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잠실] 김현세 기자= “왜 울려요. ‘돈 크라이’라고 해놓고는 참….”
29일 서울 잠실야구장. 이동현(36, LG)이 그라운드를 떠나는 날이다. 지난달 22일 통산 700경기 등판을 마치고 더그아웃에 눈시울을 붉혀 은퇴를 암시하기도 했다. 그러다 25일, 그는 19년의 프로 생활에 마침표를 찍기로 했고, 두산과 홈 경기에서 팬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기로 했다. 이날 은퇴 행사 이름은 그의 별명을 딴 ‘돈 크라이 로켓’이다.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이동현은 씩씩했다. “안녕하십니까”라고 우렁찬 목소리로 인사한 그였지만, 사실 밤잠을 설쳤다고 한다. 이동현은 “잠을 한숨도 못 잤다. 신경이 많이 쓰이더라”면서 “선수로서 오는 마지막 잠실야구장이니 뜻깊게 생각하려 해도 쉽지 않았다”고 운을 뗐다. 그러고 끝에는 눈가가 촉촉해진 채 기자회견장 밖으로 나선 이동현이다.
다음은 이동현과 일문일답
은퇴 경기에서도 등판이 예고돼 있다.
▲19년 동안 단 한 번도 허투루 경기에 나선 적 없다. 은퇴이니 만큼 다른 때보다 전력으로 던질 생각이다. 몸 안 만든 지 한 달 정도 됐는데, 지금까지 동생들과 함께 다니면서 조언만 하다 보니 입으로만 야구 한 것 같다(웃음). 최근 캐치볼 하면서 상태를 점검했다. 오늘 최선을 다하겠다.
마지막 등판이 순위 싸움에 한창인 두산과 경기다.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그래도 동생들을 믿고, 나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승패는 하늘에서 정해주는 것이다. 내가 봐온 동생들은 항상 최선을 다하는 친구들이다. 동생들을 믿고, 내가 나갈 타이밍을 기다리겠다.
등판 시점은 언제로 예상하나.
▲아직 전달 받은 바 없다. 감독님께서 잘 준비해주실 거로 생각한다. 한 타자 정도 상대할 것 같은데, 최선을 다하겠다.
올 시즌 LG의 가을 야구 진출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사실 유광 잠바가 무겁지 않나. 그런데 다행히도 동생들이 내 은퇴에 맞춰 가을 야구라는 선물을 준 것 같다. 덕분에 명예롭게 은퇴할 수 있다. 나도 가을에 유광 잠바 입고 뛸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게 안 돼 안타깝다. 물론 지금 응원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19년 프로 생활, 가장 힘든 시기는 언제였나.
▲두 번째 수술하고서 가장 힘들었다. 그러고도 실패했을 때 야구 그만둬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이제 끝이구나 싶었는데, 하늘이 도왔는지 당시 좋은 사람을 참 많이 만났다. 그 덕에 힘낼 수 있었다. 전화 한 통, ‘힘내라’는 말 한마디에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차명석 단장님께서 코치 시절부터 나를 끝까지 믿고 포스트시즌 같은 중요한 시기에도 기용해주셨다. 그 믿음도 내가 힘든 시기를 극복하는 데 큰 힘이 됐다.
돌아가고 싶은 시기는 언제인가.
▲2002년이다. 당시 팬들은 ‘너무 많이 던진 게 아니냐’고 걱정했다. 그런데 김성근 감독님이 나를 잘 기용해주셨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때로 돌아간다면 ‘1점이라도 덜 줄 걸’ 하는 후회도 든다. 오늘 김성근 감독님과도 연락했는데 메시지를 한문으로 써 주셔서…. ‘불사조였던 어린 선수가 은퇴를 한다. 고생했다’는 내용이었다. 코끝이 찡했다.
LG의 100만 관중 동원 부탁글도 SNS에다 올렸다.
▲우리 구단이 100만 관중을 꼭 달성했으면 하는 바람에 SNS에다 글도 게재했다. 나는 선수이기 전에 LG 팬이다. 또, 내일 또 마지막 경기이니, 많은 관중이 와 주시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나는 오늘이 끝이지만 내일도 훈련하러 올 것이다. 찾아와 주시면 성심성의껏 팬서비스하도록 하겠다.
