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박소영 기자] 고 송재림, 고 김수미의 유작이 나란히 베일을 벗는다.
15일 개봉하는 영화 ‘폭락’은 청년·여성·장애 가산점 등을 악용해 청년창업지원금을 부정 수급하고 고의 부도와 폐업을 전전하며 성공이라는 이름으로 타락해 가는 청년사업가의 2009년부터 2023년까지 과정을 담아냈다.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는 청년 사업가의 연대기를 통해 스타트업 투자의 이면과 낮엔 주식, 밤엔 코인 한탕주의에 중독된 청년들의 현실을 그린다.
특히 이 작품은 지난해 11월 세상을 떠난 배우 故 송재림의 유작이다. 송재림은 극 중 자칭타칭 사업 천재 주인공 양도현 역을 맡아 MOMMY라는 이름의 가상화폐를 개발하면서 돈의 강렬한 유혹 속으로 빠져드는 인물의 복잡한 감정적 변화를 그려냈다. 청년·여성·장애 가산점 등을 악용하여 청년 창업 지원금을 부정 수급하고 고의 부도와 폐업을 전전하다가, 투자유치를 받으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인물의 복잡한 인생을 섬세하게 표현해 냈다.
생전 인터뷰에서 송재림은 “무모할 수도 있지만,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면서 단순히 역할 이상의 메시지를 시사한 바 있다. 15일 개봉을 앞두고 주연배우로서 더욱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지만 이제 그는 세상에 없다. 지난해 11월 12일 서울 성동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송재림은 유서 2장을 남기고 사랑하는 이들 곁을 떠났다. 향년 39세.
다만 현해리 감독은 “아직도 안 믿긴다. 송재림 배우가 연기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출연한 작품이다. 이걸 보면 좋아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후시녹음을 하면서 보긴 했는데 기대감을 표출해서 더 아쉽다. 연기에 심각한 고민을 많이 했고, 이번 작품에도 편집적인 아이디어를 많이 줘서 아쉽다. 오히려 저는 이 작품이 송재림 배우의 마지막 작품이 되는 게 싫다. 아니었으면 좋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런가 하면 오는 24일에는 고 김수미의 유작이 공개된다. 영화 ‘귀신경찰’은 돈벼락 한 번 못 맞고 때아닌 날벼락을 맞은 이후 하찮은 능력을 갖게 된 경찰 민현준(신현준 분)이 그의 가족과 예기치 못한 사건에 얽히며 벌어지는 패밀리 코미디물이다. 지난해 10월 25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고 김수미의 유작이자 신현준이 김수미와 ‘가문의 영광(2005)’ 시리즈, '맨발의 기봉이(2006)’에 이어 세 번째로 모자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지난 13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현준은 “김수미 어머니가 그리워하셨던 영화가 ‘맨발의 기봉이’였다. 우리도 행복하고 관객도 편안하게 웃고 가족들끼리 보기 편안한 영화를 만들어 보자고 해서 ‘귀신경찰’이 탄생했다. 어머니의 바람처럼, 소원하신 대로 그런 영화가 나왔다. 어머니가 저희에게 주신 마지막 선물 같은 영화”라며 왈칵 눈물을 쏟았다.
이어 그는 “여기 와서 포스터를 봤는데 순간 너무 먹먹하더라. 김수미 어머니께서 ‘개봉 전날 우리 둘이 프로그램 많이 찍자, 홍보 많이 하자’ 하셨는데. 여기 의자가 하나밖에 없어서 기분이 먹먹하다. 영화에서 엄마로 만났지만 친엄마처럼 지냈다”며 다시는 함께 할 수 없는 고 김수미를 그리워했다.
고 김수미의 비보는 지난해 10월 25일 전해졌다. 사인은 고혈당 쇼크다. 심정지가 발생한 뒤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향년 75세. ‘귀신경찰’ 촬영 내내 건강하게 늘 웃으며 연기 열정을 불태웠던 고인은 이제 하늘의 빛나는 별이 됐다. 영화 말미 왕수미가 아들처럼 번개 맞는 듯한 설정으로 끝나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을 불어넣기도 했지만 다시는 김수미의 연기를 보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신현준은 "어머니는 우리가 영화 잘 만들어서 시리즈물로 갔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2편에서는 어머니가 초능력이 생기는 걸로 생각했는데 어머니가 소천하셨다. 모든 스태프들이 어머니께서 출연하신 모든 신을 건드리지 말자고 해서 엔딩을 그대로 썼다. 엄마랑 처음 ‘귀신경찰’ 할 때부터 프랜차이즈 코미디 영화로 시작한 게 맞다"며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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