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수원=양정웅 기자]

KT 심우준.

벼랑 끝에 몰렸던 KT 위즈가 탈락 위기에서 기사회생했다. 고영표의 역투가 빛난 가운데, 심우준의 안타로 경기가 끝났다.

KT는 9일 오후 2시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2024 신한 SOL 뱅크 KBO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선승제) 4차전에서 6-5로 승리, 시리즈 전적을 2승 2패 원점으로 돌렸다.

이로써 KT는 1패만 해도 탈락하는 상황에서 소중한 1승을 챙기며 시리즈를 원점으로 돌렸다. 역대 5전 3선승제 준PO에서 1승 1패 이후 3차전 패배팀은 6번 모두 탈락했다. 0%의 확률에 도전했던 KT는 일단 시리즈를 오는 1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최종 5차전으로 끌고가는 데 성공했다.

경기 전 이강철 KT 감독은 "쿠에바스가 거의 5일 이상 쉬었다. 잘 던지면 구위에 따라서, 보고 교체할 생각이다"며 "최하 5이닝 이상 던져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구원투수 운용에 대해서는 고영표와 소형준, 박영현으로 끝내는 게 이기는 카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조금 점수 차가 나면 소형준과 박영현으로 끝내며 나머지 투수를 최대한 아끼며 가는 게 좋다"고 예고했다.

KT 고영표가 9일 열린 2024 KBO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쿠에바스는 이 감독의 기대만큼 투구를 펼쳐주진 못했다. 2회 김현수와 박해민에게 백투백 홈런을 맞았고, 3회에도 볼넷 2개를 내주며 위기를 자초했다가 겨우 막았다. 4회에는 오지환의 2루타와 문성주의 좌전 적시타로 한 점을 더 내줬고, 결국 4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갔다.

하지만 KT에는 만능카드 고영표가 있었다. 시즌 최종전부터 5위 결정전,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서 구원 등판,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선발로 나섰던 그는 쿠에바스의 뒤를 이어 5회 마운드에 올랐다. 그는 춤추는 체인지업으로 LG 타선을 3⅓이닝 1실점으로 요리했다.

KT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건 타선이 제 역할을 해줬기 때문이다. 1-3으로 뒤지던 KT는 4회 말 4안타 2볼넷을 집중시켜 3점을 얻어 역전에 성공했다. 이어 고영표가 올라온 후 5회에는 강백호가 이번 가을야구 개인 첫 번째 홈런을 터트렸다.

반면 LG는 선발 디트릭 엔스는 4회 갑작스럽게 무너지면서 3⅓이닝 6피안타 2사사구 3탈삼진 4실점으로 강판됐고, 타선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패전투수가 됐다. 이어 등판한 베테랑 김진성도 홈런을 허용하며 오히려 격차를 벌렸다. 타선에서는 전날까지 11타수 1안타로 침묵했던 주장 김현수가 홈런 포함 멀티히트를 터트렸고, 9번 문성주도 2안타로 분전했다.

KT는 김민혁(좌익수)-멜 로하스 주니어(우익수)-장성우(포수)-강백호(지명타자)-문상철(1루수)-황재균(3루수)-배정대(중견수)-오윤석(2루수)-심우준(유격수) 순으로 선발 라인업을 짰다. 오재일과 김상수가 빠진 가운데, 전날(8일) 몸살감기 증세로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던 김민혁이 리드오프로 복귀했다.

이에 맞선 LG는 이날 홍창기(우익수)-신민재(2루수)-오스틴 딘(1루수)-문보경(지명타자)-박동원(포수)-오지환(유격수)-김현수(지명타자)-박해민(중견수)-문성주(좌익수)가 스타팅으로 나선다. 전날 승리를 이끈 라인업으로 출격했다.

