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도하(카타르), 고성환 기자] 이기제(33, 수원 삼성)가 1차전 아쉬움을 씻어낼 기회를 잡게 될까. 그가 다시 한번 선발 출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오는 20일 오후 8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요르단과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E조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한국은 지난 15일 열린 E조 1차전에서 바레인을 3-1로 꺾으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황인범이 선제골을 터트렸고, 이강인이 멀티골을 뽑아내며 펄펄 날았다
생각만큼 손쉬운 승리는 아니었다. 경기 초반 한국은 바레인의 조직적인 수비를 뚫지 못했고, 날카로운 역습에 실점 위기를 맞기도 했다. 여기에 박용우와 김민재, 이기제가 연달아 옐로카드를 받으며 수비 라인에 경고음이 켜졌다.
마음 졸이던 클린스만호는 전반 38분 황인범의 멋진 선제골이 나오면서 한숨 돌렸다. 그러나 후반 6분 압둘라 알 하샤시에게 동점골을 내주며 분위기를 뺏겼다.
이기제가 한 순간의 실수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정승현의 볼 처리도 아쉬웠지만, 직전 상황에서 이기제가 소유권을 내준 게 화근이 됐다. 이미 경고가 한 장 있던 그는 실점 직후 김태환과 교체되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다행히 한국은 뒤이어 나온 이강인의 두 골로 승점 3점을 챙기는 데 성공했다. 다만 후반전 조규성과 손흥민까지 경고를 받으면서 무려 5명이 옐로카드를 안고 가게 된 점, 이기제의 흔들린 경기력은 불안 요소로 남았다.
특히 이기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그는 K리그1에서 강등된 소속팀 수원 삼성에서도 지난해 9월 30일 인천전 이후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부상과 부진이 이어지면서 그를 대표팀에 뽑는 게 맞냐는 우려가 많았고, 실전 무대에서도 아쉬운 모습을 드러내고 말았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이기제에 대한 믿음을 거두지 않았다. 그는 17일 알 에글라 훈련장에서 열린 공식 훈련을 앞두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바레인전 이기제의 교체는 단순히 퇴장을 우려했을 뿐이라며 문책성 교체 전혀 아니었다고 밝혔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기제의 경기력이 곧 살아나리라 믿고 있다. 그는 "어떤 선수는 더 좋은 출발을 하고, 어떤 선수는 그렇지 않다. 문제는 아니다"라며 "심판이 너무 빠르게 많은 옐로 카드를 줬다. 우리 선수들이 모두 경고를 받을 필요는 없었다. 경고가 상황을 매우 까다롭게 만들었다. 그게 내가 이기제와 김민재 교체를 택한 이유다. 안전하게 플레이하려 했다"라고 강조했다.
클린스만 감독에게 바레인전은 모두 지난 일일 뿐이었다. 그는 "이기제는 우리가 그를 믿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라며 "요르단전은 바레인전과 아무 관련이 없다. 바레인전 일은 모두 사라졌다. 중요한 건 뒤를 돌아보지 않는 것, 그리고 다음 경기다. 이기제는 최고의 프로 선수고, 매우 집중력이 뛰어나기에 전혀 문제가 없다"라고 힘줘 말했다.
사실 클린스만 감독으로서도 선택지가 많지 않다. 또 다른 왼쪽 수비수 김진수가 종아리 부상으로 재활 중이기 때문. 그는 17일에도 홀로 팀 훈련에서 제외됐고, 잔디 밖으로 나와 피지컬 코치와 함께 스트레칭에 집중했다. 김진수는 축구화도 신지 않았다.
복귀 시기도 아직 알 수 없다. 클린스만 감독은 "우리는 김진수, 황희찬과 매일 함께 훈련했다. 갈수록 많이 좋아지는 중"이라면서도 "선수들이 자기 몸 상태를 가장 잘 안다. 의사는 물론이고 황희찬, 김진수와 하루에 한 번씩 얘기한다. 그러나 아직 예측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요르단전 출전은 불가능한 상황. 자연스레 이기제가 다시 한번 선발 출격하는 그림이 그려진다. 말레이시아를 4-0으로 대파한 요르단을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충분히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다.
물론 바레인전 후반에 그랬듯이 설영우를 왼쪽에 배치하고 김태환에게 우측을 맡기는 방안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는 경고 누적 퇴장을 경계한 조치였던 만큼, 처음부터 꺼내 들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과연 이기제가 클린스만 감독의 믿음에 보답할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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