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대구=안호근 기자]
"비가 오면 안 하는 게 가장 좋다."(박진만 삼성 라이온즈 감독)
"비가 와서 정말 큰 도움이 됐다."(염경엽 LG 트윈스 감독)
피 말리는 가을야구 승부.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뜻하지 않은 하루 휴식에 양 팀 사령탑은 미소를 지었다. 한국시리즈로 향할 경우 소중한 휴식일 하루가 사라지게 된다. 그런데 두 감독은 만족감을 나타냈을까.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4일 오후 6시 30분부터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의 2024 신한 SOL 뱅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5전 3선승제) 2차전을 오후 4시 47분경 우천 취소했다.
15일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 열릴 2차전을 시작으로 PO 일정이 하루씩 밀리게 된다. 5차전까지 갈 경우 한국시리즈 일정도 밀리지만 3,4차전에서 끝나게 된다면 한국시리즈는 정상 진행된다. 즉 PO 승리 팀의 휴식일이 하루 줄어드는 것이다.
그럼에도 준플레이오프(준PO)부터 6경기를 치르고 올라온 LG는 물론이고 선발진 상황이 여의치 않은 삼성 모두 미소를 지었다. 충분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 박진만 감독 뜻대로, 레예스 휴식일 확보+'구토 투혼' 구자욱도 쉬어간다 삼성엔 아쉬운 결과처럼 보였다. 보름 가량에 걸쳐 여유 있게 가을야구를 준비했고 1차전에서 투타의 완벽한 조화 속에 10-4 대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그 기세를 몰아 에이스 원태인이 등판할 예정이었기에 2연승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러나 박진만 감독의 표정은 내심 우천 취소를 원하고 있었다. 사정을 들여다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박 감독은 우천 취소 결정 전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2차전 선발에 대한 질문에 "(우천 취소되면 선발은) 그대로 갈 것인데 비가 오면 안하는 게 좋다. 부상 염려도 있고 정상적인 경기력이 안 나올 것이기 때문"이라며 "비가 오면 여러 상황이 결과적으로 안 좋아질 수도 있다. 비가 와서 취소가 되면 원태인이 정상적으로 하루 뒤에 2차전에 나선다. 다만 경기 시작 후 원태인이 투구를 하고 취소가 된다면 가장 안 좋은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보다 큰 이유 중 하나는 1차전 선발로 나선 데니 레예스의 휴식일을 확보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코너 시볼드가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진 삼성은 3선발 체제를 선언했고 4차전엔 레예스가 나서야 했다. 이 경우 휴식일은 사흘 뿐인데 압도적인 1선발 투수들도 사흘 휴식 후 등판해 무너진 경우가 허다했다. 일정이 하루씩 밀렸고 1차전에서 6⅔이닝 3실점(1자책) 호투하며 승리 투수가 됐지만 101구나 던진 레예스의 휴식일을 하루 더 벌어줄 수 있다는 건 크나 큰 이점이 아닐 수 없다.
호재가 또 있다. 전날 결정적인 스리런 홈런을 날리며 팀 승리를 견인한 주장 구자욱은 경기 후 구토를 하며 인터뷰에도 참가하지 못할 정도로 컨디션 난조를 보였다. 박진만 감독은 "어제보다는 확실히 좋아졌다고 하는데 완전히 정상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며 "긴장을 많이 했는지 PO 전부터 컨디션이 썩 좋지는 않았다. 경기하면서 긴장도 하고 분위기나 여러 가지로 몸 상태가 100%는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삼성에서 절대적 역할을 차지하는 구자욱의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는 하루의 휴식일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 자신만만 염갈량 "모든 것이 우리 쪽으로 확률을 높였다" 우천 취소가 결정된 뒤 기자회견에 나선 염경엽 LG 감독의 표정은 매우 밝았다. 그는 "하루를 쉬면 우리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비가 와서 정말 큰 도움이 됐다"며 "휴식일이 생기면서 옵션이 늘어났다. 조금 더 우리 쪽으로 확률이 높아졌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LG는 선발 투수도 디트릭 엔스에서 손주영으로 교체했다. 손주영은 지난 8일 KT 위즈와 준PO 3차전 5⅓이닝 무실점, 11일 5차전 2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올 시즌 9승 10패 ERA 3.79로 LG의 로테이션 한 축을 맡았던 그는 가을야구에서 진정한 '빅게임 피처'의 면모를 보였다.
더구나 올 시즌 삼성을 상대로는 킬러 본능을 뽐냈다. 3경기에서 2승 ERA 1.04로 압도적이었다. 삼성 타선 상대 피안타율도 0.200에 불과했다.
염 감독은 "내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봤다. (2차전 선발을) 나 혼자 정할 순 없어 트레이닝 파트, 선수 본인과 얘기해 동의를 구했다"며 "엔스도 준PO부터 계속 3일 간격으로 등판해 이번에는 더 쉬게 해줘 더 빨리 회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친 불펜진에 휴식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기쁘다. 준PO에서 5경기에 개근한 엘리아스 에르난데스는 물론이고 1차전 최원태가 3이닝 만에 무너지며 무려 8명의 불펜 투수들을 가동해야 했던 LG이기에 더욱 휴식이 반가운 LG다.
"내일 경기를 하면 하루 또 휴식일이 있기 때문에 2차전에서 에르난데스가 2이닝을 소화하는 것도 문제없을 것"이라고 밝힌 염 감독은 "에르난데스를 빼면 불펜 투수 중에선 무리한 선수가 없다. 모든 것이 우리 쪽으로 확률을 높였다"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전날 6안타에 그치며 좀처럼 힘을 내지 못했던 타선도 한 번 쉬어가며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뜻하지 않은 우천 취소는 양 팀에 선물이 됐다. 보다 더 완성도 높은 전력으로 맞설 수 있게 된 2차전. 휴식 효과는 어떤 팀에 더 크게 작용하게 될까.
