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후광 기자] 이번 가을 들어 ‘투혼의 사나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 KT 위즈 토종 에이스 고영표. 그런데 고영표보다 더 강한 체력으로 이강철 감독의 부름을 받는 투수가 있었으니, ‘제2의 오승환’ 박영현(21)이 그 주인공이다.
유신고를 나와 2022년 KT 1차지명된 박영현은 첫해 포스트시즌 최연소 세이브를 올리며 대형 클로저의 탄생을 알렸다. 그리고 지난해 68경기(75⅓이닝) 3승 3패 4세이브 32홀드 평균자책점 2.75로 호투하며 베테랑 노경은(SSG 랜더스)을 2개 차이로 따돌리고 KBO 최연소 홀드왕을 차지했다. 노경은, 임기영(KIA 타이거즈), 김명신(두산 베어스)에 이은 불펜 최다 이닝 4위였다. 여기에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에 출전하며 귀중한 경험까지 쌓았다.
박영현은 이에 힘입어 3년차인 2024시즌 KT 클로저로 전격 발탁됐다. 부동의 마무리투수였던 김재윤이 4년 총액 58억 원에 삼성 라이온즈로 FA 이적하며 공백이 생겼고, 이강철 감독은 부산 기장 스프링캠프에서 일찌감치 박영현에게 마무리를 맡기기로 결정했다.
박영현의 전반기 퍼포먼스는 기대 이하였다. 3월 3경기 평균자책점 14.73의 악몽을 겪은 뒤 4월 4.22, 5월 0.68로 안정을 찾는 듯 했지만 6월 8.71로 흔들리면서 시즌 평균자책점 4~5점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강철 감독은 “팀이 자주 이기지 못하면서 마무리투수 등판 일정이 불규칙해졌다. 박영현은 자주 던지면서 감을 잡는 스타일인데 가끔 나오다보니 기복을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또 풀타임 마무리를 처음 맡다보니 거기에서 오는 시행착오도 있었다.
박영현은 7월 들어 마침내 제2의 오승환의 면모를 되찾았다. 7월 2승 8세이브 평균자책점 0, 8월 3승 4세이브 평균자책점 1.80의 역투하며 KT의 마법의 5위 도약을 이끈 것. 박영현의 시즌 최종 성적은 66경기 10승 2패 25세이브 평균자책점 3.52(76⅔이닝 30자책)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75이닝 투혼을 펼쳤고, 10승을 거두면서 2005년 오승환(삼성 라이온즈) 이후 19년 만에 불펜 승률왕(.833)에 올랐다.
그럼에도 박영현은 지치지 않는다. 10월의 첫날 SSG 랜더스와의 5위 결정전에서 1⅓이닝 무실점 26구를 기록한 그는 2일 두산 베어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1이닝 무실점 17구, 3일 2차전 1이닝 무실점 8구로 3연투 투혼을 선보였다. 그리고 하루 휴식 후 5일 LG 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1이닝 무실점 14구의 안정감을 뽐냈다. 가을 들어 펼쳐인 4차례의 빅게임에서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KT의 KBO리그 최초 5위 결정전 승리, 최초 5위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업셋, 준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 뒤에는 박영현의 헌신이 있었다. 이강철 감독은 1차전을 마친 뒤 “박영현은 항상 공을 많이 던지게 해야 공이 더 좋아지는 경향이 있다”라고 마무리의 투혼에 박수를 보냈다.
박영현은 KT가 6일 2차전을 내주면서 경기가 없는 7일까지 더해 이틀의 꿀맛 같은 휴식을 가졌다. 이제 8일부터 KT의 홈구장인 KT위즈파크에서 시리즈가 열리는 가운데 충분한 휴식을 취한 박영현이 또 어떤 어마어마한 구위를 선보일지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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