LG 김현수(오른쪽)가 9일 열린 2024 KBO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2회 초 홈런을 터트린 뒤 박해민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초반 분위기는 전날 승리했던 LG가 주도했다. 박동원과 오지환이 연달아 범타로 물러나 2아웃이 됐지만, 김현수가 우중월 솔로홈런을 터트려 선취점을 올렸다. 이어 다음 타자 박해민까지도 초구에 비슷한 코스로 담장을 넘기면서 백투백 홈런을 기록했다. 역대 준플레이오프 8번째 연속타자 홈런이었다.

그러자 KT도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KT는 2회 말 선두타자 문상철이 볼카운트 2-2에서 5구째 시속 131km 체인지업을 공략,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포를 터트렸다. 문상철은 앞서 1차전에서도 엔스에게 결승 투런포를 터트린 바 있다.

LG는 4회 초 선두타자 오지환의 2루타와 2사 후 터진 문성주의 좌전 적시타로 3-1로 달아났다. 그러나 KT는 4회 말 맹공을 퍼부었다. 선두타자 강백호가 우익선상 안타와 우익수 홍창기의 실책으로 2루까지 향했고, 1사 후 황재균의 적시타가 나오며 한 점을 따라갔다. 이어 배정대와 오윤석의 연속 적시타로 KT는 3-3 동점을 만들었다.

KT 배정대(왼쪽)가 9일 열린 2024 KBO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4회 말 김민혁의 희생플라이 때 홈을 밟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KT 강백호가 9일 열린 2024 KBO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5회 말 솔로홈런을 터트리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KT는 심우준이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나갔고, 결국 LG는 엔스를 마운드에서 내려야 했다. 이어 등판한 김진성이 1사 만루에서 김민혁에게 우익수 방면 희생플라이를 내주면서 KT는 끝내 4-3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KT는 5회 말 공격에서도 강백호의 솔로홈런으로 한 점을 더 달아났다.

4회 이후 점수를 올리지 못하며 패색이 짙던 LG는 막판 엄청난 집중력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잘 던지던 고영표가 선두타자 문보경과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내줬고, 박동원의 땅볼 타구를 유격수 심우준이 호수비로 막아 1루 주자를 아웃시켰다. 여기서 KT는 고영표를 내리고 소형준을 투입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패착이 됐다. 그동안 잘 던졌던 소형준은 오지환에게 안타를 맞고 1, 3루 상황이 됐고, 포수 장성우의 포일과 김현수의 적시타로 2점을 내줘 끝내 5-5 동점이 됐다. 흔들린 그는 박해민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준 후 2아웃 상황에서 홍창기에게 내야안타를 허용해 만루 위기에 몰렸다. 결국 KT는 마무리 박영현을 투입해 힘겹게 막았다.

LG 김현수가 9일 열린 2024 KBO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8회 적시타를 친 후 대주자로 교체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9회 말, KT는 1사 후 김상수가 중전 안타로 살아나가며 기회를 만들었다. 황재균이 삼진아웃으로 물러났지만, LG의 연속 폭투로 주자가 3루로 진루했다. 그러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가 배정대를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결국 경기는 연장으로 향했다.

10회 초 LG가 점수를 올리지 못한 가운데, 10회 말 KT는 선두타자 오윤석이 중전 안타로 출루에 성공했다. 그러나 희생번트 이후 김민혁이 좌익수 플라이로 아웃됐고, 로하스의 고의4구 이후 장성우가 유격수 땅볼로 아웃돼 끝내기 기회를 날렸다.

이어 11회 말, KT는 선두타자 강백호가 친 타구가 좌익수 문성주의 글러브에 맞고 굴러갔고, 비디오 판독 결과 페어로 인정돼 2루타로 출루했다. 이후 김상수가 고의4구, 황재균이 야수선택으로 출루해 만루가 됐다. 배정대가 바뀐 투수 정우영에게 2루수 땅볼을 쳐 3루 주자가 아웃됐지만, 심우준의 땅볼을 LG 키스톤 콤비가 충돌하며 잡지 못해 결국 경기가 끝났다.



수원=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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