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LEE가 2루타를 쳤나요? 네 쳤습니다! 'ML 2루타 1위' 이정후, 사상 최초 韓·美 신기록 달성 '꿈이 아니다'
입력 : 2025.04.1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SPORTALKOREA] 오상진 기자=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강타자 조 디마지오는 1941년 메이저리그 역대 최장 경기 연속 안타(56경기) 신기록을 세웠다. 당시 미국인들이 "오늘도 디마지오가 안타를 쳤나요?"라는 말로 인사를 대신할 정도로 그의 활약은 인상적이었다.

이것을 요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팬과 한국 야구팬들에게 적용한다면 "오늘도 이정후가 안타를 쳤나요?"로 바꿀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안타가 아니라 "오늘도 이정후가 2루타를 쳤나요?"로 해도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올 시즌 초반 이정후의 활약이 돋보인다.

이정후는 1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시티즌스 뱅크 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원정 경기에 3번 타자-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으로 활약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선발투수 로비 레이(4이닝 4실점)가 흔들렸지만, 타선이 13안타 11득점으로 폭발하며 11-4로 대승을 거뒀다.

1회 초 1사 2루 득점권 찬스서 첫 타석을 맞은 이정후는 필라델피아 선발로 나선 'MLB 통산 104승 투수' 애런 놀라를 상대로 볼카운트 1-1에서 3구째 바깥쪽 낮은 코스에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공략했다. 타구는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깔끔한 안타가 됐고, 2루 주자가 윌리 아다메스가 홈을 밟아 이정후의 시즌 13번째 타점이 기록됐다.

샌프란시스코 중계방송사 'NBC 스포츠 베이 에어리어'의 중계진은 "(투수가) 먼 코스에 떨어지는 좋은 투구를 했지만, 그(이정후)가 더 좋은 스윙을 했다"라며 이정후의 컨택 능력을 극찬했다.

이정후는 다음 타석에서 '2루타 머신' 모드를 가동했다. 양 팀이 4-4로 팽팽하게 맞선 5회 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이정후는 놀라의 2구째 몸쪽을 파고드는 커터를 받아 쳐 날카로운 타구를 만들었다. 1루수의 점프캐치를 넘어 타구가 우익수 옆으로 굴러가는 사이 이정후는 헬멧이 벗겨질 정도로 전력질주해 2루에 안착했다. 올 시즌 MLB에서 가장 먼저 10호 2루타를 기록하는 순간이었다.

이정후는 다음 타자 맷 채프먼의 중전안타 때 필라델피아 중견수 요한 로하스의 송구가 빗나간 틈을 놓치지 않고 홈까지 내달려 득점을 기록했다.

샌프란시스코가 6-4로 앞선 6회 초 1사 만루 찬스서 이정후는 호세 루이스의 바깥쪽 체인지업을 밀어쳐 좌익수 뜬공으로 모든 주자를 한 베이스씩 진루시켜 희생플라이 타점을 올렸다. 이후 7회에는 2사 3루서 잘 맞은 타구가 중견수 정면으로 향해 뜬공 아웃, 9회에는 날카로운 타구를 때렸으나 2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17일 경기를 마친 이정후의 시즌 성적은 17경기 타율 0.338(68타수 23안타) 3홈런 14타점 19득점 3도루 OPS 1.042로 리그 최정상급이다. 내셔널리그(NL) 득점 2위, 장타율(0.647) 3위, OPS 4위, 타율 5위, 타점 공동 11위 등 타격부문 대부분의 지표가 최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특히 MLB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는 2루타 페이스는 믿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정후는 팀이 18경기를 소화한 가운데 이미 두 자릿수 2루타를 달성했다. 이 페이스를 남은 144경기에 적용하면 올 시즌 2루타 90개가 가능하다.

물론 이는 단순한 계산으로 나온 결과값일뿐 실제로 이정후가 90개의 2루타를 기록하기는 매우 어렵다. 시즌은 길고 체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투수들의 대응도 달라질 것이다. 타격 사이클이 떨어졌을 때 '2루타 머신'이 멈춰설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 페이스가 좋기 때문에 MLB 단일 시즌 최다 2루타 신기록도 마냥 꿈은 아니다. 역대 1위 기록은 1931년 얼 웹이 달성한 67개다. 이정후가 남은 경기서 58개의 2루타를 기록한다면 94년 만에 MLB 새 역사를 쓸 수 있다.

2루타 60개 기록만 달성한다 해도 대단한 일이다. MLB 역사상 단일 시즌 60개 이상 2루타 기록은 6번밖에 나오지 않았다. 60홈런(9번)보다 드문 기록이다. 1936년 찰리 게링거(60개) 이후로는 맥이 끊겼다. 2023년 프레디 프리먼이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59개에서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이정후가 남은 시즌 약 3.5경기당 1개꼴로 2루타를 기록한다면 마의 '2루타 60개' 벽을 넘을 수 있다.

이정후는 2020년 KBO리그 단일 시즌 최다 2루타(49개) 신기록을 세운 경험이 있다. 만약 올 시즌 68개의 2루타를 때려 MLB 기록을 경신한다면 한국과 미국 프로야구 역대 1위 기록을 모두 보유하게 된다. '바람의 손자' 이정후가 일으킨 '2루타 바람'에 야구팬들은 매일 설레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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