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2018시즌 리뷰] 밀워키 브루어스 - 지구 우승의 자격
입력 : 2019.01.1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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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그래프 시즌 예상: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3위(80승 82패)
시즌 최종 성적: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1위(96승 67패)


[스포탈코리아] “선수들에게 ‘우리는 월드시리즈에 갈 자격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2016년 데이빗 스턴스 단장이 부임한 뒤 월드시리즈를 목표로 잡았지만 그 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죠. 축하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올 시즌 밀워키 브루어스가 챔피언십 시리즈 진출을 확정 지은 뒤 크레이그 카운셀 감독이 남긴 인터뷰다. 월드시리즈라는 바람은 LA 다저스의 벽에 가로막혀 실현되지 못했지만, 많은 사람들은 밀워키에게 그럴 자격이 있다고 믿었다. 2018년의 밀워키는 적절한 선수 영입과 감독의 운용 능력, 선수들의 퍼포먼스가 더해져 포스트시즌까지 기분 좋은 반전을 일군 팀이었다. 정규 시즌 동안 밀워키가 거둔 96승은 팬그래프의 예상보다 16승이나 많았다. 이는 지난 시즌 내셔널리그 최다승이기도 했다.

시즌을 앞둔 데이빗 스턴스 단장의 공격적인 행보는 일종의 복선이었다. 이전까지 선수 영입에 보수적이던 스턴스 단장은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앤서니 스와잭 등의 내부 자원을 잇따라 FA로 놓아준 대신 5년 8000만 달러의 대형 계약으로 FA 로렌조 케인을 영입했다. 또 기대주였던 루이스 브린슨을 비롯해 4명의 유망주를 마이애미 말린스로 보내고 크리스티안 옐리치를 데려오면서 리그에서 손꼽히는 외야진을 구축했다. 실제로 케인, 옐리치, 라이언 브런으로 이뤄진 밀워키의 외야진은 올 시즌 fWAR 14.6을 합작하며 팀을 이끌었다.

반면 선발 로테이션은 변변치 못했다. 2017시즌 1선발 지미 넬슨은 일찌감치 어깨 수술로 이탈했고, 잭 데이비스와 체이스 앤더슨의 기량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붙어 있었다. 그럼에도 스턴스 단장은 선발투수로 웨이드 마일리와 줄리스 샤신을 영입하는 데 그쳤다. 밀워키는 마땅한 ‘원투 펀치’ 없이 고만고만한 선발들로 시즌을 보내야 했다.

그런 밀워키가 포스트시즌까지 분전할 수 있었던 것은 불펜의 힘 덕분이었다. 이는 밀워키에서 가장 높은 fWAR을 기록한 투수가 선발이 아닌 불펜 조시 헤이더였다는 점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헤이더와 제레미 제프리스, 코리 크네이블이 버티는 상위급 불펜진을 보유한 밀워키는 시즌 최대 화두였던 ‘오프너 전략’을 가을야구까지 밀고 나가 야구 팬들의 이목을 끌었다. 성과도 있었지만 ‘벌떼야구’의 한계는 거기까지였다. 설령 월드시리즈에 올랐다 해도 결국은 선발 자원 부족에 발목을 잡혔을 확률이 높았다.


최고의 선수들 – 크리스티안 옐리치, 조시 헤이더, 로렌조 케인



생애 첫 MVP를 수상한 크리스티안 옐리치(사진=OSEN)



크리스티안 옐리치: 147경기 0.326/0.402/0.598 36홈런 110타점 wRC+ 166 fWAR 7.6 bWAR 7.6
조시 헤이더: 55경기 81.1이닝 6승 1패 143삼진 ERA 2.43 fWAR 2.7 bWAR 2.1
로렌조 케인: 141경기 0.308/0.395/0.417 10홈런 38타점 wRC+ 124 fWAR 5.7 bWAR 5.3


30표 중 29표. 옐리치가 지난 11월 내셔널리그 MVP 투표에서 받은 1위 표의 숫자다. 압도적이었던 성적을 그대로 반영한 투표 결과였다. 타격 부문 대부분에서 커리어 하이를 기록한 옐리치는 내셔널리그 타율 · 장타율 · OPS 1위, 득점 · 타점 2위, 홈런 3위를 휩쓸었다. 특히 장타율이 2017시즌의 0.439에서 0.598로 급등했다. 투수 친화 구장으로 악명 높은 말린스 파크에서 좌타자에게 비교적 유리한 밀러 파크로 홈 구장이 바뀐 데다가, 강한 타구의 비율도 35.2%에서 47.6%로 높아졌다. 그 결과는 실로 파괴적이었다.

