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명단을 가위바위보로?...이흥실 감독대행도 '개그 본능'
입력 : 2012.03.0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전주] 윤진만 기자= 최강희 현 대표팀 감독은 전북 현대 시절 화려한 입담으로 유명했다. 절박한 상황에서도 개그 본능을 뽐냈다. 불만도 유머로 승화했다. 선수, 기자, 팬 모두 최 감독이 뽐내는 언어의 드리블에 박장대소했다. 그런데 지휘봉을 넘겨 받은 이흥실 감독대행도 입담이 만만치 않다. 감독 데뷔전에서 성남에 3-2 승리한 그는 최 감독의 빈자리를 서서히 채우고 있다. 3일 하루 동안 이흥실 감독대행이 쏟아낸 어록을 모았다.

▲"안 친해서 그런가…"
최강희 감독은 모두가 아는 말도 그대로 하지 않고 돌려 말하곤 했다. 희극적인 요소를 넣기 위함이다. 이흥실 감독대행도 별단 다르지 않다. 감독 데뷔전을 앞두고 최강희 전(前) 전북 감독과 연락을 취했는지 묻자 “안 친해서 그런가… 연락을 안했다”며 웃었다. 그는 경기 후에야 “최강희 감독님이 내가 부담을 가질까봐 별 말을 안 하신 것 같다”고 했다.

▲"선발 명단, 가위바위보로 정하지, 뭐"
이흥실 감독대행의 고민 중 하나는 넘쳐나는 선수 중 선발 11명을 뽑는 것이다. 작년 K리그를 제패한 드림팀에 김정우, 서상민, 드로겟, 이강진 등이 추가되어 고민은 더욱 커졌다. 이흥실 감독대행은 민주주의적인 방법을 택했다. 그는 “가위바위보를 시키지 뭐. 아니면 훈련 끝나고 자주하는 골대 맞추기를 하던지”라고 행복한 고민을 내놨다.

▲루이스와의 밥값 내기
이흥실 감독대행은 최강희 감독 시절 감독과 선수간의 가교 역할을 했다. 그 임무는 지휘봉을 잡고서도 변함이 없다. 그는 3일 개막전에서 선수들을 대면했다. 일부 선수들은 양복을 입은 이 감독대행을 어색해했다. 그러나 브라질 출신 루이스는 변함 없이 내기를 걸었다. 공격 포인트 기록시 밥을 사는 내기다. 이 감독대행은 “작년엔 내가 더 승률이 좋았다. 뭐,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면 좋은 거니까 싼 거라도 많이 사줘야지”라며 웃었다.

▲"박원재를 이동국 밑에 세울까?"
이 감독대행도 정직하게 말하는 법을 잊은걸까. 그는 장난끼 넘치는 표정으로 농담을 섞어 취재진을 헷갈리게 했다. 레프트백 진경선과 박원재가 동시에 출전한 것에 대해 “박원재를 미드필드로 출전시키는 것이냐”는 질문하자 “글쎄? 경기 시작해야 안다. 동국이 밑에 설 지 아니면 다른 곳에 위치할 지는 모른다”고 농을 던졌다. 하지만 박원재의 전진배치가 실패로 돌아갔다. 그는 경기 후 “준비를 많이 했는데 원하는 대로 잘 되지 않았다”고 머리를 긁적였다.

▲경기 잘 못하면 두발 정리?
이 감독대행은 칠레 대표 공격수 드로겟의 꽁지 머리를 마음에 들지 않아 했다. 영입 직후 인터뷰에서 짧은 머리로 만들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개막 후에도 그 뜻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조건이 생겼다. 그는 “아직 실전을 치르지 않았다. 경기에 투입 시키고 마음에 안 들면 두발 정리를 시킬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감독대행은 “연습 때보니 공격 템포가 빠르더라. 측면에 세우면 잘 할 것 같다”며 기대를 했다. 기대에 부응하면 머리카락은 안전하다.

사진=이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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