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3★] 홍 심은 데 홍 난다
입력 : 2022.10.1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춘천] 이현민 기자= “마음 놓지 않고 우리 것을 하면 마지막에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베테랑 박주영의 예언이 통했다. 울산현대가 17년 만에 리그 정상에 올랐다.

울산은 16일 춘천송암스포츠타운에서 펼쳐진 강원FC와 하나원큐 K리그1 2022 37라운드서 대 역전극을 펼치며 2-1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승점 76점으로 남은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리그 세 번째 우승을 확정했다.

적극적인 투자, 홍명보 감독의 리더십과 지략, 이청용을 중심으로 한 선수단의 단합, 사무국의 헌신과 지원, 팬들의 간절함으로 울산이 세 번째 별을 가슴에 달았다.

누구보다 우승이 기쁨 선수가 있으니, 바로 한국 축구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박주영이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합작했던 스승의 부름을 받고 울산 유니폼을 입었다.

부상 회복 후 서서히 몸을 만들었고, 지난 2월 26일 성남FC 원정에서 후반 교체 투입돼 데뷔전을 치렀다. 3월 15일 포트FC와 ACL 플레이오프에서 처음 선발로 출전했다. 지난달 21일 광저우FC와 ACL 조별리그 3차전에서 환상적인 발리슛으로 데뷔골을 신고했다.

그런 박주영의 축구 시계는 잠시 멈췄다. 지난 7월 16일 수원삼성 원정에서 벤치에 앉은 후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몸에 특별히 이상이 있거나 부상은 아니다. 팀 훈련을 성실히 소화하고 있다. 헝가리 국가대표 공격수 마틴 아담이 합류하면서 울산은 레오나르도, 아담이 중용되고 있다.

박주영은 누구보다 홍명보 감독의 스타일을 잘 안다. 연령 대표, 올림픽 대표, 국가대표를 거치며 함께한 시간이 엄청나다. 때문에 홍의 리더십과 지도 철학을 박주영이 고스란히 탑재했다. 홍 심은데 홍 났다.

단지 스승의 콜을 받고 말년을 따뜻하게 보내러 온 건 아니다. 코치진, 선수단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경기를 뛰든 못 뛰든 팀과 함께 한다. 원정도 따라나선다. 지난 9월 14일 이호 플레잉코치, 이청용과 인천유나이티드 원정에서 기자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며 팀에 관한 대화를 나눴다.

평소에는 후배들과 구슬땀을 흘린다. 명단에서 빠져도 경기가 있는 날 경기장을 직접 찾는다. 라커룸에 가장 먼저 도착할 때도 있다. 만약, 제외됐다고 안 오는 후배들이 있으면 ‘택시비 줄 테니까 어서 오라며’ 그라운드 밖에서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 후배들, 사무국 직원들과 식사 자리도 종종 가진다. 경험한 사람들은 그렇게 말한다. 다수가 알던 까칠하고 까다로운 그런 선수는 전혀 아니라고. 우승 순간 결정적 포인트나 시즌 내내 그라운드에서 크게 기여한 건 없지만, 정신적 지주 역할과 소통 창구로서 존재감을 발휘했다. 강원전에서 구단 직원들과 함께 경기를 지켜봤다.

홍명보 감독은 “주영이가 골을 넣고 싶어 하더라”며 본인 앞에서 제자가 득점하는 모습을 바라고 있다.

박주영의 K리그 공격 포인트는 99개에서 멈춰 있다. 284경기 76골 23도움이다. 1개만 추가하면 100개다. 박주영은 2020년 10월 24일 강원 원정 이후 K리그에서 득점이 없다. 2년 가까이 흘렀다.

어쩌면 오는 23일 홈에서 열리는 제주유나이티드전에서 박주영이 이호 플레잉코치와 모습을 드러낼 수도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울산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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