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연휘선 기자] 전문의 파업으로 의사라는 직업 자체를 향한 국민적인 반감이 치솟은 시기, 의료계와 대중의 거리감을 확 좁혀줄 드라마가 나타났다. 배우 주지훈이 작정하고 오직 '사람을 살린다'는 궁극의 휴머니즘에만 집중한 '중증외상센터'. 대세 추영우의 거들기도 훌륭하다.
넷플릭스 시리즈 '중증외상센터'(극본 최태강, 연출 이도윤)는 전장을 누비던 천재 외과 전문의 백강혁(주지훈)이 유명무실한 중증외상팀을 심폐 소생하기 위해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통쾌한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인기리에 연재된 웹소설 '중증외상센터: 골든 아워'와 동명의 웹툰을 원작 삼아 드라마로 각색됐다.
'중증외상센터'는 주인공 백강혁의 행보를 따라 의사라는 직업과 소임에 대해 조명한다. 이를 통해 드라마는 환자를 살리는 게 아닌 병원의 경영에만 집중하는 의사들과 의료계의 행태를 고발하듯 풀어낸다. 중증외상환자 치료는 대학병원과 같은 3차 종합병동에서 제대로 구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자'를 이유로 외면받는 풍경은 씁쓸하게도 익숙하다.
동시에 살벌하리 만큼 현실적이다. 치료할 병원을 찾지 못해 구급차를 타고 떠돌고, 병원에 도착해 사망선고를 받아온 안타까운 사례들. 이는 비단 '중증외상센터'의 허구가 아닌 실제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현실이다. 심지어 10년도 훨씬 전부터 오랜 시간 꾸준히 제기된 사회적 문제다. 무려 13년 전 방송된 드라마 '골든타임'부터 최근까지 시즌제로 방송된 '낭만닥터 김사부'까지 통용될 정도로.
원작 소설부터 실제 의사가 집필한 작품인 여파일까. '중증외상센터'는 그 한탄을 보다 직설적으로 풀어낸다. 이는 원작부터 지녀온 웹소설 특유의 익숙하거나 작위적인 설정들도 그럴싸한 통쾌함이다. 물론 군수기업에서 용병으로 활약한 의사가 경영에만 몰두하는 대학병원 교수진에게 통렬한 일침을 남기는 풍경 등은 일면 유치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드라마라서 가능한', '웹소설의 유치함'을 살린 장면들이 '중증외상센터'를 현실에서 한 발짝 떨어지게 만든다. 나아가 전문의 파업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의료 시스템의 위기를 직면한 한국 대중에게 의사 주인공에 대한 반감을 희석시킨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는 명제가 '중증외상센터'가 처한 현실에서는 꽤나 유효하게 작용하는 셈이다.
주인공 백강혁을 맡은 주지훈은 특유의 노련하고 친숙한 현기로 작품을 견인한다. 제 잘난 맛에 사는 것 같아도 환자를 살리기 위해 물불 안 가리는 '사명감 넘치는 돌아이 백강혁'이 주지훈을 통해 생동감 넘치게 살아났다. '하이에나', '사랑은 외나무 다리에서'와 같은 전작들에서 찰떡같이 보여준 주지훈의 미워할 수 없는 잘난 남자 캐릭터가 경쾌하게 '중증외상센터'에서 고스란히 구현됐다.
백강혁의 제자 양재원 역의 추영우 또한 훌륭한 사이드킥이다. '서전'으로서 더없이 훌륭한 교수 백강혁 옆에서 전도유망한 항문외과를 뒤로하고 외상외과의 길을 걷게 되는 양재원. 추영우는 교과서를 벗어나 사명감을 깨우쳐 가는 모범생의 면모를 신예답지 않은 정확한 전달력으로 보여준다. '옥씨부인전'에서 명확한 1인 2역 연기로 호평받은 '대세'가 괜한 수식어가 아니었음을 증명하는 모습이다.
앞서 언급했든 2012년 '골든타임'부터 이국종 교수를 롤모델 삼아 한 성격하지만 중증외상환자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서전들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은 꾸준히 존재해왔다. '굿닥터', '낭만닥터 김사부' 모두 그 갈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언제까지 이런 의사 주인공을 봐야 하냐"는 지적보다는 "아직도 이런 주인공이 통하는 현실"을 돌이키게 만든다. 여기에 더해 '중증외상센터'는 웃음을 잃지 않는 경쾌한 매력으로 첫 OTT 메디컬 드라마로서 그 의미를 더한다.
1월 24일 넷플릭스 공개, 15세 이상 시청가능, 총 8부작이며 러닝타임은 회차별로 약 50분 안팎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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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