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배웅기 기자= 박지성(43) 전북현대모터스 어드바이저가 대한축구협회(KFA) 졸속행정에 직격을 가했다.

박지성은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교육동에서 열린 '박지성과 함께하는 미래세대 토크-주니어 풋살' 행사에 참석했다. 이후 'JTBC'와 인터뷰를 통해 최근 KFA의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을 둘러싼 논란에 직접 입을 열었다.

"첫 번째 드는 감정은 슬픔이다. 한국에서 축구를 시작했고, 이 분야에 아직도 있지만 우리가 이것밖에 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 하나 답이 없다는 게 가장 슬프고 참담하다. 저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며 "이번 일을 맞이하는 많은 축구인도 가슴이 아플 테고, 과연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 걸까 생각할 것이다. 절차대로 밟아서 감독을 선임하겠다는 약속 자체가 무너졌다. 받아들일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뗀 박지성은 자신의 입장을 덤덤히 밝혀나갔다.

이어서 "사안이 너무 커서 상황을 바꿀 수 있을지 저로서 가늠이 되지 않는다. 감독 선임을 했지만 번복하는가 마는가는 KFA와 홍 감독님의 결정이 남아있다"면서 "지금 분위기에서 앞으로 쉽사리 나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몽규 KFA 회장을 향한 국민 전반의 퇴진 요구와 관련해서는 "상당히 어려운 부분인 게 사실이다.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회장을 내려와야 한다, 내려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외부 압력으로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결국 (정몽규) 회장님이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회장님이 그만둔다고 했을 때 다른 대안이 있는지 또한 고민을 해봐야 한다. 뭔가를 해야 한다는 것보다 KFA를 바라보는 시선을 어떻게 재확립시키고, 신뢰를 심어줄지가 우선시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덧붙여 "박지성이라는 전 축구선수로서 대한민국 축구의 책임은 어느 정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언론을 맞닥뜨려야 하는 상황임에도 아무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한국 축구를 배제하는 것과 같다"며 "제가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뭔가 바뀔 거라는 기대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생각은 전달해야 하지 않나 싶었다"고 소신 발언을 이어나갔다.

내부 폭로 이후 KFA의 '법적 대응' 압박에 몸살을 앓은 후배 박주호 KFA 전력강화위원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박지성은 "회의 기간 내내 (박주호가) 상당히 많은 무력감을 느꼈을 것 같다. 절차대로 진행이 안 됐다면 그 자리에 누구든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결과적으로 그 부분이 가장 아쉬웠다"고 이야기했다.

박지성은 인터뷰를 마무리하기 위해 마지막 질문을 받겠다고 말하는 관계자를 만류하기도 했다.

KFA가 여러 프로세스에 걸쳐 시스템을 잃어버린 것에 대해서는 "시스템이 없다면 좋은 인재를 활용하지 못한다. 오히려 그 인재를 제물로 써야 하는 일이 벌어진다. 굉장히 안타까운 결과"라고 비판했다.

'한국 축구의 위기'라는 세간의 우려에는 "대표팀이 위기라서 한국 축구의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근간이 흔들렸을 때가 진짜 위기다. 지금은 그 근간이 흔들릴 수 있어 가장 우려스럽다"며 "체계 자체가 무너졌다. 체계를 바로 세울 것이라는 기대는 5개월 전이 마지막이었다. (체계) 변화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모든 걸 새로 쌓아야 한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사진=대한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