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2기] 홍명보가 ‘제로톱’ 아닌 ‘원톱’ 외친 이유
입력 : 2013.08.0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김성민 기자= 홍명보 감독의 소신은 굳건했다. 변화는 시도하지만 자신이 갖고 있는 큰 축구관은 깨지 않으며 적절한 구심점을 찾는 모습이다.

홍명보 감독은 6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페루전(14일)에 나설 20명의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가졌다. 홍명보 감독이 이날 발표한 선수 명단을 잘 들여다보면 기본적인 틀은 유지 및 보수에 소폭의 변화를 주는 형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중 공격진의 변화는 눈에 띈다. 이번 명단에서는 지난 홍명보호 1기에서 9명이 빠지고 6명이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그중 5명이 공격수다. 조동건(수원), 임상협(부산), 이근호(상주), 백성동(주빌로), 조찬호(포항) 등의 선수들이 홍명보호의 골 가뭄을 해결 할 중책을 맡게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홍명보 감독이 이번 페루전에서 내세울 공격 전략의 변화도 예측할 수 있었다. 홍명보 감독은 한명의 최전방 공격수를 배치한 4-2-3-1 포메이션을 선호하는데, 이날 발탁된 선수들은 ‘제로톱’ 포메이션도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조찬호와 임상협의 존재가 그렇다. 두 선수는 정통 스트라이커가 아니라, 측면과 중앙을 휘저으며 공간을 확보, 슈팅으로 연결해 골을 기록하는 스타일이다. 그렇기에 홍명보 감독이 지난 3경기 동안, 큰 효과을 보지 못했던 ‘원톱’을 접어두고 ‘제로톱’을 가용할 가능성도 농후했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홍명보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제로톱을 사용할 것인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나는 제로톱을 잘 알지 못한다. 원톱 역할을 중요시 여긴다”며 분명한 선을 그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번 페루전에서 ‘제로톱’을 가동하기에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제로톱’ 전술은 중원에 공격형 미드필더의 숫자를 늘려 공격수들끼리의 연계 플레이를 통해 찬스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렇기에 기본적으로 선수들 간의 유기적인 활동 및 호흡이 가장 중요시된다. 하지만 홍명보 2기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12일에 대표팀 선수를 소집해 14일에 열리는 페루전 대비 훈련을 시작할 예정인데 경기 전까지 주어진 시간이 이틀 뿐 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절대 쉬운 작업이 아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접근도 이유로 들 수 있겠다. 홍명보호의 최종 목적지는 페루전이 아니라, 브라질 월드컵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격의 틀을 단번에 바꾸는 것은 무리수다.

설사 ‘제로톱’ 시험이 성공적인 결과를 야기한다고 해도, 공격의 핵심 자원이라 할 수 있는 손흥민(레버쿠젠), 지동원(선덜랜드), 박주영(아스널)등의 해외파 선수들이 합류했을 때 또 전술적인 적응의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똑같은 실험을 또 다시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축구판에서 트렌드는 분명 존재한다. 최근에는 스페인 등을 비롯한 유럽 축구 강국들이 ‘제로톱’ 붐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제 아무리 유행하고 멋있는 옷이라도 맞지 않다면 무용지물이다. 비록 오래됐을지라도 몸에 딱 ‘핏’되는 ‘원톱’이 홍명보 감독에게 더 나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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