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1군 선수 전원을 엔트리에서 제외시키는 전격적인 조치를 단행했다.
일본야구기구(NPB)는 3일 요미우리가 투수와 포수, 내야수와 외야수 등 1군에 등록된 선수 전원(31명)을 등록 명단에서 말소시켰다고 발표했다.
요미우리는 9월 말에 이미 센트럴리그 1위를 확정 지었다. 아베 신노스케(45) 감독이 부임 첫해에 이룬 4년 만의 개가였다. 그리고 2일 정규시즌 최종전을 치렀다. 도쿄돔에서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즈를 누르고 대미를 장식했다.
이제 남은 것은 포스트시즌(PS) 경기다. 그런데 이를 앞두고 돌연 대대적인 엔트리 변경을 시도해, 팬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지극히 전략적 조치다. 즉, PS에서 선수 운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준비 태세라고 이해하면 된다. 클라이맥스 시리즈라고 불리는 가을야구의 경기 방식이나 일정과 밀접하게 연관된 조치라는 뜻이다.
NPB는 3단계의 PS를 치른다. 1단계(퍼스트 스테이지)는 리그 2위 팀과 3위 팀이 맞붙는다(2선승제). 여기서 이긴 팀이 1위 팀과 2단계(파이널 스테이지) 시리즈를 갖는다(4선승제). 각 스테이지는 페넌트레이스 상위 팀이 1승의 이점을 안고 시작된다.
2단계를 거친 리그의 승자는 일본시리즈에 진출한다. 여기서 7전 4선승제로 최종 챔피언을 가리는 방식이다.
요미우리의 경우 센트럴리그 1위를 차지했다. 당장은 게임이 없다. 2위 한신 타이거스와 3위 요코하마의 싸움을 구경만 하면 된다. 이 대결은 12~14일에 펼쳐진다. 여기서 이긴 팀이 2라운드의 상대다. 즉, 요미우리와 1라운드 승자의 대결인 파이널 스테이지는 16일부터 시작된다.
NPB의 엔트리 변경은 KBO와 비슷한 절차를 거친다. 한번 말소된 선수는 열흘이 지나야 다시 등록할 수 있다. 자이언츠가 노린 부분은 바로 이 지점이다.
일단 전체를 말소시킨다(10월 3일). 2라운드에 출전할 엔트리 제출은 이틀 전인 (10월) 14일에 하면 된다. 재등록에 필요한 열흘이 경과한 시간이다.
그래서 얻는 이익이 무엇인가. 갑작스러운 부상이나 컨디션 이상 같은 돌발 변수에 대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이런 상황이다. A라는 선수가 있다. 중요한 전력이다. 그런데 훈련 중에 발목을 삐끗했다. 회복에 며칠은 필요할 것 같다. 적어도 1~2차전은 어려워 보인다. 보통이라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경우는 대안이 생긴다. 타격이나 수비, 혹은 대주자로 활용할 선수 B를 1~2차전에 넣는다. 그리고 3차전부터는(혹은 그 이후라도) B를 빼고, 상태가 좋아진 A를 등록시킬 수 있다.
물론 순탄하게 돌아가면 별문제 없다. 아무리 가을야구라고 해도 큰 차이는 없다. 그냥 뛰던 선수가 뛰기 마련이다. 하지만 일말의 변수는 있기 마련이다. 그걸 대비하겠다는 세심함이다.
처음 이 방식을 쓴 사람은 따로 있다. 오치아이 히로미쓰(70) 감독이다. 주니치 드래곤즈 사령탑이던 2010년에 발휘한 기발한 아이디어였다. 당시 상대가 공교롭게도 요미우리였다. 지금 아베 감독은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시리즈 결과는 4승 1패였다. 오치아이 주니치의 승리였다(요미우리 감독은 하라 다쓰노리). 덕분에 일본시리즈까지 진출했다. 하지만, 지바 롯데 마린즈에 3승 4패로 패했다.
온라인에서는 아베 감독의 꼼꼼함에 대한 칭찬이 자자하다. ‘옛날 메모를 꺼내 봤구나‘ ‘역시 포수 출신이라서 다르다’ ‘젊은 리더지만 섬세한 면이 있다’ 같은 반응들이다.
그러나 지나친 변화무쌍함 탓인지, 막판에는 해프닝도 있었다. 시즌 최종전(2일)을 앞둔 지난 1일이다. NPB가 엔트리 변경을 공시했다. 요미우리가 사카모토 하야토 등 6명을 1군에서 제외시킨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반나절만에 정정됐다. NPB는 “본 사무국의 착오로 인해 요미우리의 선수 등록 변경이 잘못 공시됐다. 착오를 인정하고 사과한다”는 이례적인 발표가 있었다. 아마 날짜에 대한 오류가 있었던 것 같다. 결국 6명의 엔트리 말소는 다음 날(2일)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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