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바스찬 볼프] 손흥민에겐 멀고도 험한 주전의 길
입력 : 2012.01.2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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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함부르크(독일)] 평가와 현실의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질 않는다. 손흥민은 그 동안 늘 모두의 찬사와 격려를 받아왔다. 토르스텐 핑크 감독, 프랑크 아르네센 단장은 물론 팀의 주장 하이코 베스터만도 손흥민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분데스리가 후반기의 시작을 알리는 첫 경기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의 경기(22일, 1-5패)에서도 손흥민을 찾아볼 수 없었다. ‘슈퍼 탤런트’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마르쿠스 베리가 어깨 수술을 마치고 훈련에 복귀했지만 아직 경기를 뛸 준비가 채 되지 않았고, 믈라덴 페트리치 역시 2선의 괴칸 퇴레와 이보 일리세비치와의 호흡을 좀 더 맞춰야 한다. 즉 함부르크는 공격 라인의 전열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핑크 감독은 손흥민에게 최전방 스트라이커와 공격형 미드필더 그 어느 것도 맡기지 않았다. 이날 경기에서 핑크 감독은 원톱 전술을 선택했다. 파올로 게레로를 최전방 원톱 스트라이커로 박아두고 2선에 세 명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배치하는 전술의 변화를 꾀했다. 중앙에는 로베르트 테세, 오른쪽 측면에는 지긴 람을 우선적으로 기용하며 손흥민을 외면했다.

손흥민은 아무 말이 없었다. 스페인 마르벨라 전지훈련에서 볼 수 있었던 웃음도 사라졌다. 핑크 감독은 “손흥민이 어떻게든 다시 자신감을 되찾아야 한다”라고 말한 것이 전부였다. 도르트문트와의 경기를 앞두고 핑크 감독은 손흥민을 게레로와 함께 투톱으로 세운 전술훈련을 실시했다. 하지만 막상 경기를 앞두고 발표된 선발 명단에서는 그의 이름은 빠져있었다. 핑크 감독 체제에서 손흥민은 분데스리가 선발 출전수가 3회에 그치고 있다.

그 세 경기에서 나타난 손흥민의 경기력에 대해서 독일 축구전문지 ‘키커’도 핑크 감독의 편을 들어줬다. 손흥민은 1(매우 좋음)부터 6(매우 나쁨)까지의 평점에서 두 차례 5점, 그리고 한 차례 5.5점을 받은 게 전부였다. 희망적인 데뷔 시즌 이후 손흥민은 뭔가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르네센 단장은 “많은 사람들은 손흥민이 우리 팀에서 가장 어린 선수라는 사실을 잊고 있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그는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 인내가 필요하다”라며 손흥민을 감쌌다. 주장 베스터만도 “손흥민은 큰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분명한 것은 그가 지금도 조용히 자신의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이다. 손흥민은 그 동안 수많은 유망주들이 겪어온 과정을 보내고 있을 뿐이다”라는 생각을 밝혔다.

자, 이제 결정적 질문을 던지자. 손흥민은 과연 언제까지 기다리기만 해야 하는 걸까? 손흥민과 그의 에이전트 티스 블리마이스터는 지금의 이 상황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구단에 불평 한마디 해본 적이 없다. 이는 지금 손흥민이 후보 명단에 포함되어있는 자신의 처지를 아직까지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실제로 손흥민은 자신이 원하던 분데스리가 구단에 소속되어 있을 뿐 아니라 잉글랜드 이적설까지 나올 정도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다만 손흥민의 팀 내 입지가 지금 당장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 장딴지 부상으로 도르트문트전에서 조커 역할을 맡았던 페트리치가 이번 주말 베를린과의 경기에서는 제자리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잦은 부상으로 고생하던 베리 역시 핑크 감독의 훈련 메뉴를 열심히 수행 중이다. 미드필더 중에서는 2주 후 바이에른 뮌헨과의 경기 즈음에 일리세비치가 복귀한다. 함부르크 베스트XI을 향한 손흥민의 길은 아직 멀고도 험하다.

글. 세바스찬 볼프 (독일 축구전문지 ‘키커’ 함부르크SV 담당 기자)
번역. 고창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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