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박주영(26, 아스널)이 병역 의무를 10년 연기했다. 이제 그는 군대를 가야 하기 때문에 생업을 잠정 중단하지 않아도 된다.
찬반양론이 뜨겁다. 잘했다고 응원하는 쪽, 못했다며 비난하는 쪽 그리고 병역의무 이행 약속까지 판단을 유보하자는 쪽 등등이다. 지나친 비난 자제를 촉구하는 온건적 의견도 눈에 띈다. 대한민국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곳이니 누구나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다. 특히 사회적 영향력이 큰 축구 국가대표선수가 유사이민이란 방법으로 병역의무를 사실상 피했다면, 논쟁과 논란은 불가피하다.
박주영은 이른바 ‘공인’이다. 그의 언행은 법전과 별개로 사회적 평가와 심판을 받는다. 억울할 수도 있지만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다. 한국에서 축구 국가대표팀은 국민적 관심사다. 지난달 29일 있었던 쿠웨이트전의 TV시청률이 20%를 넘겼다. 박주영은 국가대표팀의 얼굴 격인 선수다. 공인으로서의 완벽한 자격 조건을 갖추었고 “제발 날 좀 내버려둬”라고 하기엔 너무 큰 존재다. 사회는 공인에 대해서 일반인과는 다른 도덕성 잣대를 들이댄다. 그러나 일방적 폭력은 아니다. 공인 범주에 있는 사람은 신분적 특혜를 얻기 때문이다. 유명해져서 얻는 게 많아진 만큼 ‘싫은’ 현실도 끌어안아야 한다.
2011년 강호동은 탈세 문제로 연예계에서 잠정 은퇴해야 했다. 추징금만 납부하면 될 일이었지만 공인이었기에 사회적 비난에 생업을 중도 포기했다. 유승준은 아예 한국에 들어오지도 못한다. 합법적으로 미국시민이 된 유승준에게 국가는 권력을 휘둘렀다. 적지 않은 부유층 여성이 1억원짜리 피부클리닉에 다닌다. 하지만 어떤 정치인에겐 치명타가 된다. 많은 유학생이 박주영과 동일한 방법을 선택한다. 개인 차원으로 범위를 좁히면 박주영의 선택도 문제될 것 없다. 하지만 박주영이라서 다르다. 그 주체가 박주영이 되는 순간 대중은 너그러움을 폐기하고 비난의 활시위를 힘차게 당긴다. 불가피한 현실이다. 만약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이 박주영과 동일한 방법을 선택했다면 반대편에서 과연 순순히 넘어갔을까? 대중이 왈가왈부하면 안 되는 개인의 영역이 박주영은 일반인보다 훨씬 좁을 뿐이다.
이번 논쟁에서도 예외 없이 ‘국위선양’이란 표현이 등장한다. 그를 옹호하는 측에서는 이를 주된 명분으로 삼는다. 물론 박주영의 활약은 대한민국 브랜드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한국 축구의 위상에도 좋은 일이다. 단순히 생각해서 박주영의 골 소식으로 일주일을 시작하면 참 기분 좋다. 하지만 이를 국위선양이란 거창한 개념을 끌어들이기엔 시대가 많이 변했다. 박주영이 국가대표팀과 유럽 무대에서 뛰는 궁극적 이유는 자기만족과 개인 영달을 위해서다. 마찬가지로 그가 병역의무를 10년 연기시킨 것도 결국 자기자신을 위한 선택이다. 박지성의 국가대표팀 은퇴나 박주영의 병역의무 10년 연기를 ‘개인의 영역’으로 넣으면서 그에 대한 결과물은 '국가의 영역'으로 넣는 것은 모순이다.
국가대표 활동을 보자. 박지성의 국가대표팀 은퇴 이후 많은 사람들이 “할 만큼 했으니 이젠 개인을 위해 뛰어도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A매치 100경기와 월드컵 3회 출전이라는 업적이 뒷받침되었기에 박지성의 선택을 대중은 흔쾌히 수용했다. 그러나 축구만큼 국가대표팀 활동이 선수 개인에게 커다란 이득을 안겨주는 종목도 드물다. 국가대표팀 활약은 선수의 몸값과 상품가치에 엄청난 플러스 요인이 되어준다. 선수의 일방적 희생을 요구하는 노력봉사가 아니라 입신양명의 지름길이다. 노력에 대한 폄하가 아니다. 노력 못지 않게 그에 대한 보상이 충분히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공평한 거래다. 국가대표팀과 국위선양을 위한 선수 개인의 일방적 봉사로 치장하기엔 축구는 너무 ‘럭셔리’하다.
