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인국→박민영, 화두는 인생 N회차 [Oh!쎈 초점]
입력 : 2024.01.1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OSEN=김보라 기자] 최이재(서인국 분)는 대학교 졸업 전 대기업 공채 최종까지 갔지만, 극단적 선택을 한 중년남성을 목격하면서 정신적 충격을 받는다. 결국 그날 열린 최종 면접에서 질문에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해 불합격하고 만다.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 준비를 했지만 7년 간 합격 소식이 없었고, 한결 같은 마음으로 자신을 기다려준 여자친구 이지수(고윤정 분)와도 헤어진 이재는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다.

지옥으로 간 이재는 죽음(박소담 분)을 만나고, 그녀는 삶을 가볍게 여긴 이재에게 반복적으로 죽는 순간을 겪어야만 하는 형벌을 내린다. 죽기 직전의 사람 몸속으로 들어가 죽음을 다시 경험하는 것이다.

티빙 드라마 ‘이제, 곧 죽습니다’(극본연출 하병훈)는 지옥으로 떨어지기 직전의 최이재가 12번의 죽음과 삶을 경험하게 되는 인생 환승 드라마.

우리나라의 극단적 선택률은 인구 10만 명당 25.2명(2022년 기준)이다. OECD 주요국 평균이 10.6명인 것과 비교하면 두 배를 넘는 수준으로 1위다. 현실을 반영한 드라마는 웹툰 ‘이제 곧 죽습니다’(작가 이원식)를 원작으로 각색해 독보적인 초현실적 이미지를 창조했다.

인간이 환생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는 내용을 그린 작품은 그간 많았지만 ‘이재, 곧 죽습니다’만의 지옥 세계관은 눈길을 끌 만큼 신선하다. 특히 사후세계 CG는 완성도를 성실하게 달성했다. 삶과 죽음을 오가는 설정과 이재가 새롭게 들어가는 다양한 인물들의 설명이 적절해 원작 웹툰을 보지 않은 시청자들도 이야기에 쉽게 진입할 수 있다.

한편 tvN 월화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극본 신유담, 연출 박원국·한진선)는 인생 2회차를 살며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희망적 이야기를 그린다.

위암 말기 환자였던 강지원(박민영 분)은 남편 박민환(이이경 분)과 절친 정수민(송하윤 분)의 불륜을 목격하고, 그날 두 사람으로부터 살해 당한다.

지원이 대학을 졸업하기 전 암으로 사망한 아버지 강현모(정석용 분)의 도움으로 다시 한 번 생명을 부여받은 지원은 민환과 결혼하기 전으로 돌아간다. 불행했던 시절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과거를 하나하나 복기하고 이전과 다른 선택을 해나간다.

두 작품은 삶과 죽음의 윤리성에 관해 세련되고 영리하게 접근했다. 죽음 이후 다시 인간으로 돌아가 삶의 소중함을 느껴보는 거대한 드라마다. 주제와 테마, 구조가 익숙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그 미학을 표현해내는 솜씨는 유려하다.

두 드라마가 각각 진행되는 동안 내부적으로는 극 중 인물들이, 외부적으로는 시청자들이 점차 삶과 죽음에 대해 성찰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 purplish@osen.co.kr

[사진] 티빙,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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