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전 ‘승부차기 3선방’ 울산 문현호, “조수혁-조현우와 함께해 영광”
입력 : 2024.06.2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울산] 이현민 기자= “승부차기를 준비했다. 문현호의 실점을 아쉬웠지만, 첫 경기였다. 평소 클럽하우스에서 지켜보면 항상 성실하게 훈련하고 자기관리가 좋은 선수다. 지금은 완벽하지 않아도 향후 좋은 선수가 될 것이다.”

울산 HD 홍명보 감독이 골키퍼 문현호에게 힘을 실어줬다.

울산은 19일 오후 7시 문수축구경기장에서 펼쳐진 경남FC와 2024 하나은행 코리아컵 4라운드(16강)서 120분 혈투 끝에 4-4로 비겼다. 이어 승부차기에서 3-0 승리를 거두고 5라운드(8강) 진출에 성공했다.

애초 울산이 낙승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한 명이 적은 경남을 상대로 고전했다. 공격은 제로톱, 수비는 스리백을 가동했다. 몇몇 베테랑이 포지션마다 중심을 잡았지만, 평소 출전 시간이 적었던 선수들과 신예들이 주를 이루다 보니 손발이 맞지 않았다.

골키퍼도 변화를 줬다. 문현호가 울산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2022, 2023시즌 충남아산에서 총 17경기에 나선 경험은 있었지만, 거함 울산의 일원으로 처음 주전 장갑을 꼈다. 승부차기에서 상대 1, 2, 3번 키커의 슈팅을 모두 선방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후 마주한 문현호는 “솔직히 내가 잘한 건 승부차기 밖에 없던 것 같다”며 다소 굳은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최후의 순간 영웅으로 등극했지만 세이빙, 위치 선정, 수비진과 호흡 등 모든 면에서 스스로 불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 데뷔전에서 4실점은 상상도 못했던 성적표다.

그는 “경기를 앞두고 양지원 골키퍼 코치님이 출전할 거라고 귀띔해주셨다. 나름 열심히 준비했는데, 경기력이 기대에 못 미쳤다. 오랜만에 경기장에 나가다 보니 어색함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홍명보 감독은 승부차기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단판 승부인데다 워낙 변수가 많은 컵 대회라 울산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했다. 문현호 카드가 끝내 적중했다. 세 명의 킥을 모두 막은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그는 “선수마다 스타일이 있다. 힘을 실어서 강하게 차는 스타일, 세밀하게 차는 스타일 등 그런 부분에 관해 연구했다. 여기에 심리적인 면도 잘 이용했다”는 비결을 들었다.

울산 팬들은 데뷔전에서 냉탕과 온탕을 오간 ‘우리의 미래’에게 야유보다 힘을 실어줬다. 90분 혈투가 끝나고 연장이 시작되기 전에 문현호가 서포터스석 앞으로 다가오자 열띤 박수와 함성으로 힘을 실어줬다. 성원에 힘입어 극적인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문현호는 “120분 동안 팬들에게 죄송했다. 그 순간만큼은 책임지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감사의 의미로 세리머니를 했다”고 털어놓았다.

국가대표 수문장 조현우는 이날 명단에서 제외됐고, 조수혁이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둘은 K리그1에서 검증된 수문장들이다. 조수혁은 승부차기를 앞두고 문현호에게 조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리그 최정상급인 두 형들의 존재 자체만으로 내게 큰 도움이 된다. 함께 운동할 수 있어 영광”이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끝으로 문현호는 “잘한 점도 있고, 다소 미흡한 면도 있었다. 앞으로 장점을 살려 팬들에게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시 한 번 팬들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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