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에어컨 논쟁, 명승부의 ‘에피타이저’
입력 : 2012.06.0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도하(카타르)] 류청 기자= 한국과 카타르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차전을 앞두고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른 것은 에어컨이다. 경기가 벌어지는 알 사드 스타디움의 에어컨 가동문제를 두고 은근한 신경전이 있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에어컨 논쟁은 주식을 먹기 전에 나오는 에피타이저와 같다. 별다른 문제가 아니다. 양쪽이 서로의 우세를 주장하면서 나올 수 있는 수 많은 주제 중의 하나다. 경기 전에 말로 전초전을 치르는 것 이상은 아니다. 옳고 그름의 문제, 꼼수의 문제가 아니다.

이정수는 7일(이하 현지시간) 벌어진 공식기자회견에서 에어컨 가동 문제를 언급했다. 카타르 측에서 에어컨을 틀지 않으면 “20분만 뛰다가 쓰러지겠다”라고 농담을 던졌다. 2022년 월드컵을 유치한 카타르에서 더위에 지쳐 쓰러지는 선수가 나오면 안 되는 것 아니냐는 뼈 있는 농담이었다. 현지 기자들도 웃을 수 있는 이야기였다.

이어 인터뷰에 나선 파울로 아우투오리 감독은 다른 식으로 에어컨 문제에 접근했다. 직접 에어컨 가동 문제를 언급하지 않고, 한국을 입에 올리지 않으면서도 환경은 환경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에 갔을 때 매우 추웠다. 하지만 날씨 때문에 졌다고 변명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장에서 시간차로 벌어진 논쟁은 별다른 무리 없이 끝났다. 감정싸움으로 번지지도 않았다. 경기 전에 벌이는 단순한 기싸움이었다. 기자회견장을 떠났을 때 불쾌함을 남기지 않을 정도였다. 현지 기자들도 이 문제에 대해서 더 이상 언급하지 않을 정도였다. 일상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던 까닭도 있다. 최 감독은 첫 훈련 때부터 “날씨가 이 정도면 괜찮다”라고 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온도가 낮고, 습도도 견딜만한 정도였기 때문이다. 선수들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최 감독은 이미 현지 환경을 고려한 전략과 전술을 준비했었고, 날씨 핑계를 댈 생각도 없었다. 그는 공식적으로 에어컨을 언급한 적도 없었다.

한국 대표팀은 같은 날 오후 7시부터 알 사드 스타디움에서 공식훈련을 소화했다. 선수들은 더위가 아닌 서늘함을 맛봤다. 에어컨이 가동돼 있었다. 전광판에는 ‘이정수 너의 집에 온 것을 환영한다’라는 문구가 올라왔고, 경기장은 쾌적했다. 선수들은 마지막 훈련에서 알 사드 스타디움의 에어컨 위력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양 팀은 한국 시간으로 9일 새벽 1시 15분부터 경기(JTBC 생중계)를 벌인다. 경기가 시작됐을 때 알 사드 스타디움의 에어컨에서는 시원한 바람이 나올 수도 있고,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양 팀은 똑 같은 조건에서 경기를 치르게 된다. 에어컨은 경기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경기 외적인 이야기 거리에 불과하다. 맛있는 에피타이저를 먹고 주요리를 제대로 즐기면 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힐랄에서 뛰었던 설기현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거기서 태어난 선수들도 똑같이 힘들어한다. 그렇게 걱정할 문제는 아니다. 자신감을 가지고 경기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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