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꽃’ 장동윤이란 씨름판 말엔 이주명이란 박차가 필요하다 [김재동의 나무와 숲]
입력 : 2024.01.1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OSEN=김재동 객원기자] 똑똑똑...똑똑똑...그 소리는 여렸고 작았다. 하지만 잠을 깨우기엔 충분했다. 떠지지 않는 눈을 부비며 창문을 열었을 때 그 아이가 있었다. 새벽 4시. “이 시간에 여는 무슨 일이고?” 물었을 때 아이는 말없이 올려보다 몸을 돌렸다.

아이는 말했다. “니 난중에 장사 꼭 해야된데이. 장사되믄 어디가서 내 얘기 꼭 하고 다녀. 알겠제?” ‘뭐라고 니 얘길 할까?’ 물었을 때 아이는 답했다. “몰라. 그 때 가서 니가 알아서해라. 내는 그 때 가서 니가 날 안까먹고 있는지 볼라카는 거니까.” 아이는 뜻모를 소리를 하고 어둠 속으로 멀어져갔다.

다시 잠을 청해보지만 어쩐지 불길한 상상에 새벽길을 뛰쳐나갔다. 하지만 이미 아이를 태운 용달트럭은 멀어져갔다. “야 오두식! 오두식, 니 어디 가는데?”

그날은 소풍날였다. 엄마는 두식이가 좋아하는 멸치 김밥을 잔뜩 만들어 두셨다. 근데 같이 먹을 두식이는 어디론지 멀리 떠나고 있었다. 열 두 살 소풍날 마주친 첫 상실의 아픔은 목 메이게 눈물로 흘러내렸다.

10일 방송된 ENA 수목드라마 ‘모래에도 꽃이 핀다’ 7회에서 ‘씨름 신동’ 김백두(장동윤 분)의 부진 이유가 밝혀졌다. 그렇게 오두식(이주명 분)이 떠난 후 입문 두 달만에 씨름왕에 등극했던 신동 김백두의 천재성은 빛을 잃어갔다.

오두식이 다시 거산을 찾았을 때 김백두는 씨름판을 떠나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여 팀에도, 내 한테도 백두 니가 필요하다.” 는 오두식의 한 마디에 대뜸 은퇴를 번복한다. 그리고 맞은 첫 대회인 남항전국장사씨름대회. 코치 곽진수(이재준 분)는 김백두의 준비 상태를 문제 삼아 출전 선수에서 제외시켜 버렸다.

무기력하게 코치진 의견을 수용한 김백두에게 오두식이 옛 일을 물었다. 4학년 당시 씨름부 주장 선출 때 김백두는 곽진수에게 양보했었다. “니 그때 왜 그랬는데?” 백두는 답했다. “뭐하러 일부러 불편한 상황 만드노?”

오두식의 비난이 폭풍처럼 이어진다. “그래서 시합 나가지말라는 소리에도 불편한 상황 만들기 싫어가 예 알겠십니더 하고 만기가? 아이고 답답아. 야 니 언제까지 남 눈치만 보고 살래? 남이 니 인생 대신 살아줄 것도 아닌데 그냥 니 쪼대로 살아!사람은 각자가 지고 갈 짐이 있지 않나? 그거를 지고 갈지, 내려두고 갈 지는 지몫이라. 니가 있어야 할 곳은 어디라고? 씨름판! 씨름판이라고!”

그래서 곽진수와 담판 지어 출전하겐 됐지만 크게 욕심은 없었다. 첫 상대부터가 우승후보였으니 지레 포기한 부분도 있었다. 그래서 씨름단 버스를 놓쳐 오두식과 둘만 가는 시간에만 집중했다. 교통정체? 그러든가 말든가. 여행길 휴게소 간식? 빼먹을 수 없지. 계체를 걱정하는 두식에게 “난 원래 아무리 먹어도 안쪄.” 장담하며 알감자 등을 흡입했다.

결론은 1.2kg 오버. 오두식 효과를 간과했다. 죽을동 살동 살을 뺐다. 오두식 업고 달리기는 놀라운 효과를 발휘, 계체를 통과시켰다.

그랬다. 전적으로 오두식의 영향력이다. 먹어도 안찌던 체질조차 오두식과 함께 먹으면 살로 갔다. 이에 대한 해답은 감독이 줬다. “니도 정신 놓고 먹으니까 찌제?” 오두식에 정신빠진 채 먹어버린 칼로리는 고스란히 제 영향력을 발휘했다. 감량도 마찬가지. 두어시간 남짓만의 1.2kg 감량도 등에 올라탄 오두식이 아녔으면 불가능한 일.

여기에 두식과의 밤산책은 화룡점정이었다. “내 처음 붙는 아가 힘이 그래 좋다. 별명이 헤라크라스다. 참가에 의의를 두는 거지 뭐.”하는 백두를 향해 “니 어릴 때는 그래 얍삽이 같이 니 등치 두배 되는 형들도 탁탁 넘겼으면서 지금은 뭐가 그래 무서운데? 그냥 옛날처럼 하라고! 김백두처럼! 그냥 니 씨름 하라고!”

두식의 응원은 백두를 날뛰게 했다. 파죽의 4강 진출. 중계석조차 놀라게 만든 선전이었다. 관중석 어딘가에 있을 오두식은 그렇게 김백두란 씨름판의 말에게 박차를 가했다. 그리고 뒤늦게 전해 들은 오두식의 부재. 갑자기 힘이 빠지는 김백두다.

이같은 일련의 스토리 전개는 김백두란 모래판 꽃이 피기 위해선 오두식이란 생명수가 절대적이라는 일관성을 보여준다.

한편 오두식으로 하여금 김백두 응원마저 포기하게 만든 존재는 카페 여사장 주미란(김보라 분). 20년 전 살해당한 거산 씨름단 선수 주철영의 딸이었다. 무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항간에선 오두식의 아버지가 범인으로 받아들여지는 그 사건의 피해자다.

오두식을, 주미란을 거산으로 회귀시킨 20년 전 승부조작에 얽힌 살인사건은 20년이 지나서 최칠성(원현준 분)과 연코치(허동원 분) 사망사건과 연관되며 미스테리를 이어가는 중이다.

마냥 해맑은 ‘오두식 바라기’ 김백두가 오두식의 이 미스테리 해결에 어떤 도움을 줄 지도 궁금해진다.

/zait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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