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김동윤 기자= KIA 타이거즈를 떠나 메이저리그 입성을 꿈꿨던 양현종(33, 텍사스 레인저스)이 마침내 19,963번째로 데뷔한 메이저리그 선수가 됐다.
양현종은 27일(한국 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 라이프 필드에서 LA 에인절스를 상대로 데뷔전을 치렀다. 경기는 선발을 일찍 무너트린 에인절스가 텍사스에 9-4로 승리했다.
에인절스와의 경기 전 콜업된 양현종은 이날 선발 조던 라일즈가 2.2이닝 7실점으로 무너지자, 팀이 4-7로 뒤진 3회 초 2사 2, 3루 위기 상황에서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오랜 기다림의 한을 풀듯 양현종은 데뷔전에서 다양한 상황을 경험했다. 몸값만 2,700억 원이 넘는 앤서니 랜던을 범타로 돌려세워 2사 2, 3루 위기를 벗어나더니 7타자를 연속으로 범타 처리하며 팬들을 열광케 했다.
연속 범타 처리하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오는 강습 타구를 동물적인 감각으로 잡아내는 장면도 있었고, 메이저리그 대표 홈런 타자 앨버트 푸홀스와의 아찔했던 승부도 있었다. 뜻하지 않게 이뤄진 오타니 쇼헤이와의 한·일 맞대결과 메이저리그 현역 최고의 타자 마이크 트라웃과의 첫 맞대결에서는 수비 시프트 탓에 불운한 내야 안타를 내주기도 했다.
마지막 이닝에서는 호세 이글레시아스에게 첫 피홈런의 아픔을 맛봤지만, 결국 트라웃을 우익수 뜬 공으로 처리하며 자신의 메이저리그 첫 등판을 잘 마무리했다.
총 66구를 던진 양현종의 데뷔전 성적은 4.1이닝 2실점, 5피안타(1피홈런) 0볼넷 1탈삼진이었다. 포심 패스트볼 최고 구속 91.2마일(약 146.7km/h), 평균 구속 89.6마일(약 144km/h)이 나왔고, 주 무기인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으로 완전체로 돌아온 에인절스 강타선을 상대로 잘 버텨냈다.
극적으로 데뷔하면서 양현종은 100여 년이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에도 이름을 남겼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외주를 받아 SNS를 통해 메이저리그 내 화제를 다루는 '세스페데스 패밀리 BBQ'는 양현종의 메이저리그 데뷔를 기념했다.
올 시즌 시작과 함께 '세스페데스 패밀리 BBQ'는 "커리어가 어떻든 메이저리그에 데뷔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 우리는 메이저리그의 2만 번째 선수를 기다리면서 모든 선수들의 데뷔를 축하해주려 한다"라는 취지로 올 시즌 신인 선수들의 데뷔전을 챙기고 있다.
'세스페데스 패밀리 BBQ'는 양현종이 KBO 리그 KIA 타이거즈에서 14년간 뛰었다는 이력과 함께 2014년 포스팅 도전 당시 텍사스와 미네소타 트윈스로부터 관심을 받았던 사실을 소개했다.
더불어 기본 이력 외에도 선수마다 특기할 만한 이력을 소개하는데 양현종의 경우는 KIA에서의 우승 경력이 소개됐다. '세스페데스 패밀리 BBQ'는 "양현종은 KIA 소속으로 2009년, 2017년 한국 시리즈 우승을 경험했고, 2017년에는 KBO 리그 MVP를 수상했다"고 적었다.
2007년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1번으로 KIA에 지명된 양현종은 지난해까지 14년간 KIA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활약했다. KIA에서만 통산 425경기에 출장해 147승 95패 9홀드, 1,986이닝 1,673탈삼진, 평균자책점 3.83을 기록했다.
2009년 막내라인으로서 형들과 함께 한국시리즈 우승을 처음으로 경험했던 양현종은 2017년 한국시리즈에서는 본인의 힘으로 팀을 우승까지 이끌었다. 2차전에서 9이닝 동안 122구를 던져 완봉승을 기록했고, 5차전에서는 9회 말 마무리 투수로 등판해 팀 우승을 확정했다. 생애 첫 한국시리즈 MVP와 KBO 리그 MVP는 덤이었다.
양현종은 메이저리그 도전을 위해 미국으로 떠나며, 에이전트사를 통해 "14년 동안 KIA 타이거즈와 함께했다. KIA 팬들의 열렬한 응원과 과분한 사랑 덕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 이 도전이 헛되지 않도록 잘 준비해서 KIA 팬뿐만 아니라 야구팬들에게 꼭 좋은 모습 보여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힌 바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세스페데스 패밀리 BBQ 공식 SNS 캡처,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