밀워키 최고의 투수였던 헤이더 또한 트레버 호프먼상을 받았다. 내셔널리그 최고의 불펜 투수에게 주는 이 상을 마무리 투수가 아닌 선수가 수상한 적은 처음이었다. 81.1이닝 동안 143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15.82에 달하는 시즌 K/9을 기록한 헤이더에게는 그럴 만한 자격이 있었다. 이는 역대 80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들 가운데 가장 높은 기록이다. 143개의 시즌 탈삼진 역시 1974년의 존 힐러(134개)를 뛰어넘은 역대 좌완 불펜 최다 기록이었다.

두 선수는 가장 중요한 순간에 특히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밀워키는 파죽의 8연승으로 정규 시즌을 마무리하며 지구 우승을 확정했다. 9월 한 달 동안 밀워키가 기록한 패배는 겨우 7번. 그 뒤에는 9월에만 11홈런과 38타점, OPS 1.349를 기록한 옐리치가 있었다. 헤이더 역시 9월 11일부터 22일 사이에 아웃카운트 16개를 연달아 삼진으로 잡아내며 역사적인 활약을 펼쳤다.

1년 전과 놀랄 만큼 비슷한 상황이 만들어진 10월 2일에도 이들의 활약은 이어졌다. 2017시즌에도 밀워키는 정규 시즌 막바지까지 콜로라도 로키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진출을 놓고 다퉜다.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지구 우승이 걸려 있다는 것이었다. 이 경기에서 옐리치는 3안타와 선취 타점을, 헤이더는 2이닝 3삼진 세이브를 기록했다. 결과는 전년과 다른 해피 엔딩이었다.

선수단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톡톡히 해낸 케인은 숫자 이상의 활약을 펼친 선수로 꼽을 만하다. 물론 케인이 기록한 3할 이상의 타율과 10홈런, 30도루, Def 10.7 등의 성적은 그 자체로만 봐도 나무랄 데가 없다. 다만 보이지 않는 공헌이 그 이상으로 컸다. 옐리치는 시즌이 끝날 무렵 ‘플레이어스 트리뷴’에 기고한 글에서 “’로 케인’은 언제나 전력질주를 하고 베이스 하나를 돌 때마다 최선을 다한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그 마음가짐과 승리를 위한 염원이 우리 팀의 정체성이 됐다”고 증언했다. 밀워키에서 빅리그 커리어를 시작했던 케인이 더그아웃 분위기를 이끌며 팀의 선전에 기여했음을 짐작하게 해주는 대목이다.


최악의 선수들 – 도밍고 산타나, 잭 데이비스

도밍고 산타나: 85경기 0.265/0.328/0.412 5홈런 20타점 wRC+ 97 fWAR 0.7 bWAR 1.0
잭 데이비스: 13경기 66이닝 2승 7패 49삼진 ERA 4.77 fWAR 0.6 bWAR -0.2


2017시즌 혜성처럼 등장해 30홈런을 때려냈던 도밍고 산타나의 지난 시즌 홈런 수는 겨우 5개. 2018시즌 들어 밀워키의 외야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너무 급격한 추락이었다. 타율, 출루율, 장타율이 모두 떨어진 가운데 볼넷 비율은 12%에서 8.5%로, 삼진 비율은 29.3%에서 32.8%로 악화됐다. 산타나는 시즌 중 많은 시간을 트리플 A에서 보냈으나 그곳에서의 성적마저 신통치 않았다(0.283/0.401/0.412). 지난달 산타나를 시애틀 매리너스로 보내기로 한 스턴스 단장의 결정이 놀랍지 않은 것은 이 때문이다.

