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암흑기가 길어지고 있는 데에는 세대 교체 실패가 크다. 지금쯤 팀의 주축으로 자리잡아야 할 2010년대 상위 지명 선수들이 기대만큼 크지 못한 게 아쉽다. 즉, 육성 실패로 귀결된다.
한화는 지난 2일 김강민 등 은퇴 선수 포함 7명의 재계약 불가 선수를 알렸다. 그 중 한 명이 좌완 투수 이승관(25)이었다. 2018년 2차 1라운드 전체 4순위로 상위 지명을 받고 입단한 뒤 7년의 시간이 흘러 방출 통보를 받으며 팀을 떠난 것이다.
야탑고 출신 이승관은 1차 지명을 제외하고 2018년 신인 드래프트 현장에서 가장 먼저 이름이 불린 좌완 투수였다. 고교 2학년 때까지 중견수로 뛰었지만 3학년 때 본격적으로 투수로 전향했고, 최고 시속 148km 강속구를 뿌리면서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와인드업 후 오른 다리를 멈춘 뒤 팔을 높게 치켜세워 던지는 폼이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를 연상시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투수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어깨는 싱싱했지만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았다. 프로 입단 후에도 투구폼이 계속 바뀌면서 밸런스를 잡지 못하고 제구가 흔들렸다.
2019~2020년 상무에서 군복무를 마치고 2021년 팀에 돌아왔을 때는 와인드업 후 몸을 비틀어 던지는 독특한 투구폼으로 바뀌었다. 이 폼으로도 성과가 나타나지 않자 퓨처스 코칭스태프에서 투구폼 교정을 시도했지만 한 가지로 진득하게 밀어붙이지 못했다. 크고 작은 폼 변화가 이어지면서 자기 것이 확실히 만들어지지 않았다.
2021년 5월12일 대전 NC전에서 구원으로 1이닝 1볼넷 무실점으로 성공적인 1군 데뷔전을 치렀지만 5월15일 고척 키움전 데뷔 첫 선발등판에서 ⅔이닝 5피안타 1볼넷 6실점(4자책)으로 무너졌다. 이어 5월23일 대전 KT전도 ⅓이닝 4볼넷 1탈삼진 4실점으로 조기 강판됐다. 2021년 데뷔 첫 해 8경기(5⅔이닝) 2패 평균자책점 27.00의 성적을 남겼다.
2022년에는 9월 이후 확대 엔트리 때 1군에 올라왔다. 7경기(5⅓이닝)에서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10.13으로 눈에 띄는 성적을 내지 못했다. 시즌 후 호주프로야구 질롱 코리아에도 다녀왔지만 2023년부터 2군에만 머물렀다. 올해 퓨처스리그에서도 4경기 4이닝 3피안타 5볼넷 1사구 5탈삼진 6실점 평균자책점 13.50으로 부진했고, 결국 방출 통보를 받고 말았다.
이로써 한화의 1차 지명 또는 1라운드 상위 지명 잔혹사가 계속됐다. 2014년 부활한 뒤 2022년까지 시행된 지역 연고 1차 지명 제도로 한화는 2014년 투수 황영국, 2015년 투수 김범수, 2016년 내야수 김주현, 2017년 투수 김태욱(개명 전 김병현), 2018년 투수 성시헌, 2019년 내야수 변우혁, 2020년 투수 신지후, 2021년 내야수 정민규, 2022년 투수 문동주를 지명했다.
정민규, 문동주는 하위 3개 팀에 주어진 전국 지명으로 뽑은 선수들로 나머지 7명은 충청 연고 지역 선수였다. 이 시기 충첨 지역 팜 약화로 유망주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성시헌은 입단 1년 만에 방출됐고, 김병현도 5년 만에 1군 등판 없이 방출 처리됐다. 황영국도 2022년 시즌 후 방출됐고, 김주현과 변우혁은 트레이드 카드로 쓰였다. 이 기간 한화가 1차 지명으로 건진 1군 선수는 김범수가 유일했다.
하지만 지역 팜을 탓하기엔 전면 드래프트 1라운드, 2차 1라운드로 범위를 넓혀도 한화의 상위 지명은 빛을 보지 못했다. 2010년 투수 김용주, 2011년 투수 유창식, 2012년 내야수 하주석, 2013년 조지훈을 전면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로 뽑았지만 지금 현재 팀에는 하주석만 남아있다. 김용주와 조지훈은 방출됐고, 유창식은 입단 5년 차에 트레이드로 떠났다. 하주석도 입단 당시 기대에 비하면 지금 모습이 많이 아쉽다.
2차 1라운드에선 2014년 최설우(개명 전 최영환), 2015년 김민우, 2016년 김재영, 2017년 김진영, 2018년 이승관 등 5년 연속 투수를 뽑았지만 김민우를 빼고 4명이 방출로 팀을 떠났다. 2010년대 뽑은 상위 지명 투수 중 2015년 입단한 김민우와 김범수 외에는 1군에서 자리잡은 선수가 전무하다. 지금쯤 팀의 중심이 돼야 할 상위 지명 선수들을 제대로 육성하지 못하면서 세대 교체가 더뎠고, 암흑기 장기화의 결정타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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