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나연 기자] 개그맨 이진호가 불법도박으로 주변인과 프로그램에까지 피해를 끼치고 있다. 본인은 "적어도 누군가에게 손가락질은 받는 사람은 되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하며 살겠다"고 말했지만, 개인의 이기심으로 여러 피해자들을 만들어낸 그의 행보에 대중은 싸늘하게 등을 돌렸다.
지난 14일 이진호는 자신의 소셜 계정을 통해 "저는 2020년 우연한 기회로 인터넷 불법도박사이트에서 게임을 시작하게 됐고, 감당하기 힘든 빚을 떠안게 됐다"고 자백글을 올렸다. 지인들의 충고와 연예계 일을 다시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도박에서 손을 뗐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금전적 도움을 받은 상태였다고.
이진호는 "금전적인 손해도 손해지만, 무엇보다 저를 믿고 돈을 빌려주신 분들께 너무 죄송했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올 때면 채무와 관련한 전화일까 심장이 뛰었고, 이 일이 언제 세상에 알려질까 하는 두려움에 하루하루가 매를 맞는 것 같았다. 차라리 모든 걸 고백하고 벌을 받고 나면 적어도 이런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제가 일을 해야 조금이나마 빚을 변제해 나갈 수 있었기에 그런 마음 역시 혼자만의 욕심이지 않을까 선뜻 선택을 내리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너무나 부끄럽고, 죄송하다. 방송에 나오는 유명인으로서 본분을 잊고 한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망쳐버린 지난 날이 진심으로 후회스럽다. 저에게 남겨진 채무는 무슨 일이 있어도 변제해 나갈 것을 약속드린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그것을 숨기기에 급급했던 저에게 실망하셨을 많은 분들께도 머리 숙여 사죄의 말씀드린다. 경찰 조사 역시 성실히 받고 제가 한 잘못의 대가를 치르겠다"고 고개 숙였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진호는 BTS(방탄소년단) 지민을 비롯해 이수근, 영탁, 하성운과 같은 동료 연예인을 비롯해 방송국 임원, PD, 작가 등에게도 돈을 빌린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 '부모님'이나 '세금' 등의 변명을 일삼았다고. BTS 소속사 빅히트 뮤직은 "금전 피해가 발생한 것은 사실이며, 차용증을 쓰고 대여해준 것이 전부"라고 설명했으며 영탁 소속사 어비스컴퍼니는 "이진호 씨가 세금 문제로 작년 7월 18일에 소속 아티스트 영탁에게 금전적 도움을 요청해 도움을 드렸고, 9월 12일에 전액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이수근과 하성운의 소속사 빅플래닛메이드는 관련 내용을 "파악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갑작스러운 그의 자백에 대중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 마치 죄책감을 이기지 못해 자백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간 침묵하다 자신의 불법도박에 대한 언론의 취재가 시작되자마자 입장문을 올린 행태에 일각에서는 여론 완화용으로 보도가 나가기 전에 한발 앞서 자백글을 올린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실제 이진호는 이미 지난 6월에도 한 차례 사기혐의로 피소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인에게 수천만원을 빌린 뒤 갚지 않아 고소를 당했던 것. 불법도박과 관련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피소 이후 채무를 변제하면서 고소가 취하됐지만 소송까지 이어질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음에도 일언반구 없이 활동을 이어간 것은 이해받기 어렵다.
더군다나 피소 당시 이진호는 '코미디 리벤지' 촬영에 한창이었을 터. 만약 그때 바로 제작진에 이 사실을 알리고 일찌감치 하차했다면 프로그램에 가해지는 피해 또한 적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진호는 프로그램이 공개되기 직전까지도 불법도박과 관련해 묵인했고, 공개 하루 전이자 제작발표회를 불과 1시간 앞둔 시점에 제작진과 상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자백문을 올렸다. 비난이 두려워 피하기 급급한 사이에 피해자는 나날이 늘어만 갔다.
이같은 중대한 사안에 대해 미리 언질도 없었던 탓에 제작진 및 출연진들은 사태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진호의 일방적인 불참 통보를 받고 제작발표회를 이어나가야 했다. 당시 권해봄 PD는 "저희가 파악할 시간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제가 들어오기 직전에 들었다. 그 글도 제대로 읽지 못홰 파악중인 상황이다. 제작진들과 관계자들은 전혀 몰랐다"고 당혹감을 드러냈다.
당장 하루 뒤 공개 예정이었던 만큼 본편 편집을 할 수조차 없었다. 단체 팀전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 특성상 특정 출연진만을 편집하는 것은 불가능했고, 무엇보다 그정도의 시간적인 여유도 없었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인물이 편집 없이 등장하니, 자연히 거부감을 내비치는 시청자들도 생겨났다.
결국 '코미디 리벤지'는 수많은 출연진들의 노력에도 이진호의 불법논란으로 얼룩져 제대로된 대중의 평가조차 받지 못하게 됐다. 말 그대로 다 된 밥에 재를 뿌린 셈이다. 이밖에 이진호가 2021년부터 고정으로 출연하던 JTBC '아는 형님'은 이진호의 하차 및 통편집을 결정했다. 이진호를 홍보대사로 위촉했던 화성시도 해촉을 위해 관련 조례를 검토 중이다.
이진호는 몇 번이나 일을 크게 키우지 않을 기회가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불법도박으로 모든 돈을 잃고 감당하기 힘든 빚을 떠안은 그는 나아가 자신이 뿌린 거짓말로 주변인들에 대한 신뢰까지 모조리 잃게 됐다. 한번 흠집난 이미지는 다시 되돌리기 힘들다. "다른 이의 모범이 되는 좋은 사람이 되진 못하더라도, 적어도 누군가에게 손가락질은 받는 사람은 되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하며 살겠다"는 그의 말이 지켜지기에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온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찰은 이진호의 불법도박 혐의에 대해 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국민신문고에 이진호의 도박 및 사기 혐의에 대한 수사 의뢰 진정이 접수돼 내사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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