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선발투수는 완벽했고 허리까지도 튼튼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단단했던 '독수리 요새'의 뒷문이 무너졌다. 한화 이글스가 8회 단 1이닝을 지키지 못해 6위 도약이 무산됐다.

한화는 2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주중 3연전 첫 경기서 1-3으로 역전패했다.

선발투수로 나선 문동주는 전광판 기준 최고 160km/h 강속구를 앞세워 롯데 타선을 봉쇄했다. 6이닝 동안 7개의 안타를 내줬지만, 사사구 없이 5탈삼진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한화 타선은 롯데 선발 박세웅(7이닝 3피안타 3사사구 6탈삼진 1실점)의 역투에 고전했다. 그러나 7회 초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노시환이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으로 밥상을 차렸고, 채은성이 2루타로 무사 2, 3루 절호의 찬스를 만들었다. 이어 김태연이 큰 바운드의 느린 땅볼로 3루 주자를 불러들여 팽팽했던 '0'의 균형을 깼다. 다만 1사 2루에서 추가 득점을 올리지 못한 부분은 아쉬웠다.

리드를 잡은 한화는 91구를 던진 문동주를 내리고 8월 평균자책점 '0'을 자랑하는 철벽 불펜 박상원을 투입했다. 선두타자 나승엽을 우익수 뜬공 처리한 박상원은 윤동희에게 2루타를 맞아 1사 2루에 몰렸다. 노진혁을 3구 만에 헛스윙 삼진 처리한 뒤 손성빈의 대타로 등장한 정훈에게는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줘 2사 1, 2루가 됐다. 실점 위기에도 박상원은 흔들림 없이 황성빈을 4구 만에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하고 1점의 리드를 지켰다.



4연승까지 2이닝 남은 상황에서 한화가 자랑하던 불펜이 흔들렸다. 8회 말 마운드에 오른 한승혁이 선두타자 고승민에게 2루타를 맞아 득점권 위기에 몰렸다. 손호영까지 좌전안타를 터뜨려 무사 1, 3루가 됐다. 한승혁은 결국 빅터 레이예스와 풀카운트 승부 끝에 중견수 뜬공을 내줘 희생플라이로 1-1 동점을 허용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한승혁은 전준우에게 볼넷을 허용해 1사 1, 2루 위기를 자초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김서현이 나승엽을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해 급한 불을 끄는 듯했지만, 롯데 타선은 다시 불타올랐다. 윤동희가 김서현의 153km/h 강속구를 받아쳐 1타점 적시타로 2루 주자를 불러들였다. 이어 정보근까지 김서현의 초구 153km/h 패스트볼을 공략해 또 한 명의 주자가 홈을 밟았다. 결국 김서현은 승계 주자를 모두 들여보내고 난 뒤에야 박승욱을 삼진으로 처리하고 힘겹게 8회를 정리했다.



한화는 9회 초 마지막 공격에서 선두타자 장진혁이 롯데 마무리 김원중을 상대로 우전안타를 때려 희망을 이어갔다. 노시환이 7구 승부 끝에 볼넷을 골라 무사 1, 2루 절호의 찬스가 찾아왔다. 하지만 5번 타자 채은성이 2루수 땅볼로 병살타를 기록해 추격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2사 3루에서 마지막 타자 김태연이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나 한화는 1-3 패배의 쓴맛을 봐야 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한화는 3연승을 포함해 최근 10경기 8승 2패의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8월 전체로 봐도 20경기서 13승 7패(승률 0.650)로 '8치올(8월에 치고 올라간다)'를 실현하고 있었다.

만약 한화(56승 2무 60패 승률 0.483)가 27일 롯데전에서 승리했다면, 같은 날 KIA 타이거즈에 패한 SSG 랜더스(58승 1무 62패 승률 0.483)를 밀어내고 6위로 도약할 수 있었다. 하지만 승리를 눈앞에 두고 마지막 순간 믿었던 불펜이 무너져 6위와 게임 차 없는 7위를 그대로 유지했다.



사진=OSEN, 한화 이글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