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한화 이글스 포수 조인성. /사진=OSEN |
김응룡 감독이 '야신(野神)' 김성근 감독에게 남긴 '위대한 유산(遺産)' 조인성. 김응룡 감독이 지난 해 SK에서 조인성을 데려오지 않았다면 현재 한화에 조인성은 없었다.
'유산(遺産)'의 뜻을국어 사전에서 찾아보면 '죽은 사람이 남겨 놓은 재산', '앞세대가 물려준 사물, 또는 문화', 한자어로는 '전대(前代)의 사람들이끼쳐 준 업적(業績)' 등이 나온다. 영어로 '유산'은 '레거시(legacy)' 혹은 '헤리티즈(heritage)'로 표현한다.
프로야구에서 소중한 선수를 자신의 다음으로 팀을 맡게 된 감독에게 물려주는 경우 '유산'이라는 표현이 적합한 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글쓴이는 영국 작가 찰스 디킨스가 쓴 '위대한 유산(Great Expectations)'을 떠올렸다. 인간의 내면을 깊은 통찰력으로 들여다보며 쓴 소설이다. 2013년 영화로 나왔을 때 원제 'Great Expectations'가 '위대한 유산'으로 번역됐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안영명을 선발 등판시킨 8일 롯데전 4회초 수비에서 롯데 7번 박종윤에게 2타점 좌전 안타를 허용하자 투수 안영명 대신 포수 허도환을 교체했다. TV 중계화면에서 김성근 감독은 손가락 4개를 펴 보여 과연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눈길을 끌었다. 선발 포수 허도환 대신 마스크를 쓴 선수는 조인성이었다.
1975년생으로 만 40세인조인성은 한 살 위였던 삼성 포수 진갑용이 시즌 중인 6일 갑자기 현역 은퇴를 단행하면서 현역 최고령포수가 됐다. 포수 허도환은 1984년 생으로 31세이다. 조인성보다 9살이어리다. 흥미롭게도 우완 투수 안영명은 역시 1984년 생으로허도환과 동갑이다. 그러니까 이날 한화의 선발 배터리는 1984년생 동갑내기들, 안영명과 허도환이었다. 둘의 호흡이 잘 맞는지김성근 감독은 이들에게 중책을 맡겼다.
그러나 무엇인가 투수 리드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는지 0-1에서박종윤에게 적시타를 허용하고 0-3으로 뒤지게 되자 김성근 감독은 포수 교체를 단행했다.
조인성이 포수 마스크를 쓴 뒤 한화는 안영명에서 송창식으로 투수 교체가 진행되면서 5~6회를 무실점으로 버텼다. 그런데 7회초부터 마운드에 올린 좌완 박정진(39)이 선두타자였던 9번 하위타순의 이우민에게 좌월 솔로홈런을 허용해 0-4로 점수차가벌어지며 패색이 짙어졌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롯데 이종운 감독은 선발 이재곤의승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5회를 버텨줬고 6회 홍성민을 등판시켜 8회까지 4-1의 리드를 지켜 나갔다. 홍성민은 8회에도 첫 타자 김회성을 좌익수 플라이로 잡았는데 다음타자 송주호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했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8번주현상 대신 대타 박노민을 투입했는데 빗맞은 행운의 좌전 안타가 이어져 1사1,3루가 됐다.
다음 타자가 바로 조인성이었다. 앞의 두 타석에서는 안타가 없었다. 롯데 이종운 감독은 마지막 카드인 우완 언더스로 정대현 카드를 꺼냈다.
그런데 정대현은 조인성에게 초구 파울에 이어 2구 시속 126km 변화구를 던지다가 좌월 동점 3점 홈런을 허용했다. 이 홈런을 바탕으로 이날 한화는 롯데에 영화 같은 역전승을 거두었다.
조인성은 지난 2년간 한화를 이끈 김응룡(74) 감독이 김성근(73) 감독에게 남긴 선물이자 '유산'이다. 이날 경기를 한화가 패했다면 한화의 8월을 버텨내기가 힘들었다. 김성근 감독은 8월을 승부처로 보고 있다.
조인성은 진갑용의 은퇴를 보며 오센(OSEN) 이상학 기자와의인터뷰에서 "남의 일 같지 않다. 만약 LG에 계속 있었더라면아마 선수로는 2~3년 전에 은퇴하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하지만 팀을 옮겨 계속 선수로서 뛸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한화 행도 내게는 좋은 기회였다"라고밝혔다.
LG의 프랜차이즈스타였던 조인성은 2011시즌을 마친 11월 자유계약선수(FA) 신분으로 SK와 3년간총액 16억 원에 계약하고 LG를 떠났다. 당시 LG가 조인성을 포기한 것과SK가 영입한 것 모두 이변으로 받아들여졌다.
조인성은 지난 해 6월 SK에서 한화로 트레이드됐다. 한화는 야수인 이대수와 김강석을 SK에 내주고 베테랑 포수 조인성을 데려왔다.
당시 한화 감독은 김응룡 감독, SK는 이만수 감독이었다. 시즌을 마치고 김응룡 감독은 계약기간이 만료돼 팀을 떠났고 김성근 감독이 팀 재건의 책임을 이어받았다. 그런데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김응룡 감독의 유산인 조인성이 영화 같은 동점 3점포로 김성근 감독의 한화를 지켜냈다. '위대한 유산'이었다.
롯데 이종운 감독에게는 올 시즌 잊혀지기 어려운 일격이 됐을 것이다. 그런데 조인성의 동점 스리런 홈런 후 좌타자 강경학과 김경언으로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투수 교체를 하지 않은 것은 아쉬움이 남았다. 우완 언더스로와 좌타자의 승부는 좌타자에게 유리하다. 더욱이 조인성에게충격적인 홈런을 허용한 직후였다.
정대현은 결국 강경학에게 볼넷을 내준데 이어 좌타자 김경언에게 우중월 결승 2점홈런을 내주고 무너졌다.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changyh218@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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