후배들에게 남길 말이 있다면.
▲지금 동생들은 앞으로 10년간 팀을 이끌 친구들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700경기 동안 느낀 걸 동생들에게 늘 이야기해줬다. 지금 (김)대현이, (정)우영이, (고)우석이에게도 잔소리 같은 이야기를 매번 해줬는데, 잘 실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그 친구들이 승부를 펼칠 때 가지는 욕심을 훗날에도 가져간다면 좋은 선수가 될 거로 생각한다. 뒤에서 항상 응원하겠다. 언제든 연락하면 도움 줄 생각이 있다.
불펜 투수로서 가장 많은 700경기 출장 기록이 있다.
▲솔직히 자부심은 없다. 어떤 선수든 조금만 열심히 하면 나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흔히 ‘감성팔이’라고 하는데, 내가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 후 한 말을 팬분들께서 좋게 봐주셔서 대우해주신 거다. 나는 19년 동안 그저 잘 흘러간 선수였을 뿐, 프랜차이즈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KBO에 굵직한 기록을 남긴 것도, 태극마크를 달고 뭘 한 것도 없지 않나. 그저 팬들에게 오랜 시간 사랑받은 선수였던 것 같다.
은퇴 경기 시구자로 아버지를 모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
▲아버지께서 어머니와 어렵게 사셨다. 지금 강남 인근에서 일하고 계신다. 다른 집에서 일을 돕고 계시는데, 한 집에 내 유니폼이 걸려 있었다고 하더라. 그때 ‘내 아들이 LG 이동현이다’라고 말을 못했다고 한다. 창피하다고. 그게 정말 죄송했다. 아버지, 어머니께서 야구장에 오신 적이 없는데, 무섭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하셨을 거다. 그런데 오늘만큼은 마운드 위에서 진하게 포옹하고 싶었다. 힘들게 키워주신 아들이 은퇴하는 거니까, 나는 울더라도 부모님은 눈물 안 흘리셨으면 한다.
사진=LG 트윈스 제공
29일 서울 잠실야구장. 이동현(36, LG)이 그라운드를 떠나는 날이다. 지난달 22일 통산 700경기 등판을 마치고 더그아웃에 눈시울을 붉혀 은퇴를 암시하기도 했다. 그러다 25일, 그는 19년의 프로 생활에 마침표를 찍기로 했고, 두산과 홈 경기에서 팬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기로 했다. 이날 은퇴 행사 이름은 그의 별명을 딴 ‘돈 크라이 로켓’이다.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이동현은 씩씩했다. “안녕하십니까”라고 우렁찬 목소리로 인사한 그였지만, 사실 밤잠을 설쳤다고 한다. 이동현은 “잠을 한숨도 못 잤다. 신경이 많이 쓰이더라”면서 “선수로서 오는 마지막 잠실야구장이니 뜻깊게 생각하려 해도 쉽지 않았다”고 운을 뗐다. 그러고 끝에는 눈가가 촉촉해진 채 기자회견장 밖으로 나선 이동현이다.
다음은 이동현과 일문일답
은퇴 경기에서도 등판이 예고돼 있다.
▲19년 동안 단 한 번도 허투루 경기에 나선 적 없다. 은퇴이니 만큼 다른 때보다 전력으로 던질 생각이다. 몸 안 만든 지 한 달 정도 됐는데, 지금까지 동생들과 함께 다니면서 조언만 하다 보니 입으로만 야구 한 것 같다(웃음). 최근 캐치볼 하면서 상태를 점검했다. 오늘 최선을 다하겠다.
마지막 등판이 순위 싸움에 한창인 두산과 경기다.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그래도 동생들을 믿고, 나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승패는 하늘에서 정해주는 것이다. 내가 봐온 동생들은 항상 최선을 다하는 친구들이다. 동생들을 믿고, 내가 나갈 타이밍을 기다리겠다.
등판 시점은 언제로 예상하나.
▲아직 전달 받은 바 없다. 감독님께서 잘 준비해주실 거로 생각한다. 한 타자 정도 상대할 것 같은데, 최선을 다하겠다.
