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김동윤 기자=2012년 LA 다저스가 멕시코에서 발견한 두 명의 소년이 8년 뒤 월드시리즈 우승을 합작해냈다.
10월 28일(한국 시간) 다저스가 탬파베이에 3-1 승리를 거두면서 시리즈 전적 4승 2패로 통산 7번째, 1988년 이후 32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성공했다. 그리고 월드시리즈 승리 투수는 올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신인 빅터 곤잘레스(24), 세이브는 어느덧 메이저리그 4년 차를 맞이한 훌리오 우리아스(24)였다.
우리아스와 곤잘레스는 다저스 1군 로스터 내 둘뿐인 멕시코 국적자다. 현지의 다저스 팬들은 이들을 보며, 1981년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같은 멕시코 국적의 페르난도 발렌수엘라를 떠올렸다.
5회 2사 1루에서 등판한 곤잘레스는 오스틴 메도우스를 초구 땅볼로 가볍게 처리하더니 6회에는 탬파베이의 4-5-6번 타자를 상대로 3연속 헛스윙 삼진을 잡아내는 압도적인 구위를 선보였다.
곤잘레스, 브루스더 그라테롤에 이어 7회 2사 1루에 등판한 우리아스는 끝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1루를 허락하지 않았다. 2-1로 앞선 상황에서 2.1이닝을 무실점, 4탈삼진을 기록한 우리아스에게 세이브가 주어졌다.
이로써 우리아스는 2014년 매디슨 범가너(당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함께 단일 포스트시즌에서 4승 1세이브를 달성한 역대 두 번째 선수가 됐다. 우리아스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6경기 4승 1세이브, 23이닝 29탈삼진, 평균자책점 1.17을 기록했다.
월드시리즈 우승 축하연에서 우리아스에게 울음을 터트리며 안긴 곤잘레스의 사연이 화제가 됐다.
미국 야구 전문 매체 베이스볼 아메리카의 카일 글라세르는 "곤잘레스와 우리아스는 2012년 다저스에 함께 스카우트돼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함께 입단한 두 사람이었지만, 이후 여정은 꽤 달랐다. 우리아스는 입단 후부터 메이저리그 최고의 좌완 유망주로 손꼽히며, 2016년 19세의 나이로 메이저리그 데뷔를 이뤄냈다. 이후 구단의 철저한 관리와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성장이 정체됐다는 평도 있었으나 꾸준히 출장했고, 올해 메이저리그 4년 차를 맞이했다.
반면, 곤잘레스는 계속된 부상으로 2018년까지도 루키리그와 싱글 A를 오가는 등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채 야구를 그만둘 위기에 처했다. 이때 흔들리던 곤잘레스를 붙잡아 준 것이 멕시코의 가족과 우리아스를 비롯한 친구들이었다.
주변의 격려에 다시 힘을 얻은 곤잘레스는 지난해 싱글 A부터 트리플 A까지 도달하는 빠른 성장세를 보였고, 올해 메이저리그까지 도달했다.
곤잘레스는 올해 정규 15경기 3승 2홀드, 평균자책점 1.33으로 준수한 데뷔 시즌을 보냈고, 포스트시즌 로스터에도 포함됐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곤잘레스를 좌타자들을 상대할 적임자로 판단했고, 곤잘레스는 첫 포스트시즌임에도 8경기 6.2이닝 동안 2실점만을 내줬다.
그리고 끝내 포스트시즌 첫 승을 팀의 32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확정 짓는 경기에서 달성하면서 인간 승리의 표본이 됐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곤잘레스가 눈물을 쏟아낸 것도 그 이유였다. 곤잘레스는 "2018년 마이너리그 시절이 떠오른다. 그땐 난 아팠고,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없었다. 그래서 매 경기 나갈 때마다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2년 전처럼 이번에도 곤잘레스를 달래준 것은 우리아스였다.
이 광경을 지켜본 MLB 네트워크의 존 모로시 기자는 "(2년 전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없었던) 곤잘레스가 이제 다저스를 우승시킨 투수가 됐다"며 곤잘레스의 인간 승리에 찬사를 보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MLB 멕시코 공식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