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외인 투수가 있다...''언젠가 다시 뛸 기회 얻을 수 있길'' 5월에 떠난 크로우, 한글로 KIA 팬·구단·동료에 진심 전했다
입력 : 2024.11.0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동행한 시간을 짧았지만, 팀을 향한 애정만큼은 몇십 년을 뛴 원클럽맨 못지않다. 올 시즌 KIA 타이거즈에서 뛰었던 외국인 투수 윌 크로우가 팬과 구단을 향한 진심을 전했다.

크로우는 5일 자신의 SNS에 장문의 메시지를 올렸다. 영어로 작성된 글 바로 아래에는 한글로 팬과 KIA 구단, 함께 뛴 동료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는 편지가 적혀 있었다.

'한국 팬 여러분께'로 메시지를 시작한 크로우는 "여러분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라며 "이번 시즌 내내 여러분의 사랑과 응원을 느끼며 큰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이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었지만, 팀원들이 V12를 목표로 열심히 뛰는 데 방해가 될까 봐 조금 기다렸다"고 한국시리즈를 마치고 인사를 전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그는 "한국에서 보낸 시간은 정말 특별했고 좋은 기억밖에 없다. 팬들과 코치진, 팀원 여러분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며 "이번 시즌에 작게나마 기여할 수 있어서 큰 축복이었고, 언젠가 다시 타이거즈에서 뛸 기회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곧 다시 만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크로우는 '기아 타이거즈 구단께'라고 구단에도 인사를 전했다. 그는 "저에게 기회를 주시고 믿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여러분 덕분에 한국에서 정말 따뜻한 환영과 사랑을 받으며 지낼 수 있었다. 집에 돌아온 후에도 수술과 회복 과정을 통해 건강을 되찾는 데에 많은 도움을 주셔서 큰 힘이 되었다"고 KIA 구단의 따뜻한 배려에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여러분이 주신 기회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그 고마움을 다 표현할 수가 없다. 곧 다시 뵙길 바란다"라고 인사했다.

마지막으로 크로우는 '기아 타이거즈 선수단에게'로 시작하는 동료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다. 그는 "저를 환영해 주고 친구가 되어 주고 가족처럼 대해 주셔서 감사하다. 여러분과 같은 유니폼을 입을 수 있어서 영광이었고 큰 축복이었다"라며 "여러분이 멋지게 시즌을 마무리하고 우승 트로피를 안게 되어 정말 기쁘다. 여러분 모두가 제 마음속 한곳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다시 함께 그라운드에서 뛸 날이 기다려진다"라고 KIA의 우승을 함께 기뻐했다. 편지의 끝부분은 '영원할 KIA 타이거즈에게. -크로우가-'라고 적으며 한국의 손가락 하트 이모티콘으로 마무리했다.



지난 1월 KIA와 총액 100만 달러(20만 달러, 연봉 60만 달러, 옵션 20만 달러) 계약을 맺은 크로우는 KBO리그 데뷔 전부터 '메이저리그(MLB) 풀타임 선발' 경력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MLB 통산 94경기(선발 29경기)에 등판해 10승 21패 16홀드 5세이브 평균자책점 5.30을 기록한 크로우는 2021년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담당하며 26경기(선발 25경기) 4승 8패 평균자책점 5.48의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3월 2경기서 1승 1패 평균자책점 8.10으로 불안한 출발을 보인 크로우는 이내 KBO리그에 적응했다. 4월 4경기 연속 무자책 행진을 이어가는 등 5경기서 3승 평균자책점 2.49로 활약했다. 5월 4일 한화전에서도 5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5승을 수확한 크로우는 제임스 네일과 함께 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원투펀치로 자리 잡는듯했다.



순조롭게 한국 무대에 연착륙하고 있던 크로우는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5월 초 불펜 피칭 과정에서 팔꿈치에 불편함을 호소했고, 교차 검진 끝에 오른쪽 팔꿈치 내측 측부인대 부분손상 진단을 받았다. 이후 크로우는 지난 14일 재검진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KIA는 캠 알드레드와 발 빠르게 계약을 맺어 크로우의 공백을 최소화했다.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고 결국 6월 1일 오른쪽 팔꿈치 내측 측부인대 재건술을 받으면서 크로우는 그대로 시즌 아웃됐다. KBO리그에서 거둔 최종 성적은 8경기 5승 1패 평균자책점 3.57, 40⅓이닝 43탈삼진으로 부상이 없었다면 리그 정상급 에이스로 활약을 기대해 볼만한 기록이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크로우는 KIA 구단과 선수단, 팬들의 매력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미국으로 건너간 뒤에도 SNS를 통해 KIA가 승승장구 하는 소식을 기뻐했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는 한글로 "행운을 빕니다. 미국에서 지켜보고 있을게요. KS 우승"이라는 문구를 작성해 동료들을 응원했다.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에도 크로우의 애정 표현은 이어졌다. 한국에서 보낸 추억들이 담긴 사진, KIA 우승 엠블럼 등과 함께 팬, 구단, 선수단에 한글로 적힌 메시지를 남겼다. 해당 게시물에 FA로 풀린 장현식이 "사랑해"라고 답글을 달자 크로우는 "love you bro. 우리 둘 다 KIA에 다시 계약할 것입니다"라고 응답했다. KIA를 향해 아낌없는 애정을 드러낸 크로우가 성공적으로 재활을 마치고 다시 한국 무대에 복귀하는 날이 올지 궁금해진다.




사진=OSEN, 윌 크로우 S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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