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사태' MBK…네파·영화엔지니어링 '경영 실패' 사례도 주목
입력 : 2025.03.0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김혜림 기자]
 6일 서울 시내 한 뚜레쥬르 매장에 홈플러스 상품권 사용 중단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사진제공=뉴시스
6일 서울 시내 한 뚜레쥬르 매장에 홈플러스 상품권 사용 중단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사진제공=뉴시스
홈플러스가 기습적으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며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과거 MBK 인수 기업의 경영 악화로 인한 투자 실패 사례들이 주목받고 있다. 거액의 대출을 통한 무리한 인수와 이후 투자금 회수를 위한 핵심 자산 매각, 고배당 등의 악순환으로 기업의 가치와 경쟁력이 크게 훼손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MBK파트너스 등 사모펀드의 경우 기업의 장기적 발전을 위한 투자나 사회적 책무를 외면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관련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홈플러스는 최근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 국내 유통업계는 물론 금융투자업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홈플러스는 MBK가 지난 2015년 7조 원 대 거액에 인수했지만 이후 재매각이 계속 미뤄지고 재무 부담이 산더미로 쌓여 MBK의 과거 여러 실패 사례들에 이어 대표적인 '아픈 손가락'으로 꼽혀 왔다.

특히 홈플러스는 최근 줄줄이 신용등급이 하락하며 위기에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신용평가사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홈플러스가 발행한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에 대한 신용등급을 기존 A3에서 'A3-'로 강등했다. 이후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자 한기평과 한신평은 신용등급을 A3-에서 디폴트 단계인 'D'로 일제히 추가 하향조정했다.

MBK 주도의 잇따른 자산 처분이 홈플러스의 경쟁력 저하를 촉발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M&A 과정에서 블라인드 펀드로 2조 2,000억 원을 투입하고 나머지 5조 원을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때 발생한 차입금을 갚기 위해 그동안 홈플러스가 보유한 점포 등 부동산을 순차적으로 유동화했다.

결국 대규모 당기순손실이 반복되면서 자본이 급감했고, 이런 영향에 2024년 11월 말 기준으로 홈플러스 부채비율은 1,408.6%로 크게 악화했다. 총차입금은 5조4,620억 원으로 차입금의존도가 60.3%에 달했으며 현금성자산을 제한 순차입금은 5조3,12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말 대비 1,194억 원 늘었다.

MBK가 인수 자금의 상당수를 대출받아 고가에 기업을 무리하게 인수한 뒤 이를 메우기 위한 부작용 등으로 기업 경쟁력이 훼손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홈플러스와 함께 MBK의 아픈 손가락 중 하나로 꼽히는 아웃도어 브랜드 업체 네파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네파는 한 해 1000억 원이 넘는 순이익을 내는 우량 아웃도어 브랜드였지만 MBK 인수 후 실적 악화에 빠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초 공개된 네파의 직전년도 실적은 심각한 마이너스 수준이었다. 1054억 728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이다. MBK 인수 시점인 2013년만 해도 한 해 1052억 1500만원의 이익을 내는 우량 아웃도어 브랜드였지만, MBK 인수 이후 경쟁력이 저하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업계에서 나온다.

업계에서는 MBK가 네파를 인수했을 당시는 아웃도어 시장 침체가 시작되는 시기여서 신성장 동력을 위한 돌파구를 확보하기 위해 투자에 집중해야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사모펀드 MBK가 인수한 뒤 네파로 떠넘겨진 인수 비용을 대신 갚아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실적이 급감하는 등 경쟁력이 크게 악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MBK는 2013년 당시 지분 94.2%를 9970억원에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5000억원 가량은 특수목적법인(SPC)의 금융 채무로 조달했는데, 이후 SPC와 네파가 합병하며 네파가 인수 금융 채무 원리금을 부담하게 됐다. 이에 따라 네파는 MBK 인수 이후 이자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실제로 네파가 2023년까지 부담한 이자 비용만 2708억원에 달하며, 2013년 34%이던 부채비율도 2023년 231%로 급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MBK가 네파의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고배당 정책을 시행했다는 점이다. MBK는 인수 직후인 2013년 8월부터 배당을 시작해 2013~2021년까지 총 833억원의 배당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MBK는 회사가 순손실 등을 기록하며 실적이 좋지 못했던 2017~2021년에도 보유 우선주에 대해 주당 평균 4만7000원 수준의 배당을 총 204억원 집행하기도 했다. 이는 액면가 500원의 94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철제 구조물 제조사 영화엔지니어링의 경우 기업회생을 신청한 홈플러스와 닮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MBK가 2009년 1,000억 원을 들여 인수한 영화엔지니어링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국내 강구조물 시공능력 평가 6년 연속 1위에 오를 정도로 뛰어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었다. 하지만 무리한 해외수주에 따른 운전자금 소진, 원청기업의 플랜트사업 수익성 저하에 따른 유동성 악화로 경영난에 직면했다. 결국 2016년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MBK는 2017년 회사 지분을 496억원에 연합자산관리(유암코)로 매각하며 손실을 겪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홈플러스 사태는 MBK식 기업경영의 부작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빚으로 기업을 인수하고 투자금과 빚을 갚다 보니 기업의 경쟁력은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며 "MBK의 경우 부실기업을 개선하는 사모펀드의 긍정적인 기능과 역할을 잃어버린 지 오래"라고 지적했다.




김혜림 기자 khr073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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