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구, 손찬익 기자]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이 무릎 부상으로 잔여 경기 출장 여부가 불투명한 ‘캡틴’ 구자욱(외야수)을 위해 똘똘 뭉쳤다.
구자욱은 지난 15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 3번 좌익수로 선발 출장했다. 0-1로 뒤진 1회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첫 타석에 들어선 구자욱은 LG 좌완 선발 손주영을 상대로 우전 안타를 때려냈다.
추격의 발판을 마련한 구자욱은 르윈 디아즈 타석에서 2루 도루를 시도했다. 세이프 판정을 받았지만 슬라이딩을 하는 과정에서 왼쪽 무릎을 다쳤다. 트레이너가 그라운드로 달려 나와 구자욱의 상태를 확인했고 구자욱은 계속 불편한 모습을 보였다.
디아즈의 빗맞은 타구가 좌익수와 유격수 사이에 떨어지는 2루타가 되면서 구자욱이 2루에서 3루를 지나 홈까지 들어왔다. 무릎 통증으로 제대로 뛸 수 없는 상태로 다리를 절뚝이며 득점을 올리는 투혼을 발휘한 것. 구자욱은 2회초 수비 때 이성규와 교체됐다. 우익수 김헌곤이 좌익수로 이동하고 이성규가 우익수로 나섰다.
구자욱은 SM영상의학과로 이동해 정밀 검진을 받았고 왼쪽 무릎 내측 인대가 미세하게 손상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구단 관계자는 “3~4차전은 출전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삼성은 2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며 한국시리즈 진출에 1승만을 남겨뒀지만 팀 전력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구자욱의 부상은 그야말로 치명타였다.
병원 검진을 마치고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 도착한 구자욱은 목발을 짚고 들어왔다가 휠체어를 타고 덕아웃으로 이동했다.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의미. 삼성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더라도 경기 출장 여부가 불투명하다.
지난 13일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3회 우중월 3점 홈런을 터뜨리는 등 4타수 3안타 3타점 원맨쇼를 펼치며 기선 제압에 앞장선 구자욱은 경기 후 구토 증세로 1차전 MVP 사진 촬영과 인터뷰를 생략한 채 병원으로 이동해 수액 치료를 받았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았으나 팀을 위해 참고 뛰었던 것. 구자욱은 2차전에서 한 타석 만에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빠지게 되는 불운을 겪게 됐다.
박진만 감독은 경기 후 “우리 팀의 주축 선수인 구자욱이 다치는 바람에 이기고 나서도 흥이 안 난다. 내일 상황을 봐야겠지만 3,4차전 출장은 어려운 상태”라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또 “잠실까지 선수단과 동행한다. 주장 역할을 잘하는 선수다. 현재 상태는 통증이 있어서 오늘 이동할지, 내일 이동할지 보고를 받아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삼성 선수들은 팀 승리를 위해 몸을 사리지 않은 구자욱을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2차전에서 연타석 홈런을 터뜨리며 팀 승리에 큰 공을 세운 김헌곤은 구자욱 부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는 “팀에 너무나 중요한 역할을 해주는 선수가 다쳐 마음이 좀 무겁다. 남은 선수들이 똘똘 뭉쳐 최대한 잘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결승 홈런을 날린 김영웅 또한 “많이 심란했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는데 (류)지혁이 형이 내야수를 다 불러 모아 ‘자욱이 형 몫까지 우리가 해야 한다’고 말씀해주셔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삼성은 올 시즌 특정 선수에 의존하지 않고 모든 선수들이 고른 활약을 펼치며 3년 만에 플레이오프에 직행했고 한국시리즈 진출을 눈앞에 두게 됐다. 구자욱의 잔여 경기 출장 여부가 불투명하지만 삼성 선수들은 책임 의식으로 뭉쳤다. 구자욱을 위해 있는 힘을 쥐어짜서 가을 무대의 주인공이 됐다는 의지로 가득하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