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구로동] 김현서 기자= “쉽게 지지 않는 팀이 되고 싶다”
서울에 위치한 한 고등학교 야구부 감독이 한 말이다. 대다수 아마야구 감독들의 포부와는 사뭇 다르다.
1일 기준, 시즌 성적 3승 8패(승률 0.273). 팀 타율 0.211, 평균자책점 6.55.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우신고 야구부의 성적이다. 팀 승률이 3할을 못 넘는다. 물론 타당한 이유가 있다. 신생팀이 거둔 성적이라면 설명이 될까.
우신고 야구부는 지난해 3월 창단되어 올해 2년차를 맞았다. 이미 1979년에 창단된 적이 있지만 약 2년 정도 짧게 활동한 뒤 해체되었다.
새롭게 출발한 우신고 야구부는 조태수(37) 감독이 지휘한다. 조 감독은 기아 타이거즈 투수 출신으로 은퇴 후 서울고에서 5년간 투수 코치로 활약했다.
그는 신생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당장 ‘우승을 목표로 하는 팀’보다는 ‘지더라도 쉽게 지지 않는 팀’을 만드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어느 스포츠 분야든 지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쉽게 지지 않아야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새로운 강호의 탄생을 조금 일찍 알아챌 수 있을지 모르겠다. 스포탈코리아는 그러한 행운을 기대하며 조 감독을 찾았다.
Q: 우신고 야구부 소개.
A: 작년에 (재)창단한 팀이다.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야구 명문이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Q: 프로 출신 젊은 감독이다. 교육관은.
A: 아이들과 같이 소통하고, 같이 뛰고, 같이 땀 흘리려고 노력한다. 운동을 강압적으로 시키는 것 보다는 스스로 할 수 있게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코치들과 노력하고 있다.
Q: 야구 명문으로 잘 알려진 서울고에서 5년 동안 투수코치로 있었다. 신생팀 감독이 된 후 달라진 부분이 있나.
A: 기량이 월등한 선수들이 서울고에 진학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성적도 좋고, 프로에 입단한 제자도 많다. 코치로 있으면서 배운 것도 많고, 좋았던 점도 많았다. 그러나 더 마음이 가고 신경 쓰이는 곳은 우신고다. 신생팀이기 때문에 아이들의 기량은 아직 부족하지만 본인들이 그 부분을 잘 알고 있어서 더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나 또한 (상대적으로 기량이) 부족한 아이들을 더 잘하게끔 지도하는 과정에서 공부가 되고 있다.
Q: 감독이 되기까지 도움을 준 인물이 있나.
A: 아내라고 생각한다. 코치 시절부터 지금까지 지도자라는 이유로 남편의 역할을 제대로 못 했다. 마찬가지로 아빠로서 자녀들과도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아내는 여전히 나를 지지해주고 있다. 미안하고 또 고맙다.
Q: 올 시즌 성적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황사기 1회전에서 탈락, 후반기 주말리그 1승 5패다. 아쉬운 점은.
A: 황금사자기에서 강원고에 패했다(0-7). 상대적으로 강팀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좋은 결과를 보여주기 위해 준비했는데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모든 팀이 똑같이 힘들었겠지만 연습 경기가 취소되는 바람에 연습량이 부족했다.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부분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Q: 현재 우신고의 총인원과 고3 선수들 가운데 성적이 가장 좋은 투수, 타자를 알고 싶다.
A: 현재 야구부 인원은 총 35명이다. 3학년은 투수 3명(김진우ㆍ이태희ㆍ손수찬), 내야수 4명(이주영ㆍ이기현ㆍ김우중ㆍ이동후), 외야수 2명(인석우ㆍ민종현), 포수 1명(이힘찬) 총 10명으로 구성되어있다.
투수 가운데 가장 빠른 볼을 던지는 선수는 이태희(고3, 우완)다. 구속은 142~143km 정도 나오며 프로 스카우트도 관심을 두고 있는 선수다. 남은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다. 타자 중에서 타율이 높은 선수는 민종현(고3, 외야수)이다. 올 시즌 홈런 2개가 있고, 타율은 0.333(현재 타율 0.324)을 기록 중이다.
Q: 올해 초 한기주 선수가 투수코치로 있었다. 어땠나.
A: (한)기주가 작년 겨울에 아이들을 도와주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전지 훈련을 같이 가자고 제안을 했고 그때부터 참여하게 됐다. 지금은 개인 사정으로 코치를 그만두게 됐지만 야구부에 있는 동안 아이들을 열심히 가르쳤고 많은 도움이 됐다. 그리고 키움 이지영 선수와 기아 백용환 선수도 학교를 찾아 아이들에게 원포인트 레슨을 해줬다.

Q: 같은 재단 우신중학교 출신 오승환 선수가 레슨을 해줘도 의미 있을 것 같다.
A: (오)승환 형과는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사이다. 한 번쯤 학교에 와서 말 한마디만 해줘도 아이들에겐 영광일 것 같다. 현재 프로에서 활동하고 있는 후배나 제자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박병호 선수나 강백호 선수가 레슨을 해준다면 너무 고마울 것 같다.
Q: 앞으로 남은 경기 동안 어떤 팀 컬러를 보여줄 것인가.
A: 창단 팀을 떠올리면 콜드패 당하거나 허무하게 지는 팀으로 생각할 수 있다. 당장은 (강팀을 상대로) 승리하긴 힘든 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선을 다하다 보면 점수 차가 조금씩 줄어드는 게 보일 것이고, 그러다 보면 자신감이 붙어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우리가 ‘약하다, 못하다’라는 생각보다는 똑같은 선수, 똑같은 입장이라고 생각하고 쉽게 포기하지 않고 근성있게 야구를 했으면 좋겠다. 쉽게 지지 않는 팀이 됐으면 좋겠다.
Q: 마지막으로 야구팬들에게 한 마디.
A: (아마야구에서는) 우신고를 유신고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웃음) 구로동에 있는 ‘우’신고등학교다. 아직 모르는 분들이 많은데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명문 팀(강팀)도 있지만 밑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창단팀, 약팀도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언제든지 약팀도 강팀이 될 수 있고 강팀도 약팀이 될 수 있는 게 야구라고 생각한다. 똑같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우신고 파이팅!
영상 촬영, 편집= 김형준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