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위팀 맡아 5위→4위 우상향했는데...이승엽 감독은 어쩌다 ''나가!'' 소리를 듣게 되었나
입력 : 2024.10.0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국민타자' 이승엽(48) 감독의 2번째 시즌이 마무리됐다. 2년 연속 가을야구 문턱은 넘었지만, 그 이상 올라가지는 못했다. 역대 최초의 와일드카드 '업셋' 허용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세운 이승엽 감독에게 두산 팬들은 야유와 비난을 쏟아냈다.

두산은 지난 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 KT와 맞대결에서 0-1로 패했다. 1차전(0-4)에 이어 이틀 연속 무득점으로 허무하게 패한 두산은 2015년 와일드카드 제도가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5위가 4위를 꺾는 '업셋' 시리즈의 희생양이 되는 비극을 맞았다. 더불어 이승엽 감독의 포스트시즌 전적은 3전 3패가 됐다.

4위의 어드밴티지를 가진 두산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시즌 상대 전적에서 12승 4패로 압도적 우위를 점했던 KT를 만나게 됐다. KT는 SSG 랜더스와 5위 결정전(타이브레이커)까지 치르고 곧바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나선 상황이라 두산이 여러모로 유리해 보였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반대였다. 두산은 이틀 동안 18이닝 무실점의 굴욕을 당하며 가을야구 탈락의 쓴맛을 봤다.

결국 역대 최초의 와일드카드 업셋을 허용한 두산의 무기력한 패배를 지켜본 팬들은 분노가 폭발했다. 2차전 종료 후 잠실구장 주변에서는 두산 팬들이 모여 "이승엽, 나가!"를 외쳤고, 이승엽 감독의 삼성 시절 응원가를 부르며 조롱하기도 했다.



사실 와일드카드 결정전 2경기만 놓고 보면 전적으로 이승엽 감독의 능력을 탓하기는 어렵다. 공수의 핵인 양의지가 왼쪽 쇄골 부상으로 이탈하는 초대형 악재가 발생했고, 1차전에서는 믿었던 'KT 킬러' 곽빈이 1이닝 만에 무너지며 경기가 어렵게 풀렸다. 이러한 가운데 이승엽 감독은 조던 발라조빅을 불펜으로 활용해 추가 실점 없이 KT를 4점에 묶어두는 데 성공했다. 2차전 역시 선발 최승용 카드부터 불펜 운용까지는 적절했으나 2경기 내내 타선이 KT 투수진에 꽁꽁 묶여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두산 팬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와일드카드 결정전 경기 내용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지난 2년 동안 이승엽 감독이 보여준 두산의 야구는 팬들의 기대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과거 김태형 감독(현 롯데 자이언츠)이 지휘봉을 잡았던 시절 두산은 리그 순위가 9위까지 떨어졌던 2022년을 제외하고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시즌 연속 팀 타율이 리그 3위 밖으로 벗어나지 않았다. 2016년(0.298), 2018년(0.309), 2020년(0.293)까지 3시즌은 팀 타율 1위를 기록하는 등 상대를 압도하는 화끈한 공격야구를 펼쳤다.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홈런 타자 출신의 이승엽 감독은 부임 당시부터 '스몰볼'을 추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여기서부터 감독과 팬들 사이에는 괴리감이 생겼다. 결과적으로 이승엽 감독은 첫 해 정규시즌 5위(74승 2무 68패 승률 0.521)로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9위에 머물렀던 2022년(638득점, 6위)보다 2023년(620득점, 8위) 득점력은 더 나빠졌다. 시즌 내내 스몰볼, 작전 야구, 불펜 투수 과부하 등에 대한 팬들의 불만이 이어졌고, 결국 가을야구 출정식에서는 이승엽 감독을 향한 '야유'라는 결과까지 나왔다.



2년 차를 맞은 이승엽 감독의 야구 스타일은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선발진이 무너진 탓에 불펜 중심의 야구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모처럼 선발투수가 호투를 한 날에도 일찌감치 불펜을 가동하거나 온전히 한 이닝을 맡기기보다는 수시로 교체를 가져가는 상황이 잦았다.

그 결과 두산 불펜은 한 시즌 역대 최다 등판(628회) 신기록을 세웠고, 이승엽 감독의 투수 운용 방식은 '투마카세(투수+오마카세)'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여기에 고교 시절 이미 혹사 이슈를 겪었던 신인 김택연에 대해 시즌 개막 전 40이닝 내외로 관리하겠다고 공언했으나 60경기 65이닝을 맡겨 혹사 논란에 불을 붙였다.



올 시즌 두산은 조수행(64도루)과 정수빈(52도루)을 앞세워 팀 도루 1위(184개)를 기록하며 기동력 야구에서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이는 두산 팬들이 원하는 그림은 아니었다. 강한 1~2번이 최근의 추세지만 이승엽 감독의 두산은 1번 타순 OPS 7위(0.744), 2번 타순은 최하위(0.696)로 흐름에서 벗어난 스타일을 고수했다.

한 방은 있으나 정확도가 떨어지고 삼진이 많은 양석환, 김재환 등이 중심 타선을 구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자를 쌓기보다 1점을 내기 위한 야구를 펼치는 모습이 잦았다. 타고 투저 시즌임에도 경기 초반부터 한 베이스를 더 진루시키기 위한 작전을 펼치는 모습은 두산 팬들로 하여금 답답함을 느끼게 만들었다.



결국 두산 팬들은 2시즌 내내 비슷한 흐름을 보인 이승엽 감독의 운영 방식에 불만이 쌓였고, 역대 최초의 와일드카드 업셋이라는 결과가 나오자 쌓였던 분노가 한꺼번에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이승엽 감독은 9위로 떨어졌던 팀을 맡아 5위, 4위로 2년 연속 가을야구 티켓을 손에 잡았지만, 그가 추구하는 야구는 두산 팬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지는 못했다.




사진=뉴시스, 뉴스1,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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