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홈런 타자 없어도 팀 OPS 2위...가능성 보여준 윤나고황손, 내년엔 가을야구 할 수 있을까
입력 : 2024.10.0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신희재 기자= 다섯 명이 모두 사이좋게 OPS 0.8을 넘겼다. 롯데 자이언츠 '윤나고황손'이 김태형 감독 첫 해 포지션별 탑급 선수로 성장할 만할 잠재력을 보여줬다.

롯데는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정규시즌을 7위(66승 74패 4무)로 마무리했다. 6월(14승 9패 1무)과 8월(14승 8패) 최고의 시기를 보냈지만, 4월(7승 15패 1무)과 7월(6승 14패)의 부진을 극복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명장 김태형 감독의 부임 1년차는 7년 연속 가을야구 탈락이라는 아쉬운 성적표로 마무리됐다.

쉽지 않은 한 해였다. 롯데는 구단 역사에서 손에 꼽을 만큼 탄탄한 외국인 트리오를 구축했지만, 국내 선수들이 그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마운드가 암울했다. 핵심 자원인 선발 박세웅과 마무리 김원중은 자주 흔들렸고, 그 외 선수들은 대부분 부상과 부진에 신음했다.

타선도 100% 만족스러운 시즌은 아니었다. 올 시즌 롯데는 이대호 은퇴 후 2년 연속으로 20홈런 타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타고투저 양상에서 리그 내 30홈런 이상 타자가 7명, 20홈런 이상 타자는 무려 22명이나 나왔으나 롯데 타자는 한 명도 없었다. 18홈런을 기록한 트레이드 이적생 손호영이 팀 내 1위였다. 그만큼 '성담장'의 벽이 견고했다.


그래도 롯데는 올 시즌 '윤나고황손'의 가능성을 확인하면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윤동희(21), 나승엽(22), 고승민(24), 황성빈(27), 손호영(30)은 나란히 11월 열리는 2024 WBSC 프리미어12 예비 명단에 이름을 올릴 만큼 인상적인 한 해를 보냈다. 특히 윤동희를 제외한 전원이 첫 풀타임 시즌을 치르고도 수준급 활약을 펼치며 미래를 기대케 했다.

지난해 우익수로 첫 풀타임 시즌을 소화했던 윤동희는 올해 중견수와 우익수를 오가며 141경기 타율 0.293(532타수 156안타) 14홈런 85타점 97득점 OPS 0.829를 기록했다. 이제 데뷔 3년차임에도 지난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2023 APBC에서 태극 마크를 달고 활약하는 등 차세대 국가대표 외야수로 입지를 굳혔다.


구단 신인 야수 최고액인 계약금 5억 원에 입단한 1루수 나승엽은 지난해 11월 상무 전역 후 올해 121경기 타율 0.312(407타수 127안타) 7홈런 66타점 OPS 0.880을 마크했다. 전반기 홈런 1개에 그쳤으나 후반기 6개로 상승 곡선을 그렸고, 2루타 35개로 윤동희와 함께 리그 공동 5위를 차지하는 등 중장거리 타자로서 존재감을 발휘했다.

외야에서 내야로 돌아온 2루수 고승민은 120경기 타율 0.308(481타수 148안타) 14홈런 87타점 OPS 0.834를 기록했다. 시즌 막판 KBO리그 역대 32번째 사이클링 히트를 작성하는 등 뜨거운 타격감을 자랑했다. 이를 바탕으로 6년 총액 72억 원에 한화 이글스로 이적한 안치홍의 공백을 훌륭하게 메우면서 리그 정상급 2루수 중 한 명으로 도약했다.



2년간 시즌 중 사이클을 탔던 중견수 겸 좌익수 황성빈은 125경기 타율 0.320(366타수 117안타) 4홈런 26타점 94득점 51도루 OPS 0.812로 알을 깨는 데 성공했다. 올해도 슬럼프는 있었지만 리그에서 3루타(8개) 2위, 도루 3위에 이름을 올리며 장점인 스피드를 십분 활용했다.

3월 트레이드로 롯데에 합류한 3루수 손호영은 102경기 타율 0.317(398타수 126안타) 18홈런 78타점 OPS 0.892로 반전을 만들어냈다. 역대 공동 3위에 해당하는 30경기 연속 안타 기록을 수립하고, 8월 8홈런으로 절정의 기량을 뽐내는 등 눈부신 한 해를 보냈다.



다섯 명의 선수는 모두 OPS 0.8을 넘기며 상대 투수들에게 부담감을 안겨줬다. 롯데는 '윤나고황손'과 우익수 빅터 레이예스(0.904), 지명타자 전준우(0.854)까지 7명이 OPS 0.8 이상을 기록했다. 규정 타석 70% 기준으로 한 팀에 OPS 0.8 타자가 7명 이상인 팀은 롯데가 유일하다. 사실상 포수와 유격수를 빼면 전 포지션에서 쉬어갈 틈이 없는 타선을 구축한 셈이다.

롯데의 화끈한 공격력은 다양한 지표로 확인할 수 있다. 롯데는 팀 타율(0.285), 장타율(0.430), OPS(0.782) 모두 1위 KIA 타이거즈 다음으로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리그에서 세 번째로 적은 홈런(125개)을 때리고도 2루타(285개)와 3루타(41개) 모두 1위를 차지해 장타율과 OPS를 대폭 끌어올렸다. 홈런이 조금 적어도 충분히 장타 한 방을 기대할 수 있는 팀이었다.

'윤나고황손'은 전성기에 접어들었거나 이제 전성기가 시작될 나이의 선수들이다. 앞으로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여기에 명장 김태형 감독과 시너지가 더해지면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해 볼만하다. 다섯 선수가 내년에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 롯데의 암흑기를 끝내고 염원의 가을야구 무대를 밟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OSEN, 롯데 자이언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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