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잠실, 이후광 기자] 실책 4개로 자멸하며 포스트시즌 3연승 상승세가 뚝 끊긴 KT 위즈가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웨스 벤자민의 4일 휴식 승부수를 던졌다. 벤자민은 지난해부터 LG 트윈스만 만나면 펄펄 나는 KBO리그 대표 ‘쌍둥이 킬러’다.
프로야구 KT 위즈는 지난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LG 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2차전에서 2-7로 패하며 시리즈 전적 1승 1패를 기록했다. 5위 결정전을 통해 가을행 티켓을 거머쥔 뒤 와일드카드 결정전 2경기와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연달아 쓸어 담은 KT의 이번 가을 첫 패배였다.
정규시즌 3위의 경기력을 회복한 LG를 만나 마법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FA 자격 행사를 앞두고 있는 잠수함 선발 엄상백이 4이닝 6피안타 2볼넷 2탈삼진 4실점 81구로 조기에 무너졌고, 야수진이 무려 실책 4개를 범하며 역전패 빌미를 제공했다. 4회말 1루수 문상철의 송구 실책을 시작으로 5회말 투수 주권의 1루 견제 실책, 6회말 투수 손동현의 포구 실책, 좌익수 김민혁의 포구 실책이 잇따라 발생했다.
KT는 오는 8일부터 홈구장인 수원KT위즈파크로 장소를 옮겨 운명의 3, 4차전을 치른다. KT의 이번 가을 첫 홈경기다. 그리고 KT 이강철 감독은 홈 첫 경기에서 2승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3차전 선발투수로 5일 휴식의 윌리엄 쿠에바스가 아닌 4일 휴식의 벤자민을 전격 낙점했다.
KT는 1차전에서 하루 쉰 고영표 카드를 택한 덕에 2차전부터 선발진 교통 정리가 완벽하게 이뤄졌다. 1일 5위 결정전에 나섰던 엄상백이 4일 휴식 후 6일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 나섰고, 2일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선발 쿠에바스가 5일 휴식 후 8일 3차전, 3일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 선발 벤자민이 5일 휴식 후 9일 4차전, 1차전 선발 고영표가 역시 5일 휴식 후 11일 5차전에 나서는 질서정연한 로테이션이 꾸려졌다.
그런데 왜 벤자민과 쿠에바스의 순서를 바꾼 것일까. 6일 잠실에서 만난 이 감독은 “처음 들어올 때부터 그렇게 계산했다. 쿠에바스가 너무 많이 던져서 더 휴식을 주고 싶었고, 상대 전적에서도 벤자민이 더 좋다. 잘 되면 벤자민이 삼성 라이온즈전(플레이오프)에도 먼저 들어갈 수 있다”라고 순서 변경 승부수를 던진 이유를 밝혔다.
벤자민은 지난 2022년 5월 부상으로 떠난 에이스 쿠에바스의 대체 외국인선수로 KT 유니폼을 입었다. 벤자민은 2021년 메이저리그를 밟은 양현종과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한솥밥을 먹었는데 이에 이 감독이 옛 제자인 양현종에게 벤자민의 정보를 물으며 영입에 도움을 얻었다. 이 감독은 “(양)현종이가 벤자민을 적극 추천했다”라고 뒷이야기를 밝혔다.
벤자민은 2022년 KBO리그 적응을 마친 뒤 이듬해부터 2년 연속 트윈스 킬러로 군림했다. 벤자민의 통산 LG전 성적은 10경기 5승 2패 평균자책점 1.66(59⅔이닝 11자책)으로, 2023시즌 5경기 4승 무패 평균자책점 0.84에 이어 올해도 4경기 1승 1패 평균자책점 1.93의 강세를 보였다.
반대로 쿠에바스는 LG만 만나면 줄곧 작아졌다. 2019년부터 통산 9경기에 등판해 승리 없이 4패 평균자책점 9.00(43이닝 43자책)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올해도 LG 상대 6월 8일 수원에서 5이닝 8피안타(1피홈런) 3볼넷 3탈삼진 7실점으로 흔들리며 패전투수가 된 기억이 있다. 사령탑이 운명의 3차전 선발로 벤자민을 일찌감치 낙점한 이유다.
LG 킬러의 출격과 더불어 2차전 패배 속에서 얻은 소득도 제법 있었다. 이 감독은 2차전을 마친 뒤 “불펜진이 애매했는데 우규민이 좋은 투구를 해줘서 하나의 카드가 더 생겼다. 천성호도 컨디션이 좋아 보인다. 김상수도 오늘 경기 뛰어서 다음 경기 편하게 들어갈 수 있다”라며 “실책이 나왔지만, 선수들이 지금까지 너무 잘해왔다. 계속 연달아 경기를 하면 조금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 하루 쉬면서 준비 잘하겠다”라고 3차전 출사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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