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설스타] ‘울산→세르비아’ 설영우, “유상철 감독님 저 이제 돈 버는데...”
입력 : 2024.06.2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울산] 이현민 기자= 울산 HD 설영우가 세르비아 명문 FK 츠르베나 즈베즈다로 이적한다. 울산의 로컬보이인 그가 당찬 포부와 함께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설영우는 울산 산하 유스팀인 현대중학교, 현대고등학교, 울산대학교를 거쳐 2020년 프로에 첫 발을 내디뎠다. 2020년 10월 18일 울산의 영원한 라이벌 포항스틸러스와 동해안더비에서 깜짝 선발로 출전해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고, 2021시즌에는 K리그 영플레이어상을 거머쥐었다.




대학교 시절 측면 공격수였던 그는 프로에서 풀백으로 변신에 성공, 좌우를 모두 소화하는 팀의 만능 키로 자리 잡았다. K리그1에서 다섯 시즌 동안 120경기에 출전해 5골 11도움의 기록을 남겼다. 울산이 최근 리그 2연속 우승을 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측면 수비수임에도 명장면이 수두룩하다. 지난 시즌 포항과 K리그1 36라운드에서 대 역전극의 서막을 알렸던 동점골, 우승을 확정 짓고 만난 현대가 라이벌 전북현대와 38라운드 최종전에서는 결승골을 터트렸다. 2024시즌 울산의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던 전북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결승골까지, 스타성을 증명했다.




태극마크는 당연했다. 2022년에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와일드카드로 뽑혀 대한민국이 금메달을 목에 거는데 일조했다. 지난해 A대표팀에 승선했고, 그해 6월 20일 엘살바도르와 평가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2023 카타르 아시안컵에서는 전 경기 출전해 전 국민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이런 설영우의 가치를 즈베즈다가 진작에 알아봤고, 올해 초부터 지속적인 러브콜을 보내왔다. 이번 시즌 어깨 부상 후 수술로 이탈하기 전까지 주축으로 활약했던 만큼 울산 입장에서 보내주기 싫은 건 당연했다. 그렇지만 구단은 선수 개인의 성장과 변화를 위해 통 큰 결정을 내렸다. 세르비아 현지 매체가 전한 보도 내용보다 상향된 조건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영우는 26일 오후 7시 30분 울산과 대구FC의 경기가 열리는 문수축구경기장을 찾았다. 현장에서 마주한 그가 울산 유니폼을 입고 뛰었던 과거와 현재, 미래에 관해 언급했다. 자신을 지도했던 스승들에게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경기 후 구단에서 마련한 환송식에서 폭풍 눈물을 쏟았다. 홍명보 감독은 “설영우가 돌아올 때 울산으로 온다고 나랑 약속했다”고 이별 메시지를 전했다.



■ 아래는 설영우의 일문일답

- 울산을 떠나 세르비아 간다. 소감은?
이적 결정을 내려주신 구단과 감독님에게 감사하다. 가서 잘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되고 설렌다. 어떻게 하면 잘할지 생각하면서 가야할 것 같다.

- 현재 즈베즈다에 몸담고 있는 황인범의 추천이 있었다는데?
(황)인범이 형과 이적에 관해 대화를 많이 한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추천을 받아서 갈 수 있는 건 아니다. 조언을 많이 해줬다.

- 유스 시절부터 프로까지 몸담았다. 기억이 있다면?
현대중, 현대고를 졸업하면서 좋았던 기억만 있다. 다른 또래 선수들에 비해 좋은 환경에서 축구를 했다. 프로 선수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보고 배우면서 느낀 점이 많았다. 다만 다른 선수들에 비해 프로 늦게 입단했다. 연차가 그렇게 많이 되지 않았더라.

- 어깨 수술 후 상태는?
현재 열심히 재활을 하고 있는데 필드에 들어가기 무리가 있다. 아직 조깅을 못했다. 최대한 빨리 복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대표팀에 유럽파가 많다. 동료들과 대화하면서 꿈을 키웠을 것 같다. 아시아 풀백 자원으로 좋은 대우를 받고 이적하게 됐다. 본인이 어떤 상상을 했나?
프로 데뷔를 하고 한국에서만 뛰었다. 대표팀을 오가며 유럽에 있는 형들과 뛰었다. 느낀 점이 있다면 스스로 K리그에 대한 판단은 다했다. 내가 유럽에서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느끼고 부딪혀보고 싶었다. 가장 큰 것 중 하나는 해외에서 대표팀 경기가 끝나면 다들 유럽으로 향하는데 한국행 비행기를 타는 게 아쉬웠다(웃음).

- 울산 팬들이 많이 아쉬워한다.
울산에서 자랐기 때문에 늘 아껴주셨다. 나에 대한 애정이 크다고 생각하면서 경기를 뛰었다. 거기에 보답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나름 열심히 했다. 많은 분이 아쉬워하시는데 영원히 떠나는 게 아니다. 다시 돌아올 것이다. 만약 실패해서 돌아와도 너그럽게 이해해주셨으면 한다.

- 즈베즈다에 가면 주전으로 뛸 상황이다.
2년 동안 쉼 없이 달려왔다. 수술로 인해 잠시 공백기를 갖게 됐다. 빠르게 회복하는 게 목표다. 이제 혹사당하고 싶다.

- 먼 훗날 울산에서 은퇴할 건가?
은퇴는 당연히 울산에서 한다. 울산 말고 생각해본 적 없다. 무급이 아니라면(웃음). 연봉에 대한 걱정은 안하고 돌아올 것이다.

- 이적 관련해 다른 선배들과 이야기를 나눴나?
이런 일로 누군가와 이야기 하는 걸 안 좋아한다. 확정되기 전까지 언급하지 않았다. 인범이 형은 같은 팀이라 상황을 잘 알아서 소통했다. 먼저 연락해서 물어보지 않았다.




- 스승인 유상철 감독, 홍명보 감독에 대한 고마움이 있을 것 같다.
그렇게 길지 않은 프로 연차에 감사하게도 스승님 복이 많다고 생각한다. 유상철, 김도훈, 홍명보 감독님까지. 한국 축구에 큰 기여를 하셨던 분들과 함께 해서 영광이었다. 특히 유상철 감독님에게 감사하다는 표현을 하고 싶다. 이제 돈도 벌어서 맛있는 거 대접해드리고 싶은데, 개인적으로 아쉽다.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보답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 향후 목표가 있다면?
세르비아 리그는 중계 보기가 힘들더라. 팬들께서 쉽게 중계를 보실 수 있는 독일, 영국 등 리그로 향하고 싶다.



사진=울산 HD,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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