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전, 이상학 기자] “너랑도 야구를 해보네.”
지난 18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옆 한밭체육관. 새 시즌 한화 선수단의 프로필 촬영 및 용품 지급 날을 맞아 현역 최고령 선수 김강민(42)이 오전 11시를 넘어 모습을 드러냈다. 때마침 또 다른 이적생 안치홍(34)도 새 용품을 챙기고 있었다. 안치홍을 발견한 김강민이 크게 반색했다. 안치홍을 와락 껴안더니 “너랑도 야구를 해보네”라며 미소를 지었다.
두 선수가 다른 팀도 아니고, 한화에서 한솥밥 먹게 될 줄은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역대급 한국시리즈였던 2009년 김강민은 SK 유니폼을, 안치홍은 KIA 유니폼을 입고 적으로 싸웠다. 김강민은 SK-SSG로 이어진 인천 야구 역사의 레전드로 23년을 원클럽맨으로 지냈고, 안치홍은 11년간 몸담았던 KIA를 떠나 롯데로 FA 이적한 뒤 최근 4년을 뛰었다.
크게 접점이 없었던 두 선수가 올 시즌을 앞두고 나란히 한화로 이적했다.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안치홍은 지난해 11월20일 4+2년 최대 72억원에 계약하면서 한화에 먼저 왔다. 그로부터 이틀 뒤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김강민이 4라운드 전체 22순위로 한화 지명을 받아 팀을 옮겼다. 현역 은퇴를 선언할 수도 있었던 김강민이 한화 이적을 받아들이면서 안치홍과 한 팀이 됐다.
김강민은 이날 처음으로 한화 유니폼을 입고 프로필 촬영을 했다. SSG 시절 상징과 같은 등번호 0번이 한화에 비어있었지만 9번을 새로 선택했다. KIA 시절 8번, 롯데 시절 13번을 쓴 안치홍도 한화에서 새 등번호 3번을 골랐다. SSG에서 자진 방출된 뒤 한화로 옮긴 포수 이재원(36)도 32번이 새겨진 새 유니폼을 입고 첫선을 보였다.
세 선수를 바라보는 한화 외야수 이명기(37)의 감정도 남달랐다. 2006년 SK 입단 후 김강민, 이재원과 함께한 이명기는 2017년 4월 KIA로 트레이드된 뒤 2019년 7월까지 안치홍과 같이 뛴 인연이 있다.
이날 김강민의 차를 타고 인천에서 대전으로 내려온 이명기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옛 동료들과 같이 하게 됐다. 올 시즌 재미있을 것 같다”며 “강민이형과 재원이가 한화에서 같이 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나도 느끼는 게 있었다. 강민이형은 많은 것을 포기하고 왔다.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에 야구를 하기 위해 왔다. 재원이도 SSG에서 주축 선수로 오랫동안 좋은 활약을 했는데 많은 것을 내려놓고 왔다. 야구를 더 하기 위해, 열정을 갖고 온 것이다. 그걸 보며 나도 자극을 받고, 의욕을 불사르게 된다”고 말했다.
최근에도 이명기는 김강민과 인천에서 같이 운동을 하고 있다. 그는 “옆에서 운동하는 것을 보면 왜 저 나이까지 선수를 하는지 알 것 같다”며 “나였으면 그런 상황에서 팀을 옮기기가 정말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느끼는 게 많다”며 원클럽맨을 포기하고 선수로 새 도전에 나선 김강민의 결정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안치홍과 재회도 반갑다. 이명기는 “KIA에서 치홍이와 잘 지냈다. 치홍이가 조금 내성적인데 내가 여기서 잘 챙겨야 할 것 같다”며 웃은 뒤 “생각지도 못하게 선수 생활 말년에 좋아하는 선수들과 다시 뛸 수 있는 기회가 왔다. 그 재미가 배가 될 수 있게 팀이 많이 이겼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이재원도 “(2차 드래프트 전) 한화와 계약이 결정되진 않고,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강민이형이 한화로 왔다는 소식을 듣고 ‘어? 이거 뭐야’ 하고 깜짝 놀랐다”고 떠올리며 “한화에 가면 명기와 함께 팀에서 최고참이 되는가 싶었는데 갑자기 강민이형도 왔다. 좋아하는 형이 같이 왔으니 좋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형과 같이 팀에 잘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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