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논쟁...염갈량의 야구는 '뛰는 야구'인가 '뛰어야 하는 야구'인가
입력 : 2023.05.0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의 '뛰는 야구'를 향한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4월 한 달 시즌을 마친 LG는 26경기 15승 11패, 승률 0.577로 선두 롯데 자이언츠(14승 8패, 승률 0.636)와 2위 SSG 랜더스(15승 9패, 승률 0.625)에 1경기 차 뒤진 3위를 기록하고 있다. 결코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끊임없이 잡음에 시달리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염경엽 감독이 추구하는 작전 야구, 뛰는 야구 때문이다.

LG는 현재 팀 도루 부문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성공률은 60.9%(39성공, 25실패)로 최하위다. 리그 평균(69.7%)보다 훨씬 낮은 수치며, 시즌 초 염 감독이 말한 손익분기점 65%에도 미치지 못하는 기록이다. 그러나 뛰고 또 뛴다. 64회에 달하는 도루 시도는 2위 NC(38회), 3위 두산(29회) 두 팀의 도루 시도 횟수를 더한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염 감독은 언론을 통해 끊임없이 도루의 장점을 어필하고 있다. LG가 뛰는 팀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게 되면 투수들이 자신의 공을 제대로 던지지 못하게 되고 투구 수도 많아지게 되고 결국 그런 것들이 쌓여 데미지를 입게 된다는 주장이다.

실제 올 시즌 LG는 타석 당 투구 수 4.02개를 기록하며 한화(4.11)에 이어 2위에 올라있다. LG를 상대하는 팀의 포심 패스트볼 구사율은 44.9%로 리그에서 가장 높고, 스트라이크 존이 공이 올 확률(Zone%)은 40.6%로 가장 낮다. 아직 스몰 샘플이지만 염 감독이 바라는 상대 팀을 흔드는 효과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상대 팀을 흔들고도 그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LG는 팀 타율(0.299), OPS(0.797), 득점권 타율(0.333) 등 대부분 타격 지표에서 1위를 휩쓰는 강력한 타선을 갖고 있지만 매 경기 타이트한 승부를 펼친다. 이겨도 피로도가 높고 지면 데미지가 두 배로 쌓이는 흐름의 경기가 반복된다. 마치 언제든 KO를 시킬 수 있는 헤비급의 펀치력을 가진 복서가 자신의 장점은 풋워크라며 끊임없이 잽을 날리고 아웃복싱을 하다 힘겹게 판정승을 올리는 느낌이다.

빅이닝을 노려볼만한 찬스에서도 번번이 주루사(21개, 최다 1위), 견제사(4개, 최다 1위)가 발목을 잡는다. 희생번트도 가장 많이 시도(28회)했지만 성공률은 뒤에서 2등(42.9%)이다. LG의 올 시즌 RAA주루(평균 대비 득점 생산-주루) 스탯은 -5.11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9위 KT가 -0.92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3연패를 당한 KIA 타이거즈전을 보면 LG는 '뛰는 야구'가 아닌 '뛰어야만 하는 야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출루에 성공하면 '도루를 해야한다', '투수를 흔들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인지 끊임없이 1루에서 움직임을 가져가다가 오히려 견제에 걸려 흐름에 찬물을 끼얹는다. 상대는 이미 LG의 작전을 알고 대비했기 때문에 흔들리지 않는다. 실제로 LG는 개막 후 첫 2주 동안 14경기에서 도루 성공률 65.9%(27성공, 14실패)을 기록했지만 이후 2주 동안 12경기는 52.2%(12성공, 11실패)로 성공률이 크게 하락했다.

LG는 불과 2년 전 '눈야구'를 시도하다 실패한 경험이 있다. 2020년 홍창기의 등장과 출루율을 강조한 차명석 단장의 방향성으로 2021시즌 LG는 눈야구를 시도했지만 결과는 15년 만의 구단 최저 팀 타율(0.250, 8위)로 돌아왔다. 평균 자책점 1위(3.57)으 강력한 투수진을 보유하고도 답답한 공격력에 발목 잡혔다. 시행착오를 겪은 LG는 지난해 이호준 타격코치를 영입, 보다 공격적인 야구를 추구했고 팀 장타율(0.396), OPS(0.742), 득점권 타율(0.274) 2위, 타율(0.269), 홈런(118개) 3위의 강력한 타선으로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LG는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채은성과 유강남이 FA로 전력에서 이탈했지만 박동원을 영입했고 외국인 타자 고민도 오스틴 딘의 등장으로 해결됐다.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LG를 맡은 염 감독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임무는 잘 갖춰진 전력에 지도자의 전략을 더해 우승을 위한 퍼즐 조각을 맞추는 것이다.

그러나 개막 첫 한 달의 모습은 기존의 색깔을 지우고 어울리지 않는 새로운 색깔을 칠하려는 모습이다. 이기기 위해 뛰는 야구가 아닌 감독의 전략을 증명하기 위해 뛰어야만 하는, 주객이 전도된 느낌의 야구를 보여주고 있다. 염 감독의 뛰는 야구, 작전 야구가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일지, 이대로 뚝심으로 밀어붙여 결과로 증명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사진=뉴스1
기록 참고=STAT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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