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잠실, 길준영 기자] 프로야구 LG 트윈스가 필승조를 모두 투입하고도 불펜데이에 나선 KT 위즈에게 뼈아픈 1차전 패배를 당했다.
LG는 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1차전 KT와의 경기에서 2-3으로 패했다.
이번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KT가 가져간 것은 단순히 1승을 선점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물론 1차전 승리가 준플레이오프 시리즈 향방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인 것도 맞다. 지난해까지 열린 33번의 준플레이오프에서 1차전에서 승리한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비율은 무려 87.9%(19/33)에 달한다. 포스트시즌 5전3선승제 시리즈로 확대해도 73.5%(36/49)가 시리즈 승리를 따냈을 정도로 1차전 승리팀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여기에 KT는 지난달 28일 키움과의 시즌 최종전(5이닝 1실점 승리), 10월 1일 SSG와의 5위 결정전(1⅔이닝 1실점), 3일 두산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1이닝 무실점 홀드)에서 구원등판한 고영표가 1차전 선발투수로 나섰다. 사실상 불펜데이가 될 위험을 각오한 이강철 감독의 승부수다. 다소 위험해 보였던 고영표 1차전 선발등판 카드는 보기 좋게 적중했다. 고영표는 4이닝 3피안타 2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치며 KT의 승리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반면 LG는 선발투수 디트릭 엔스가 5⅓이닝 5피안타(1피홈런) 2볼넷 6탈삼진 3실점 패전을 기록했다. 엔스는 5회까지 3실점을 허용했고 6회에도 멜 로하스 주니어에게 볼넷을 허용하고 강백호에게 빗맞은 행운의 안타를 내주며 1사 1, 3루 위기에 몰렸다. 더 이상의 실점을 용납할 수 없었던 염경엽 감독은 곧바로 필승조 투수들을 투입했다. 엔스를 대신해 마운드에 오른 김진성은 문상철에게 5-4-3 병살타를 유도하며 위기를 막았다. 김진성은 7회까지 마운드를 무실점으로 막았고 뒤이어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가 마운드에 올라 8회와 9회를 깔끔하게 끝냈다. 하지만 LG는 타자들이 좀처럼 득점을 만들어내지 못했고 결국 2-3으로 패했다.
KT는 그동안 피로가 많이 누적되어 있었음에도 고영표가 기대 이상의 투구를 해주면서 중요한 1차전 승리를 챙겼다. 2차전부터는 엄상백, 윌리엄 쿠에바스, 웨스 벤자민, 고영표로 이어지는 선발 로테이션이 정상적으로 돌아간다. LG 입장에서는 KT가 선발 로테이션을 정상화하기 전에 1승을 꼭 챙겼어야 했지만 치명적인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이제 상황이 더 어려워진 것은 LG다. 필승조 김진성과 에르난데스가 모두 멀티이닝을 소화하면서 2차전 등판은 어려워졌다. 김진성은 투구수 17구, 에르난데스는 27구를 던졌다. 2차전 등판에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는 투구수다. 2차전에서는 부친상 때문에 1차전에 등판하지 못했던 마무리투수 유영찬이 돌아오지만 불펜 운용에는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생겼다. LG 염경엽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엘리(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는 내일도 쓸 수 있다. 투구수가 30구 안쪽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라며 2차전 역시 총력전을 예고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KT를 4승 1패로 꺾고 우승을 차지한 LG는 올해 준플레이오프에서 또 한 번 KT를 만났다. 그렇지만 5위 결정전과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뚫고 올라온 KT의 기세는 예사롭지 않다. LG는 남은 4경기에서 KT의 돌풍을 잠재우고 플레이오프에 나설 수 있을까.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