이 크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막판부터 한 번만 지면 시즌이 끝나는 경기를 계속 치러왔기에 오히려 오늘까지는 최대한 편하게 하자고만 얘기했다"면서 "이제 선수들도 지금보다는 더 마음도 편해지고 이제는 진짜 해볼만 하다고 느낄 것이다. 준PO에 올라가서 제대로 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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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위즈 포수 장성우가 3일 WC 2차전 승리 후 스타뉴스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격언이 제대로 확인된 시리즈였다. 특히나 잘 뽑은 외국인 투수가 단기전에서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이끄는 안방마님의 중요성까지도 알 수 있었던 2경기였다.
KT는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WC) 결정 2차전에서 1-0 승리를 거뒀다.
1차전 4-0 완승을 거둔 KT는 2015년 WC 도입 이후 0%(0/9)에 수렴했던 5위 팀의 준플레이오프(준PO) 진출 쾌거를 써냈다.
18이닝 동안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은 게 결정적이었다. 여유 있게 WC를 준비했음에도 외국인 투수를 선발로 쓸 수 없었던 두산과 외국인 선발 2승으로 준PO에 오른 KT가 대비됐다.
또 하나의 차이는 포수였다. 양의지(37)라는 최고의 포수를 보유했으나 쇄골 부상으로 1차전 수비로만 잠깐 활용할 수밖에 없었던 두산은 KT 안방마님 장성우(34)에게 혼쭐이 났다. 1차전 결승타에 이어 이날도 뜬공 타구로 로하스를 3루로 진루시키며 결승 득점에 발판을 놨다. 그러나 그 못지 않게 포수로서 크나 큰 존재감을 어필한 시리즈였다.
1차전에서 쿠에바스(왼쪽에서 3번째)가 흔들리자 장성우(왼쪽에서 2번째)가 마운드에 올라 통역을 통해 독려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장성우의 역할이 컸다. KT의 효자 외국인 투수지만 시즌 후반 힘이 빠져 있었다. 평소 자신이 원하는대로 볼 배합을 하는 편이지만 이날 만큼은 타자 일순 할 때까지라도 장성우의 리드대로 풀어가보기로 하고 평소 활용하지 않았던 피치컴까지 갖추고 경기에 나섰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장성우는 "점수를 안 주고 계속 가다 보니까 오늘은 거의 제가 사인 내는 대로 던졌다"며 "올 시즌 내내 두산한테 약했다. 두산 타자들이 공격적으로 치는 성향인데 오늘은 초반에 저희가 4점을 내서 그런지 그런 느낌을 못 받았고 직구를 가장 잘 치다보니 커터를 많이 던지게 해 스트라이크 존을 가장 많이 공략을 했다. 그게 결과가 좋았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두산은 올 시즌 KT전 6경기 5승 평균자책점(ERA) 1.51로 강했던 곽빈을 내세우고도 1회에만 4실점했고 그대로 패했다. 가뜩이나 강한 곽빈이 최고 156㎞ 불같은 강속구를 뿌리자 긴장했다. 결승타를 친 장성우조차 번트 대신 강공을 택한 이유로 "원래라면 무사 1,2루에서 번트를 대는데, 번트 대는 게 쉽지 않겠다 싶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첫 피안타 후 변화구 위주로 패턴을 바꾼 게 패착이었다. 포수의 경험 차이를 느낄 수 있는 1차전이었다.
2차전은 더 타이트한 투수전 양상이었다. 벤자민의 공이 컸다. 7이닝 동안 88구만 뿌려 3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완벽투를 펼쳤다. 이후 고영표와 박영현이 8,9회를 책임져 그대로 경기를 끝냈다.
2차전 승리 직후 장성우(앞, 왼쪽)가 마무리 박영현과 포옹을 나누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불펜으로 이동한 고영표의 8회, 마무리 박영현의 9회 무실점을 이끈 것도 장성우의 역할이 컸다. 깔끔하게 삼자범퇴로 세이브를 챙긴 박영현의 결정구는 슬라이더였다. 최고 150㎞ 직구에 힘이 있었지만 결정적인 순간 택한 슬라이더로 이유찬을 유격수 땅볼, 박준영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경기를 끝냈다.
경기 후 만난 박영현은 "(결정구로) 슬라이더만 던진 것 같다"며 "(피치컴을 통해) 슬라이더 사인을 내시기에 '알겠습니다'하고 던졌다"고 장성우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2차전 승리 후 스타뉴스와 만난 장성우는 "볼넷 없이 스트라이크 존을 적극적으로 공략한 게 좋았던 것 같다"며 "투수들이 변화구를 효율적으로 잘 던져줬다. 그래서 직구보다는 변화구 비율이 많았다"고 말했다.
시즌 막판 치열한 순위 경쟁에 사상 최초 5,6위 결정전까지 치렀다. 이어 역사상 유례 없는 5위 팀 준PO 진출까지 일궈냈다. 우승까지 경험했지만 장성우에게도 남다른 감정을 안겨준 승리였다. "오늘 같은 경우는 역대 최초 업셋이기도 하고 우승할 때보다 더 희열이 있었다"며 "우승할 때는 너무 쉽게 4연승을 하면서 끝났기에 생각보다 그런 감정이 크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막판부터 한 번만 지면 시즌이 끝나는 경기를 계속 치러왔기에 오히려 오늘까지는 최대한 편하게 하자고만 얘기했다"면서 "이제 선수들도 지금보다는 더 마음도 편해지고 이제는 진짜 해볼만 하다고 느낄 것이다. 준PO에 올라가서 제대로 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장성우(오른쪽 끝)가 2차전 승리 후 선수단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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