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아시안컵 조별리그 1라운드는 오직 이강인만 보였다.
대한민국은 15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1차전서 바레인에 3-1로 승리했다. 한국은 황인범의 선제골에 이강인의 멀티골을 더해 첫 경기서 값진 승리를 거뒀다.
한편 한국은 1960년 아시안컵 제2회 대회 우승 이후 64년 만의 우승을 노린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바레인 상대 절대 우위(12승 4무 1패)를 유지하면서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승점 3점을 얻어내며 좋은 출발을 알렸다. 단 다음 날 같은 조 요르단이 말레이시아에 4-0으로 대승하면서 득실에서 밀린 2위다.
아시안컵은 24개국이 출전해 6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다. 각 조 1, 2위 12개국은 16강으로 향한다. 또 조 3위 가운데 성적이 좋은 상위 4개 팀도 16강행 티켓을 따낸다. 한국이 만약 E조 1위를 차지하면 16강 상대는 D조 2위다.
D조에 속한 일본·인도네시아·이라크·베트남 중 한 팀이다. 조 2위를 하면 사우디아라비아·태국·키르기스스탄·오만이 속해있는 F조 1위와 맞붙는다. 당초 2023 AFC 아시안컵은 지난 해 7월 중국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개최지가 카타르로 변경, 시기도 올해 초로 연기됐다. 지난 12일 개막해 2월 10일까지 열린다.
이날은 이강인에 의한 이강인을 위한 경기였다. 그동안 올림픽, 월드컵, 아시안게임을 누볐던 이강인은 아시안컵 무대를 처음 밟았는데 대단한 퍼포먼스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1차전부터 2골을 기록한 그는 미나미노 다쿠미(일본), 아크람 아피프(카타르)와 함께 대회 득점 부문 공동 선두에 올랐다.
지난해 여름 이적 시장서 마요르카르 떠나 PSG에서 뛰는 이강인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스타플레이어 중 하나다. AFC는 대회를 앞두고 이강인을 절친 구보 다케후사와 함께 아시안컵을 빛낼 5명의 영 스타로 선정하면서 "박지성의 후계자가 돼 대망의 타이틀을 차지할 수 있을까"라고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뚜껑을 열어보자 그 관심조차 부족해 보였다. 예상대로 첫 상대 바레인은 공격보다 수비에 무게를 뒀는데 한국은 이를 좀처럼 뚫어내지 못했다. 전반 38분까지 황인범의 선제골이 터지기 전까지 답답한 경기를 펼쳤다. 전반 33분에는 바레인의 역습에 결정적 실점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실제로 텐백으로 라인을 내린 바레인은 이강인을 집중 견제했다. 그래도 후반전서 상대 텐백의 조직력이 깨지자 이강인에게 공간이 생기기 시작했다. 특히 1-1로 바레인이 따라 붙고 나서 이강인의 존재가 더욱 빛나기 시작했다.
이강인의 결승골 장면은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는 후반 11분 강력한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바레인 골문 구석을 찔러 그대로 득점했다. 동점골을 허용해 분위기가 자칫 가라앉을 수 있던 상황에서 5분 만에 리드를 가져와 흐름을 되찾았다.
누가 봐도 환상적인 골. 특히 바레인 선수들이 단체로 수비진에 몰려있는 상황에서 자신감 있게 왼발로 과감하게 때린 장면은 엄청난 개인 기량이 있었기에 가능한 자신감이었다. 이 장면에서 많은 축구 팬들은 '축구의 신'을 떠올렸다.
바로 리오넬 메시. 이강인의 골은 메시가 지난 2023년 6월 호주와 친선전 전반 1분에 터트린 선제골과 완전히 유사했다. 당시 메시도 이강인처럼 상대 선수들을 앞에 둔 상황에서 과감한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골문 구석을 갈랐다.
이 골을 포함해서 이강인은 후반 23분 역습 상황에서 황인범으로부터 패스를 받은 뒤 수비수 한 명을 침착하게 따돌렸고, 왼발로 부드럽게 감아차 멀티골을 기록했다. 바레인의 추격 의지를 꺾은 결정적 한 방이었다. 누가 봐도 '축구의 신'메시처럼 전술을 넘어선 선수였다.
마요르카 시절부터 이강인의 활약을 지켜본 스페인 '아스'는 "왜 자신이 최고의 선수인지를 제대로 증명했다. 그는 PSG의 새로운 메시다"라면서 "이강인이 다시 한 번 지팡이를 꺼내서 마법을 부렸다. 그가 건드린 것은 모두 금빛으로 변한다. PSG와 한국은 그의 재능을 실감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런 찬사와 어울리는 포인트가 있다. 쟁쟁한 선수들이 모두 출격한 아시안컵 1라운드서도 이강인은 홀로 빛났다. 먼저 축구 전문 통계 업체 '풋몹'기준으로 이강인은 1라운드 가장 많은 찬스를 생성한 선수다. 무려 3번의 찬스를 만들면서 진짜 플레이 메이커의 면모를 제대로 과시했다.
여기에 바레인전 단 한 경기에서 8번의 드리블을 성공시키면서 일본의 에이스 이토 준야(드리블 6회)를 제치고 최다 드리블 성공 횟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득점 이상으로 경기 내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보여주는 선수라는 것이다.
한편 대한민국은 오는 20일 카타르 도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2차전을 요르단과 맞대결을 펼친다. 과연 축구의 신 메시와 비견될 활약을 아시안컵 1라운드부터 제대로 보여준 이강인이 요르단전에서도 펄펄 날면서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mcado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