올 시즌 LG의 가을 야구 진출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사실 유광 잠바가 무겁지 않나. 그런데 다행히도 동생들이 내 은퇴에 맞춰 가을 야구라는 선물을 준 것 같다. 덕분에 명예롭게 은퇴할 수 있다. 나도 가을에 유광 잠바 입고 뛸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게 안 돼 안타깝다. 물론 지금 응원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19년 프로 생활, 가장 힘든 시기는 언제였나.
▲두 번째 수술하고서 가장 힘들었다. 그러고도 실패했을 때 야구 그만둬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이제 끝이구나 싶었는데, 하늘이 도왔는지 당시 좋은 사람을 참 많이 만났다. 그 덕에 힘낼 수 있었다. 전화 한 통, ‘힘내라’는 말 한마디에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차명석 단장님께서 코치 시절부터 나를 끝까지 믿고 포스트시즌 같은 중요한 시기에도 기용해주셨다. 그 믿음도 내가 힘든 시기를 극복하는 데 큰 힘이 됐다.
돌아가고 싶은 시기는 언제인가.
▲2002년이다. 당시 팬들은 ‘너무 많이 던진 게 아니냐’고 걱정했다. 그런데 김성근 감독님이 나를 잘 기용해주셨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때로 돌아간다면 ‘1점이라도 덜 줄 걸’ 하는 후회도 든다. 오늘 김성근 감독님과도 연락했는데 메시지를 한문으로 써 주셔서…. ‘불사조였던 어린 선수가 은퇴를 한다. 고생했다’는 내용이었다. 코끝이 찡했다.
LG의 100만 관중 동원 부탁글도 SNS에다 올렸다.
▲우리 구단이 100만 관중을 꼭 달성했으면 하는 바람에 SNS에다 글도 게재했다. 나는 선수이기 전에 LG 팬이다. 또, 내일 또 마지막 경기이니, 많은 관중이 와 주시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나는 오늘이 끝이지만 내일도 훈련하러 올 것이다. 찾아와 주시면 성심성의껏 팬서비스하도록 하겠다.
후배들에게 남길 말이 있다면.
▲지금 동생들은 앞으로 10년간 팀을 이끌 친구들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700경기 동안 느낀 걸 동생들에게 늘 이야기해줬다. 지금 (김)대현이, (정)우영이, (고)우석이에게도 잔소리 같은 이야기를 매번 해줬는데, 잘 실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그 친구들이 승부를 펼칠 때 가지는 욕심을 훗날에도 가져간다면 좋은 선수가 될 거로 생각한다. 뒤에서 항상 응원하겠다. 언제든 연락하면 도움 줄 생각이 있다.
불펜 투수로서 가장 많은 700경기 출장 기록이 있다.
▲솔직히 자부심은 없다. 어떤 선수든 조금만 열심히 하면 나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흔히 ‘감성팔이’라고 하는데, 내가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 후 한 말을 팬분들께서 좋게 봐주셔서 대우해주신 거다. 나는 19년 동안 그저 잘 흘러간 선수였을 뿐, 프랜차이즈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KBO에 굵직한 기록을 남긴 것도, 태극마크를 달고 뭘 한 것도 없지 않나. 그저 팬들에게 오랜 시간 사랑받은 선수였던 것 같다.
은퇴 경기 시구자로 아버지를 모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
▲아버지께서 어머니와 어렵게 사셨다. 지금 강남 인근에서 일하고 계신다. 다른 집에서 일을 돕고 계시는데, 한 집에 내 유니폼이 걸려 있었다고 하더라. 그때 ‘내 아들이 LG 이동현이다’라고 말을 못했다고 한다. 창피하다고. 그게 정말 죄송했다. 아버지, 어머니께서 야구장에 오신 적이 없는데, 무섭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하셨을 거다. 그런데 오늘만큼은 마운드 위에서 진하게 포옹하고 싶었다. 힘들게 키워주신 아들이 은퇴하는 거니까, 나는 울더라도 부모님은 눈물 안 흘리셨으면 한다.
사진=LG 트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