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형래 기자] 153km를 던지는 선발 투수는 얼마나 매력적인가.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2025시즌 준비를 시작하는 과정에서 희망을 발견했다.
롯데는 지난 11일부터 투수와 타자 총 35명이 참가하는 마무리캠프를 시작했다. 2024년 정규시즌 7위에 머물며 7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한 롯데는 다시 2025시즌을 위한 담금질을 시작했다.
지난 14일에는 실전도 치렀다. 마무리캠프 과정을 점검하는 자리는 아니었다. 정규시즌 우승으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KIA 타이거즈의 스파링파트너로 광주에서 연습경기를 치렀다. 심재학 단장과 이범호 감독의 요청에 김태형 감독이 응하면서 전격 연습경기가 성사됐다.
이 과정에서 롯데는 KIA의 빡빡한 스파링파트너 역할을 했다. KIA의 실전 감각 회복과 긴장감 유지에 도움을 줬다. 선발 이민석이 포문을 제대로 열었다. 이민석은 선발 등판해 3이닝 1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최고 153km의 강속구를 던지면서 KIA를 깜짝 놀라게 했다.
2022년 1차지명으로 입단한 이민석은 올 시즌 18경기(5선발) 등판해 승리 없이 2패 1홀드 평균자책점 7.26의 성적을 남겼다. 2023년 개막전에서 팔꿈치 인대가 파열되면서 인대 접합 수술을 받고 1년여 의 재활을 거친 끝에 복귀했지만 아쉬움을 남겼다.
빠른 재활 페이스로 괌 1차 스프링캠프에서 합류해 김태형 감독 앞에서 불펜 피칭까지 마쳤고 이후 2군 개막 이후에는 차츰 이닝을 늘려가며 선발 수업을 받았다. 그러다 지난 5월 19일 잠실 두산전 선발 등판해 3⅓이닝 3피안타 1볼넷 4탈삼진 2실점으로 성공적으로 복귀전을 마쳤다. 손가락에 멍이 들면서 기회를 이어가지 못한 이민석은 6월 1일 복귀해 5이닝 4피안타(1피홈런) 1볼넷 3탈삼진 1실점 역투로 가능성을 비췄다.
하지만 이후 이민석은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빠른공의 구속은 여전했지만 제구가 흔들렸다. 31이닝 동안 20개의 탈삼진을 잡아낸 반면, 25개의 볼넷을 내줬다. 팔꿈치 부상 이후 첫 시즌. 이민석은 다시 감각을 되찾는데 의의를 두는 기록만 남겼다. 2군에서는 16경기 1승 6패 1홀드 평균자책점 4.99의 성적을 기록했다.롯데가 1차지명으로 지명했을 당시에도 이민석은 투수로서 경험이 그리 많은 편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150km가 넘는 강속구를 뿌리는 타고난 어깨를 무시할 수 없었다. 성장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선택했다.
189cm에 95kg이라는 당당한 체구를 갖고 있지만 체구에 비해 근력 등은 아직 성숙하지 않았다는 구단 내의 평가다. 2003년생, 21세의 선수이기에 아직 ‘어른의 몸’으로 거듭나지 못했다. 몸에 힘이 생기면 지금의 불안정한 밸런스나 메커니즘도 탄탄하게 다져질 가능성이 높다. 타고난 강한 어깨가 더욱 빛을 발휘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여전히 미완이지만 153km를 던지는 투수, 그것도 선발로 던질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매력적이다. 김태형 감독도 이런 점을 눈여겨 보고 올 시즌 도중 5선발로 기회를 줬다. 올해 롯데는 4~5선발이 궤멸이 되면서 치고 나아가야 할 때, 스스로 제동을 걸었다. 당초 4~5선발로 구상했던 나균안과 이인복이 시즌 초반 두들겨 맞는 경기들이 속출하면서 선발 고민이 시작됐다. 여기에 나균안은 6월 말, 선발 등판 당일 자정까지 술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물의를 빚었고 자체 징계까지 받았다. 이인복은 7월 20일이 마지막 1군 경기였다.
김진욱이 그나마 19경기 84⅔이닝 4승3패 평균자책점 5.31로 선발 투수로 시즌을 마쳤다. 그러나 기존 선발 구상에 있던 선수는 아니었다.
2025시즌을 위한 4~5선발 구상을 다시 해야 하는 입장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KIA를 상대로 보여준 이민석의 희망적인 피칭은 김태형 감독의 머릿속에 남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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