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PORTALKOREA] 오상진 기자= 롯데 자이언츠 '안경 에이스' 박세웅(30)이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43)의 예언대로 20승 투수가 될 수 있을까. '한·미·일 다승 1위'를 달리고 있는 시즌 초반 페이스만 보면 마냥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박세웅은 6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SSG 랜더스와 경기에 선발투수로 등판해 7이닝 2피안타 4사사구(3볼넷 1사구) 7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로 시즌 7승(1패 평균자책점 2.54)째를 수확했다. 에이스의 호투를 앞세운 롯데는 6-0으로 승리를 거두고 3연패를 탈출, 리그 3위(21승 1무 16패, 승률 0.568) 자리를 유지했다.
'연패 스토퍼' 중책을 맡고 마운드에 오른 박세웅의 투구는 거침이 없었다. 1회 최지훈과 정준재를 연속 헛스윙 삼진을 돌려세운 박세웅은 최정에게 빗맞은 타구로 안타를 내줬지만, 한유섬을 공 하나로 2루수 땅볼 처리해 이닝을 정리했다. 롯데 타선은 1회 말 선두타자 윤동희가 솔로포로 득점을 지원해 박세웅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2회 라이언 맥브룸을 3루수 땅볼, 박성한을 1루수 땅볼로 처리한 박세웅은 고명준을 몸에 맞는 볼로 내보낸 뒤 김성현을 유격수 땅볼로 막았다. 3회는 선두타자 조형우에게 안타를 허용한 뒤 최지훈을 삼진, 정준재를 투수 땅볼로 처리해 빠르게 2아웃을 잡았다. 최정과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내줘 2사 1, 2루 첫 득점권에 몰린 박세웅은 한유섬을 포크볼로 헛스윙 삼진 처리하고 위기를 벗어났다.

롯데는 3회 말 이호준의 3루타에 이어 윤동희의 적시타로 2-0을 만들었다. 박세웅은 4회 초 맥브룸을 삼진 처리한 뒤 박성한에게 볼넷으로 출루를 허용했다. 1사 1루에서 그는 고명준을 3루수 뜬공, 김성현을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무실점 투구를 이어갔다. 4회 말 롯데 타선은 정훈의 2타점 적시타로 4-0까지 격차를 벌렸다.
4회까지 매 이닝 주자를 내보냈던 박세웅은 경기가 진행될수록 위력적인 투구를 펼쳤다. 조금씩 비가 내리는 상황에서 5회 조형우를 중견수 뜬공, 최지훈을 삼진, 정준재를 중견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며 삼자범퇴 이닝을 가져갔다. 5회 말 롯데는 빅터 레이예스의 투런포로 6-0까지 달아났다.
박세웅은 6회 역시 최정 2루수 뜬공, 한유섬과 맥브룸을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2이닝 연속 퍼펙트 투구를 이어갔다.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그는 선두타자 박성한을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고명준을 3구 만에 삼진 처리한 뒤 김성현에게 초구 슬라이더로 병살타를 유도해 7이닝 무실점 투구를 완성했다. 박세웅이 마운드를 내려간 뒤 정현수(1이닝), 김상수(1이닝)가 남은 2이닝을 깔끔하게 정리해 롯데는 6-0으로 완승을 했다.

시즌 7승을 기록한 박세웅은 한화 이글스 코디 폰세(6승)를 제치고 다승 부문 선두로 뛰어올랐다. KBO리그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MLB), 일본 프로야구(NPB), 대만 프로야구(CPBL) 등 세계 프로야구 리그를 통틀어 다승 1위다. MLB는 맥스 프리드(뉴욕 양키스)가 6승, NPB는 무라카미 쇼키(한신 타이거즈 )가 5승, CPBL은 페드로 페르난데스(라쿠텐 몽키스)와 움베르토 카스테야노스(중신 브라더스)가 4승으로 다승 1위를 기록 중이다.
박세웅의 개인 한 시즌 최다승 기록은 2017년 12승이다. 당시 그는 전반기 17경기서 9승 3패 평균자책점 2.81의 성적을 기록하며 순항했으나 후반기 11경기 3승 3패 평균자책점 5.07로 주춤하며 페이스를 이어가지 못했다.

지금의 상승세를 꾸준히 유지할 수만 있다면 꿈의 '20승'도 노려볼 만하다. KBO리그 역사상 20승은 22번밖에 나오지 않았다. 가장 최근 기록은 2023년 에릭 페디(전 NC 다이노스)가 달성했다. 국내 선수로는 2017년 양현종(KIA 타이거즈)이 1999년 정민태(전 현대 유니콘스) 이후 18년 만에 고지를 밟았다.
롯데 구단 역사상 20승 투수는 '무쇠팔' 故최동원이 유일하다. 최동원은 1984년(27승)과 1985년(20승) 2시즌 연속 20승을 달성했다. 이후 롯데 투수 가운데 20승을 기록한 투수는 아무도 없었다. 만약 박세웅이 달성한다면 롯데는 무려 40년 만에 20승 투수를 배출하게 된다.

2022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물러난 롯데의 영구결번 레전드 이대호는 은퇴식을 앞두고 후배들에게 하나하나 직접 손으로 적은 편지를 남긴 적이 있다. 당시 이대호는 박세웅을 향해 '세웅아, 우리나라 우완투수 중에는 네가 1등이다. 너 자신을 더 믿을 때 넌 20승 투수가 된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과연 이대호의 바람이 담긴 예언이 현실로 이뤄질지 '세계 다승 1위 투수' 박세웅의 올 시즌 행보가 주목된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