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허정무, “김남일∙설기현에 큰 기대 말아야”…왜?
입력 : 2012.03.0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류청 기자= 오빠가 아니라 형님이 왔다. 인천에, 그것도 두 명이나. 하지만 큰 기대는 말아야 한다.

인천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은 김남일과 설기현이 제주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두 선수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아 4일 벌어지는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개막전에 출전이 불투명했는데, 모두 제주로 향했다. 팬들을 설레게 하는 소식이다.

그런데 두 선수를 직접 영입한 허정무 감독은 지난 중국 전지훈련에서 한 ‘스포탈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김새는 이야기를 했다. 그는 “김남일과 설기현에게 큰 기대를 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했었다.

허 감독이 이런 언급을 한 이유는 따로 있다. 그는 “두 선수에게 전반기에 부담을 주지 말아야 한다. (김)남일이는 지난 시즌에 너무 많이 쉬었고, (설)기현이는 아직 부상을 완전히 떨치지 못했다”라고 했다.

몸 상태만을 고려한 것은 아니다. 허 감독은 두 선수의 팀 내 역할을 확실히 했다. “두 선수에게 성적에 대한 부담을 주면 안 된다. 남일이와 기현이는 존재 자체로 힘을 주는 선수들이다. 팀의 기둥이고 구심점이다.”

허 감독은 인천에 젊고 재능 있는 선수들이 많지만 그것만으로는 제 궤도에 오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어려운 고비를 넘기려면 젊은 패기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 산의 경사가 가장 가팔라졌을 때, 산전수전을 다 겪은 김남일과 설기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

두 선수도 자신의 역할을 아주 잘 알고 있다. 김남일은 권위를 버리고 어린 선수들과 스스럼없이 장난을 치며 팀 분위기를 이끌고 있고, 설기현도 “이제는 좀 여유로워 졌다. 후배들에게 내 경험을 나줘 주고 싶다”라며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허 감독의 노림수는 적중했을까? 그렇다. 선수들은 입을 모아 두 베테랑이 합류한 후 팀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했다. 부주장 안재곤은 “남일이 형과 기현이 형은 벤치에만 앉아서도 동기부여를 해줄 수 있다”라고 했다.

“8강에 들지 못하면 지휘봉을 사퇴하겠다”라던 허 감독의 발언은 철저히 ‘계산’된 것이었다. 허 감독은 이미 팀에 두 개의 기둥을 세워놓았다. 나머지 기둥을 만드는 것은 감독과 나머지 선수들의 몫. 제주와의 개막전이 더 궁금해지는 이유다.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