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잠실, 한용섭 기자] 부친상을 치른 직후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서도 마무리투수로서 팀 승리를 지켰다.
프로야구 LG 트윈스 유영찬(27)이 부친상의 슬픔을 이겨내고 준플레이오프 2차전 승리를 지켰다. 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2차전 KT와 LG의 경기.
LG가 7-2로 리드한 9회초 유영찬이 마운드에 올랐다. 5점 차 여유가 있는 상황이었지만, 1차전에서 패배한 LG는 6회 1사 후 에르난데스가 등판해 1⅔이닝 무실점으로 막고, 8회 베테랑 김진성이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9회 마무리에게 맡겼다.
유영찬은 선두타자 황재균을 유격수 뜬공으로 아웃을 잡았다. 심우준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김민혁을 3구삼진으로 돌려세웠다. 2아웃을 잡고서 로하스에게 2루 베이스쪽 내야안타를 맞고, 조대현을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내 2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강백호를 좌익수 뜬공으로 경기를 끝냈다.
1이닝 동안 29구를 던지며 1피안타 1볼넷 1사구를 내주며 고전했지만 실점없이 경기를 마쳤다. LG는 7-2로 승리하며 시리즈 성적 1승 1패 동률을 이뤘다.
경기가 끝나고, 유영찬은 LG 덕아웃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했다. 유영찬은 “(아버지가) 많이 생각도 났는데 그래도 야구랑은 별개라고 생각하고 마운드 위에서는 똑같은 마음으로 던졌다”고 감정을 억누른 채 담담하게 말했다.
컨디션 조절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유영찬은 전날(5일) 발인을 마치고 오후 6시쯤 선수단 숙소인 롯데호텔에 도착했다. 장례식장은 경기도 안산이었고, 장지는 경북 구미였다. 새벽 4시에 일어나 구미를 갔다가 왔다. 유영찬은 “어제 저녁에 도착하고, (상을 치르며) 잠을 좀 많이 못 자서, 바로 잤다”고 말했다.
경기 시작에 앞서 LG 선수들은 유영찬을 위로하고, 추모 묵념을 했다. 유영찬은 “형들하고 동생들이 많이 생각해 주고 많이 챙겨줘서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울컥하는 마음도 드러냈다.
2차전 선발투수로 등판해 데뷔 14년 만에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선발승을 기록한 임찬규는 "영찬이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가슴 아픈 일을 겪었는데, 하루도 지나지 않아 팀에 복귀했다. 정말 힘들었을텐데 기특하다. 힘들고 마음 아프겠지만 가족과 팬을 위해 좋은 투구를 해서 고맙다"고 말했다.
1차전에서 1⅔이닝(17구) 무실점, 2차전 1이닝(11구) 무실점을 기록한 불펜 베테랑 김진성은 2차전을 앞두고 "영찬이가 1차전에 등판하지 못해 팀에 미안한 감정을 가질까 봐 가장 신경 쓰였다"고 걱정했다.
1이닝 29구를 던졌다. 7일 하루 쉬고 8일 3차전을 준비한다. 유영찬은 "주자를 내보내긴 했는데 그래도 공은 후반기보다는 더 좋아진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이천에서 합숙 훈련을 할 때 최대한 회복 중심으로 훈련하며 회복에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염경엽 감독은 “첫 경기이기도 하고, 오늘 실점을 했으면 힘들었을텐데 그래도 다행히 무실점으로 막았기 때문에 점점 더 좋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2020년 2차 5라운드 43순위로 LG에 입단한 유영찬은 군 복무를 마치고 지난해 1군에 데뷔해 불펜으로 뛰었다. 2년차인 올 시즌에는 마무리 보직을 맡았다. 고우석이 미국으로 진출하면서, LG의 새 마무리로 낙점됐다. 150km의 빠른 직구와 스플리터, 슬라이더를 던진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배짱 넘치는 투구로 큰 무대에서 전혀 떨지 않는 대담함을 보여줬다.
유영찬은 올해 62경기에 등판해 7승 5패 26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2.97을 기록했다. 전반기 평균자책점 1.82로 위력적이었는데, 후반기에는 평균자책점 4.88로 블론세이브와 실점이 많았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부친상 아픔을 겪었지만, 첫 등판에서 이를 극복하고 승리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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