한국 사회는 전통적으로 해외 성공자에 대한 평가가 후하다. 같은 성과를 내도 국외 거주자가 훨씬 우대 받는다. 특히 스포츠 분야에서는 더 그렇다. 그래서 해외 진출하는 선수들 대부분 ‘국위선양’이란 표현을 입에 담는다. ‘국민타자’ 이대호도 일본프로야구 진출의 변으로 같은 단어를 썼다. 그 만큼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의 다른 표현이란 점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국위선양은 절대로 개인의 해외 진출의 이유가 될 수 없다. 이대호는 더 큰 무대를 향한 야망과 더 높은 연봉과 신분 상승을 위해, 즉 개인 영달을 위해 일본으로 건너갔을 뿐이다. 박주영이 지금 그곳에 있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모나코 진출, 아스널 이적, 병역의무 10년 연기 모두 근본적으로는 사익 극대화 방편이다. 오릭스가 롯데자이언츠보다, 모나코가 FC서울보다 각종 조건이 떨어졌어도 이대호와 박주영이 그 길을 선택했을까? 반 세기 전처럼 해외 취업자들을 영웅시하던 감각은 이제 어색하다. 선수 개인의 고귀한 희생이 필요할 정도로 21세기 대한민국 스포츠의 위상은 낮지 않다.
앞으로 박주영에게 ‘병역의무 회피 선수’라는 꼬리표가 아주 오랫동안 따라다닐 것이란 점이 개인적으론 가장 안타깝다. 앞으로는 그의 평범한 선택마저 필요 이상으로 불편한 진실과 연관될 공산이 매우 크다. 최강희 국가대표팀 감독은 2월29일 쿠웨이트전이 끝나고 박주영의 경기력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사실상 불합격 판정을 내렸다. 이대로라면 올 6월부터 시작되는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박주영의 선발을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정말 최강희 감독이 박주영을 선발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그의 대표팀 승선 실패를 분석함에 있어서 병역 논란 배경을 빼놓지 않을 것이다. 대표팀에 뽑힌다면 반대로 국가대표 자격 논란이 고개를 쳐들 것이다. 세상은 좋은 일보다 나쁜 일을 더 오래 기억하는 법이다.
박주영 측은 “선수 본인이 적절한 시기에 병역의무를 이행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밝혔다. 그래서 그때까지 이번 박주영의 선택에 대한 최종 판단을 미루자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일어난 일에 대한 평가와 의견 제시를 왜 먼 미래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솔직히 공감이 가지 않는다. 물론 언젠가 박주영이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고 병역의무를 이행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같은 맥락으로 그의 선택을 비난했던 사람들은 그때 가서 사과해도 늦지 않다.
다른 건 모르겠다. 이 글을 읽는 남성 독자께서는 자문해보시고, 여성 독자라면 옆에 있는 남성에게 물어봐 주시길 바란다. “만약 내가(또는 당신이) 사실상 병역을 면제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원 입대할 의향이 있는가?”라고. 아마도 대부분 비슷한 대답을 듣지 않을까 싶다.
찬반양론이 뜨겁다. 잘했다고 응원하는 쪽, 못했다며 비난하는 쪽 그리고 병역의무 이행 약속까지 판단을 유보하자는 쪽 등등이다. 지나친 비난 자제를 촉구하는 온건적 의견도 눈에 띈다. 대한민국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곳이니 누구나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다. 특히 사회적 영향력이 큰 축구 국가대표선수가 유사이민이란 방법으로 병역의무를 사실상 피했다면, 논쟁과 논란은 불가피하다.
박주영은 이른바 ‘공인’이다. 그의 언행은 법전과 별개로 사회적 평가와 심판을 받는다. 억울할 수도 있지만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다. 한국에서 축구 국가대표팀은 국민적 관심사다. 지난달 29일 있었던 쿠웨이트전의 TV시청률이 20%를 넘겼다. 박주영은 국가대표팀의 얼굴 격인 선수다. 공인으로서의 완벽한 자격 조건을 갖추었고 “제발 날 좀 내버려둬”라고 하기엔 너무 큰 존재다. 사회는 공인에 대해서 일반인과는 다른 도덕성 잣대를 들이댄다. 그러나 일방적 폭력은 아니다. 공인 범주에 있는 사람은 신분적 특혜를 얻기 때문이다. 유명해져서 얻는 게 많아진 만큼 ‘싫은’ 현실도 끌어안아야 한다.
2011년 강호동은 탈세 문제로 연예계에서 잠정 은퇴해야 했다. 추징금만 납부하면 될 일이었지만 공인이었기에 사회적 비난에 생업을 중도 포기했다. 유승준은 아예 한국에 들어오지도 못한다. 합법적으로 미국시민이 된 유승준에게 국가는 권력을 휘둘렀다. 적지 않은 부유층 여성이 1억원짜리 피부클리닉에 다닌다. 하지만 어떤 정치인에겐 치명타가 된다. 많은 유학생이 박주영과 동일한 방법을 선택한다. 개인 차원으로 범위를 좁히면 박주영의 선택도 문제될 것 없다. 하지만 박주영이라서 다르다. 그 주체가 박주영이 되는 순간 대중은 너그러움을 폐기하고 비난의 활시위를 힘차게 당긴다. 불가피한 현실이다. 만약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이 박주영과 동일한 방법을 선택했다면 반대편에서 과연 순순히 넘어갔을까? 대중이 왈가왈부하면 안 되는 개인의 영역이 박주영은 일반인보다 훨씬 좁을 뿐이다.
