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후광 기자] 2024 KBO리그 다승 공동 1위의 희비가 엇갈렸다. 곽빈은 시즌을 마친 뒤 “난 원태인보다 한 단계 아래”라며 냉정한 시선을 보였는데 야속하게도 가을야구에서 그 평가가 현실이 됐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토종 에이스 곽빈은 올해 30경기 15승 9패 평균자책점 4.24로 호투하며 삼성 라이온즈 토종 에이스 원태인과 함께 공동 다승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국내선수의 다승 1위는 2017년 KIA 타이거즈 양현종 이후 7년 만이었다.
2018년 두산 1차지명 출신의 곽빈은 올해 한층 업그레이드 된 구위와 제구를 앞세워 30경기 15승 9패 평균자책점 4.24로 호투했다. 외국인투수들이 연이어 제 몫을 하지 못한 상황에서 1선발 역할을 수행했고, 지난달 26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 6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며 원태인과 함께 다승 공동 1위를 해냈다.
곽빈은 “솔직히 처음에는 다승왕 생각도 안했다. 당연히 (원)태인가 받을 거라고 생각했다”라며 “한국인 다승왕이 정말 오랜만이라서 좋다. 특히 올해 같은 타고투저 시즌에서 태인이와 함께 토종 다승왕을 차지해서 감사하고 영광스럽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곽빈보다 1년 늦은 2019년 삼성 1차지명된 원태인은 데뷔 첫해부터 줄곧 풀타임을 소화하며 6년차인 올해 다승왕의 꿈을 이뤘다. 2024시즌 기록은 28경기 15승 6패 평균자책점 3.66으로, 평균자책점은 원태인, 이닝은 곽빈이 앞섰다. 167⅔이닝의 곽빈이 159⅔이닝의 원태인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곽빈은 원태인과 공동 다승왕을 차지한 소감을 묻자 예상과 달리 냉정한 ‘셀프 디스’를 했다. 곽빈은 “겸손한 게 아니라 난 아직 (원)태인이보다 한 단계 이상 레벨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며 “태인이는 입단 때부터 여태까지 꾸준히 던졌고, 난 이제 4년째다. 태인이는 6년 가까이 풀로 던졌다. 또 태인이는 홈구장으로 라이온즈파크(타자친화적)를 쓰고, 난 잠실(투수친화적)을 쓴다. 실력 차이가 난다고 생각한다”라고 원태인의 15승에 더 높은 점수를 매겼다.
두산이 정규시즌 4위, 삼성이 2위에 오르며 곽빈과 원태인은 나란히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웃을 순 없었다. 한 명은 쓴맛을 봤고, 다른 한 명은 영웅이 됐는데 공교롭게도 곽빈의 냉정한 평가가 현실이 됐다.
곽빈은 지난 2일 KT 위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선발로 낙점됐지만, 1이닝 5피안타 2볼넷 1탈삼진 4실점 충격의 조기 강판과 함께 패전투수가 됐다. 올해 6경기 5승 무패 평균자책점 1.51로 강했던 KT 타선을 만나 1회부터 난타를 당했다. 에이스 붕괴를 극복하지 못한 두산은 1차전을 0-4로 내준 데 이어 2차전마저 0-1로 패하며 KBO리그 최초 와일드카드 결정전 업셋의 희생양이 됐다. 곽빈의 1차전 난조가 두고두고 아쉬운 시리즈였다.
원태인은 달랐다. 1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 선발 등판, 6⅔이닝 7피안타 2볼넷 3탈삼진 1실점 호투로 팀의 10-5 승리를 이끌었고, 2차전 데일리 MVP에 선정되며 상금 100만 원의 행운까지 안았다. 정규시즌 팀 타율 3위의 LG 타선을 상대로 퀄리티스타트 플러스급 피칭을 선보이며 시리즈 2승 고지 선점에 앞장섰다.
삼성은 남은 시리즈에서 1승만 추가하면 2015년 이후 8년 만에 대망의 한국시리즈 무대에 진출한다. 공동 다승왕 원태인의 2차전 역투가 시리즈의 흐름을 삼성 쪽으로 확실히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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