잭 데이비스의 부상은 선발 자원이 부족한 밀워키에게 치명타였다. 데이비스는 2017시즌 3.90의 준수한 ERA로 191.1이닝을 소화하며 팀의 2선발 역할을 해냈다. 만약 지난해에도 그 활약을 재현했다면 밀워키의 포스트시즌 행보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데이비스는 오른 어깨 회전근개와 허리 부상으로 빅리그 마운드에 거의 오르지 못했고, 5경기에 선발로 나선 트리플 A에서도 ERA 6.35의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다만 챔피언십 시리즈 4차전에서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남기기도 했다.


발전한 선수 – 헤수스 아귈라

149경기 0.274/0.352/0.539 35홈런 108타점 wRC+ 134 fWAR 3.1 bWAR 3.2


2017시즌 16홈런으로 팬들의 기대를 모았던 헤수스 아귈라는 지난해 그 2배가 넘는 35홈런을 기록하며 잠재력을 꽃피웠다. 시즌 개막 전까지만 해도 밀워키의 주전 1루수 자리는 에릭 테임즈의 차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경쟁에서 승리한 쪽은 아귈라였다. 아귈라는 4월에만 0.372/0.408/0.535의 슬래시 라인을 기록하며 뜨겁게 시즌을 시작했고, 기세를 살려 전반기를 24홈런으로 마무리했다. 결국 아귈라는 메이저리그 타점 6위, 홈런 14위로 시즌을 마치며 부상이 잦던 테임즈와의 경쟁에서 완승을 거뒀다. 웨이버 클레임 출신의 화려한 한 방이었다.


에필로그

지구 우승과 가을야구의 단맛을 본 밀워키가 당장 시즌 전략을 뒤집으려 들 가능성은 희박하다. 지난해 밀워키 야구의 가장 큰 특징이었던 ‘벌떼’ 불펜 운용도 그대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핵심 불펜인 헤이더(5년), 크네이블(3년), 제프리스(2년)의 계약 기간에 모두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부실한 선발진이다. 지미 넬슨이 부상에서 복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쏠쏠한 역할을 해줬던 웨이드 마일리가 FA로 풀리는 등 선발 자원의 부족은 여전하다.

이미 밀워키 프런트는 바삐 움직이고 있다. FA로 풀린 댈러스 카이클과 지난해 부진했던 소니 그레이의 영입에 특히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케인을 비롯한 기존 계약자 13명에게만 약 8070만 달러를 지불해야 하는 밀워키에게 카이클의 높은 몸값은 부담이다. 양키스도 그레이의 대가로 ‘탑급’ 유망주를 요구하고 있어 밀워키로서도 선뜻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구멍이 난 것은 선발 로테이션만이 아니다. 2루수 조나단 비야는 0.261/0.325/0.384라는 실망스러운 슬래시 라인만을 남긴 채 트레이드됐고, 대신 영입한 조나단 스콥은 그보다 더한 0.202/0.246/0.331의 성적을 남기고 논텐더로 팀을 떠났다. 마이너리그 MVP를 차지한 팀 최고 유망주 케스턴 히우라가 있지만 콜업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 밀워키는 이에 우선 내야 유틸리티 자원으로 코리 스판젠버그를 영입했다. 이어 대어급 포수 야스마니 그랜달과 단년 계약을 체결했고, 지금은 브라이언 도저, 제드 라우리, 조 패닉 등 다양한 선수들과 접촉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과감한 투자로 성적은 올랐지만 스턴스 단장의 고민은 조금 더 복잡해졌다. 그렇다고 그가 트위터 피드를 넘기며 떠도는 루머만 확인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스턴스 단장은 윈터미팅을 앞두고 “우리는 더 나아지기 위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면서 “더 나아질 기회가 있다면 움직일 것이고 모든 대화에 계속해서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도 길게 남아 있는 겨울, 스턴스 단장의 선택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야구공작소
박효정 칼럼니스트 / 에디터=이의재


기록 출처: FanGraphs, Baseball 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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