대구=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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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만 삼성 감독(왼쪽)과 염경엽 LG 감독. /사진=김진경 대기자 |
"비가 와서 정말 큰 도움이 됐다."(염경엽 LG 트윈스 감독)
피 말리는 가을야구 승부.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뜻하지 않은 하루 휴식에 양 팀 사령탑은 미소를 지었다. 한국시리즈로 향할 경우 소중한 휴식일 하루가 사라지게 된다. 그런데 두 감독은 만족감을 나타냈을까.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4일 오후 6시 30분부터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의 2024 신한 SOL 뱅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5전 3선승제) 2차전을 오후 4시 47분경 우천 취소했다.
15일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 열릴 2차전을 시작으로 PO 일정이 하루씩 밀리게 된다. 5차전까지 갈 경우 한국시리즈 일정도 밀리지만 3,4차전에서 끝나게 된다면 한국시리즈는 정상 진행된다. 즉 PO 승리 팀의 휴식일이 하루 줄어드는 것이다.
그럼에도 준플레이오프(준PO)부터 6경기를 치르고 올라온 LG는 물론이고 선발진 상황이 여의치 않은 삼성 모두 미소를 지었다. 충분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PO 1차전에서 승리 투수가 된 삼성 레예스. /사진=김진경 대기자 |
그러나 박진만 감독의 표정은 내심 우천 취소를 원하고 있었다. 사정을 들여다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박 감독은 우천 취소 결정 전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2차전 선발에 대한 질문에 "(우천 취소되면 선발은) 그대로 갈 것인데 비가 오면 안하는 게 좋다. 부상 염려도 있고 정상적인 경기력이 안 나올 것이기 때문"이라며 "비가 오면 여러 상황이 결과적으로 안 좋아질 수도 있다. 비가 와서 취소가 되면 원태인이 정상적으로 하루 뒤에 2차전에 나선다. 다만 경기 시작 후 원태인이 투구를 하고 취소가 된다면 가장 안 좋은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보다 큰 이유 중 하나는 1차전 선발로 나선 데니 레예스의 휴식일을 확보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코너 시볼드가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진 삼성은 3선발 체제를 선언했고 4차전엔 레예스가 나서야 했다. 이 경우 휴식일은 사흘 뿐인데 압도적인 1선발 투수들도 사흘 휴식 후 등판해 무너진 경우가 허다했다. 일정이 하루씩 밀렸고 1차전에서 6⅔이닝 3실점(1자책) 호투하며 승리 투수가 됐지만 101구나 던진 레예스의 휴식일을 하루 더 벌어줄 수 있다는 건 크나 큰 이점이 아닐 수 없다.
호재가 또 있다. 전날 결정적인 스리런 홈런을 날리며 팀 승리를 견인한 주장 구자욱은 경기 후 구토를 하며 인터뷰에도 참가하지 못할 정도로 컨디션 난조를 보였다. 박진만 감독은 "어제보다는 확실히 좋아졌다고 하는데 완전히 정상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며 "긴장을 많이 했는지 PO 전부터 컨디션이 썩 좋지는 않았다. 경기하면서 긴장도 하고 분위기나 여러 가지로 몸 상태가 100%는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삼성에서 절대적 역할을 차지하는 구자욱의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는 하루의 휴식일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준PO에서 '빅게임 피처'의 면모를 보인 LG 손주영. /사진=김진경 대기자 |
LG는 선발 투수도 디트릭 엔스에서 손주영으로 교체했다. 손주영은 지난 8일 KT 위즈와 준PO 3차전 5⅓이닝 무실점, 11일 5차전 2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올 시즌 9승 10패 ERA 3.79로 LG의 로테이션 한 축을 맡았던 그는 가을야구에서 진정한 '빅게임 피처'의 면모를 보였다.
더구나 올 시즌 삼성을 상대로는 킬러 본능을 뽐냈다. 3경기에서 2승 ERA 1.04로 압도적이었다. 삼성 타선 상대 피안타율도 0.200에 불과했다.
염 감독은 "내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봤다. (2차전 선발을) 나 혼자 정할 순 없어 트레이닝 파트, 선수 본인과 얘기해 동의를 구했다"며 "엔스도 준PO부터 계속 3일 간격으로 등판해 이번에는 더 쉬게 해줘 더 빨리 회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친 불펜진에 휴식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기쁘다. 준PO에서 5경기에 개근한 엘리아스 에르난데스는 물론이고 1차전 최원태가 3이닝 만에 무너지며 무려 8명의 불펜 투수들을 가동해야 했던 LG이기에 더욱 휴식이 반가운 LG다.
"내일 경기를 하면 하루 또 휴식일이 있기 때문에 2차전에서 에르난데스가 2이닝을 소화하는 것도 문제없을 것"이라고 밝힌 염 감독은 "에르난데스를 빼면 불펜 투수 중에선 무리한 선수가 없다. 모든 것이 우리 쪽으로 확률을 높였다"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전날 6안타에 그치며 좀처럼 힘을 내지 못했던 타선도 한 번 쉬어가며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뜻하지 않은 우천 취소는 양 팀에 선물이 됐다. 보다 더 완성도 높은 전력으로 맞설 수 있게 된 2차전. 휴식 효과는 어떤 팀에 더 크게 작용하게 될까.
김시진 경기 감독관(오른쪽)과 KBO 관계자들이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를 둘러보고 있다. 결국 이날 경기는 우천 취소됐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대구=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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