이번 논쟁에서도 예외 없이 ‘국위선양’이란 표현이 등장한다. 그를 옹호하는 측에서는 이를 주된 명분으로 삼는다. 물론 박주영의 활약은 대한민국 브랜드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한국 축구의 위상에도 좋은 일이다. 단순히 생각해서 박주영의 골 소식으로 일주일을 시작하면 참 기분 좋다. 하지만 이를 국위선양이란 거창한 개념을 끌어들이기엔 시대가 많이 변했다. 박주영이 국가대표팀과 유럽 무대에서 뛰는 궁극적 이유는 자기만족과 개인 영달을 위해서다. 마찬가지로 그가 병역의무를 10년 연기시킨 것도 결국 자기자신을 위한 선택이다. 박지성의 국가대표팀 은퇴나 박주영의 병역의무 10년 연기를 ‘개인의 영역’으로 넣으면서 그에 대한 결과물은 '국가의 영역'으로 넣는 것은 모순이다.
국가대표 활동을 보자. 박지성의 국가대표팀 은퇴 이후 많은 사람들이 “할 만큼 했으니 이젠 개인을 위해 뛰어도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A매치 100경기와 월드컵 3회 출전이라는 업적이 뒷받침되었기에 박지성의 선택을 대중은 흔쾌히 수용했다. 그러나 축구만큼 국가대표팀 활동이 선수 개인에게 커다란 이득을 안겨주는 종목도 드물다. 국가대표팀 활약은 선수의 몸값과 상품가치에 엄청난 플러스 요인이 되어준다. 선수의 일방적 희생을 요구하는 노력봉사가 아니라 입신양명의 지름길이다. 노력에 대한 폄하가 아니다. 노력 못지 않게 그에 대한 보상이 충분히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공평한 거래다. 국가대표팀과 국위선양을 위한 선수 개인의 일방적 봉사로 치장하기엔 축구는 너무 ‘럭셔리’하다.
한국 사회는 전통적으로 해외 성공자에 대한 평가가 후하다. 같은 성과를 내도 국외 거주자가 훨씬 우대 받는다. 특히 스포츠 분야에서는 더 그렇다. 그래서 해외 진출하는 선수들 대부분 ‘국위선양’이란 표현을 입에 담는다. ‘국민타자’ 이대호도 일본프로야구 진출의 변으로 같은 단어를 썼다. 그 만큼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의 다른 표현이란 점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국위선양은 절대로 개인의 해외 진출의 이유가 될 수 없다. 이대호는 더 큰 무대를 향한 야망과 더 높은 연봉과 신분 상승을 위해, 즉 개인 영달을 위해 일본으로 건너갔을 뿐이다. 박주영이 지금 그곳에 있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모나코 진출, 아스널 이적, 병역의무 10년 연기 모두 근본적으로는 사익 극대화 방편이다. 오릭스가 롯데자이언츠보다, 모나코가 FC서울보다 각종 조건이 떨어졌어도 이대호와 박주영이 그 길을 선택했을까? 반 세기 전처럼 해외 취업자들을 영웅시하던 감각은 이제 어색하다. 선수 개인의 고귀한 희생이 필요할 정도로 21세기 대한민국 스포츠의 위상은 낮지 않다.
앞으로 박주영에게 ‘병역의무 회피 선수’라는 꼬리표가 아주 오랫동안 따라다닐 것이란 점이 개인적으론 가장 안타깝다. 앞으로는 그의 평범한 선택마저 필요 이상으로 불편한 진실과 연관될 공산이 매우 크다. 최강희 국가대표팀 감독은 2월29일 쿠웨이트전이 끝나고 박주영의 경기력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사실상 불합격 판정을 내렸다. 이대로라면 올 6월부터 시작되는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박주영의 선발을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정말 최강희 감독이 박주영을 선발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그의 대표팀 승선 실패를 분석함에 있어서 병역 논란 배경을 빼놓지 않을 것이다. 대표팀에 뽑힌다면 반대로 국가대표 자격 논란이 고개를 쳐들 것이다. 세상은 좋은 일보다 나쁜 일을 더 오래 기억하는 법이다.
박주영 측은 “선수 본인이 적절한 시기에 병역의무를 이행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밝혔다. 그래서 그때까지 이번 박주영의 선택에 대한 최종 판단을 미루자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일어난 일에 대한 평가와 의견 제시를 왜 먼 미래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솔직히 공감이 가지 않는다. 물론 언젠가 박주영이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고 병역의무를 이행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같은 맥락으로 그의 선택을 비난했던 사람들은 그때 가서 사과해도 늦지 않다.
다른 건 모르겠다. 이 글을 읽는 남성 독자께서는 자문해보시고, 여성 독자라면 옆에 있는 남성에게 물어봐 주시길 바란다. “만약 내가(또는 당신이) 사실상 병역을 면제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원 입대할 의향이 있는가?”라고. 아마도 대부분 비슷한 대답을 듣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